■ 농촌여성신문-한국언론진흥재단 공동기획 : ‘농촌여성의 소외된 삶, 사회적 배려가 필요할 때’

▲ 언어 다음으로 자녀양육에 어려움을 느끼는 다문화여성들에게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소통하고 추억을 쌓는 시간은 매우 소중하다.

다문화자녀, 농촌의 새로운 동력(상)

도시보다 농촌에서 다문화자녀 비중 훨씬 높아
다문화가정, 언어 다음으로 자녀양육 어려움 호소
다문화, 편견 벗고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아야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촌의 국제결혼 증가추이를 고려한 장래 농가인구 추계결과, 2020년 전체 농가인구에서 이주 여성농업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3.2%, 여성농가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2%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주여성농업인이 평균 2명의 자녀를 출산한다고 가정했을 때, 2020년에는 19세 미만 농가인구의 49%가 다문화자녀로 구성될 것이라고도 예측했다. 이렇듯 농촌에서 다문화자녀의 수가 크게 증가할 것이 확실해지면서 이제 다문화정책은 다문화여성의 정착지원에서 다문화자녀로 포커스를 맞춰야 할 시점이다.

‘다문화자녀 베이비붐 세대’ 급증
2000년대 초반 우리 농촌 곳곳에는 ‘베트남 신부와 결혼하세요’라는 플랜카드가 펄럭인 적이 있었다. 특유의 가족주의와 단일민족에 익숙했던 우리나라 사람들은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그러나 전국의 다문화가정 자녀수는 2007년 4만4258명에서 2014년 20만4204명으로 무려 4.6배 증가했다. 그리고 농어촌에 거주하고 있는 학령기(7~18세) 다문화 학생 수는 2만8622명으로 전체 다문화 학생 8만2000여명의 1/3에 달하며, 도시보다 농촌지역에서 훨씬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15년 기준으로 초중고 다문화학생은 8만2천여 명으로 전체 대비 1.35%를 차지하고 있고, 초등학생의 경우 다문화학생 비율은 2%를 넘어섰다. 2000년대 중반에 태어난 ‘다문화자녀 베이비붐’ 아동이 약 12만 명에 달해 다른 연령층의 다문화자녀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12년 이후 다문화학생 비율을 살펴보면, 모든 학교에서 매년 다문화학생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다문화학생 비율이 가장 높은 초등학교의 경우 2012년 1.1%에서 2016년 2.8%로 2배 이상 증가했으며, 중학교와 고등학교도 2012년 대비 약 2~4배 정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도시, 중소도시, 읍‧면지역, 도서벽지로 갈수록 전체 학생 중 다문화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교의 경우 대도시와 중소도시는 전체 학생 중 다문화학생 비율이 2.2%로 100명 중 2명 정도가 다문화학생인 것으로 나타났으나, 읍면지역은 5.4%, 도서벽지는 8.4%로 그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졌으며, 이러한 경향은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도 비슷한 수준으로 조사됐다.

지역별 다문화학생 비율을 살펴보면, 전남이 5.1%로 초등학교 다문화학생 비율이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전북 4.1%, 충남 4.0%, 경북 4.0% 순이었으며, 대구, 대전, 세종은 각각 1.8%로 다문화학생 비율이 가장 낮았다. 주로 농촌지역이 도시보다 다문화학생 비율이 높게 나타났는데, 이러한 현상은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중학교는 전남이 2.4%로 가장 높았고, 대전과 대구가 0.5%로 가장 낮았으며, 고등학교 역시 전남이 1.4%로 높았고, 대전과 대구가 0.3%로 가장 낮은 비율을 차지했다.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다문화학생은 인구절벽의 현실을 맞이하고 있는 우리나라에게 새로운 가능성이지만 다문화학생의 낮은 학업성취도와 학업중단율이 높다는 부정적 측면이 대두되면서 ‘위기’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또한 다문화자녀를 교육소외계층으로만 인식하고 언어와 학습지원에만 집중하는 지원은 오히려 일반학생들과의 차별과 불만을 초래하는 역효과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국회는 다문화정책의 근간이 되는 ‘다문화가족지원법’(이하 다문화법)을 지난 2007년 발의해 이듬해 통과시켰다. 다문화법에서는 국가와 지자체가 다문화가족 구성원이 안정적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필요한 제도와 여건을 조성하고 이를 위한 시책의 수립과 시행을 하도록 하고 있다.

▲ 출처 : 한국교육개발원

‘차별’ 아닌 ‘차이‘ 존중하는 정책 필요
다문화가족 정책의 주관부처인 여성가족부는 다문화법에서 5년마다 다문화가족정책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제2차 다문화가족정책 기본계획’을 시행중인데, 올해는 다문화가족이 정착 단계를 넘어 사회구성원으로 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중앙부처 864억 원, 지방자치단체 642억 원 등 총 1506억 원을 투입해 6대 영역, 799개 과제를 통해 다문화가족 자녀성장과 발달을 지원하고, 결혼이주여성의 사회·경제적 진출 확대가 주요 골자다.

그 중에서 다문화자녀를 위한 주요 정책으로는 초등학생 이하 다문화자녀를 대상으로 언어발달지도사 300명을 배치하고, 다문화 유아의 맞춤교육을 지원하는 다문화 유치원을 17개 시도, 90개로 확대했다. 수학·과학·언어·리더십·예체능 등 잠재능력을 가진 다문화자녀의 재능 발현을 위한 ‘글로벌브릿지 사업’을 20개로 늘렸다. 다문화자녀가 부모 출신국 언어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이중언어 가족환경 조성사업’의 기간을 12개월로 확대했다. 이중언어 재능을 조기에 발굴하기 위해 이중언어 말하기 대회를 각 지역별로 개최하고, 오는 10월 전국대회 수상자들에게는 ‘JUMP UP 주니어 리더스 캠프’를 지원한다. 학령기 다문화자녀 증가에 대비하고자 농식품부와 함께 성장주기별 자녀 지원대책을 이행하고, 아이돌봄 이용가구 확대와 이용자 편의 증진을 위해 ‘국민행복카드’를 전국으로 확대한다.

농식품부는 2009년부터 다문화가족이 농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결혼이민여성을 전문 농업인력으로 육성할 수 있도록 예산을 편성해 교육과정을 실시하고 있다. 바로 이질적인 문화적 배경의 다문화가족 구성원들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다문화가족 농촌정착지원’과정이다. 이 프로그램은 농촌생활에 도움이 되는 생활법률 강좌와 다문화가족 부부와 자녀들이 함께하는 심리치료 기능이 연계된 미술치료교실, 체육교실 프로그램 등이 실시됐다. 시군 농업기술센터와 농협 등에서 김치, 고추장 등 전통식품 요리와 농산물 가공기술 실습과 파프리카, 버섯, 약초 등 고부가가치 농작물의 1:1 맞춤형 농업교육, 주요 문화·역사 관광지 탐방 등은 결혼이주여성들이 특히 선호하는 프로그램이다.

모성은 인종을 막론하고 위대하고 강력하다. 다인종·다문화 사회로의 이행은 전 세계적인 흐름으로 우리나라도 피해갈 수 없다. 결혼이주여성은 언어문제 다음으로 자녀교육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고, 다문화자녀의 비중이 도시보다 높으며 새로운 성장동력이 절실한 농촌지역은 다문화가족이 기회이지만 잘 대처하지 못하면 위기일 수 있다. 국가와 지자체는 다문화가족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편견을 예방하고, 다문화자녀의 학습부진·학교부적응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교육현장의 차별을 금지하는 한편, 교육비용의 합리적 지원대책도 필요하다.

▲ 어머니의 나라에 대한 문화를 직접 보고 들으면서 어머니와 자녀 사이의 벽은 점차 허물어져 간다.

 

■ 미니인터뷰 - 농협 도농협동연수원 이상섬 교수

“정체성·자긍심 갖는 다문화자녀 모습에 보람”

농협 도농협동연수원에서는 지난 2009년부터 농식품부 후원으로 농어촌에서 가정을 꾸린 결혼이주여성과 가족들을 대상으로 농촌정착과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14기 과정 980명의 인원이 참여할 계획이며, 다문화여성·시부모·남편·자녀와 함께 2박3일 동안 본 원에서 머물며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가족 간의 문화적 갈등을 극복하는 한편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구체적으로 1일차에는 가족관계를 돈독히 하는 스포츠와 게임, 가족 집단상담, 다문화공연 등이 실시되고 2일차에는 가족메모판 만들기, 편지쓰기, 촛불의식, 공동체 허그, 문화체험활동이 이어지면 마지막 날에는 농산물유통센터, 6차산업현장, 농업박물관 등을 견학하며 농업과 농촌의 가치를 몸으로 느끼도록 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청소년캠프를 처음으로 운영하는데 다문화학생과 일반학생을 절반씩 초청해 피부색을 뛰어넘어 같은 또래로 동질감을 느낄 수 있게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다문화체험, 멘토 대학생과 함께하는 진로탐색, 청년농업인 강의, 팀별 미래계획 설계서 작성 등의 프로그램을 8월에 2기 과정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가족 모두가 함께하며 서먹서먹해하던 가족들이 과정을 마치고 돌아갈 때 다정하고 행복해 하는 모습에 감동과 보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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