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명난 농업, 따뜻한 동행, 행복한 농촌여성: 경기도 수원시‘여기산네트워크’

“도시에서 과연 농사를 지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점은 주말농장으로 해결됐다. 서울 중심은 물론 근교를 방문해 직접 상추와 고추 등 채소를 키우며 자급자족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에 발맞춰 ‘마스터가드너’라는 직업도 생겨났다. 마스터가드너 교육을 이수한 수강생들은 학생을 포함한 도시민들에게 농업을 알리는 일을 한다. 그 중 경기도 수원에서 ‘여기산네트워크’를 통해 동네 주민들에게 농업의 가치를 전달하고 있는 김현미씨를 만나봤다.

▲ 김현미씨는 ‘여기산네트워크’를 통해 주민들에게 소통 창구를 만들어주고 있다.

자투리땅 정비해  ‘소통 공간’ 마련
토종종자·유기농법 등주민 교육 실시

살아있는 공간으로 만들자
요즘 들어 도심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죽어 있는 공간을 새롭게 꾸미거나 채소나 허브 등을 기르는 자투리 공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특히, 상자텃밭 등을 이용해 주말농장이 아니어도 집에서도 쉽게 농업을 꿈꿀 수 있게 됐다.

“마스터가드너와 도시민들의 만남이 지속될 수 있도록 서둔동장님을 수도 없이 만났어요.”

원예치료사로 활동하고 있던 김현미씨는 2012년 경기도농업기술에게원에서 시행된‘마스터가드너 교육’을 이수하게 됐다. 그는 도시농업을 통해 급변하는 세상살이에 지친 이들의 마음을 치유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처럼 마스터가드너가 하는 일은 도시원예와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적 건강과 개인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봉사하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을 통해 도시농업의 참된 의미를 혼자만 알 수 없었던 김현미씨는 마스터가드너의 취지 그대로 도시민들에게 농업의 의미를 전달하고 싶어 경기도 수원시 서둔동에 ‘여기산네트워크’의 이름으로 텃밭을 가꾸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텃밭이 처음부터 순조롭게 진행된 것은 아니다. 유휴지로 쓰레기 더미에 가려져 있던 땅은 쓰레기를 치우고 땅을 파낼수록 나오는 돌덩이 때문에 쉽게 농사를 지을 수 없던 것.
“파면 팔수록 나오는 돌과 무단 투기된 쓰레기, 잡풀 때문에 조성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어요. 쓰레기가 거의 100여 톤 가까이 나온 것 같아요.”

이러한 난관에 부딪혀도 김현미씨는‘여기산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망설임이 없었다. 그 이유는 고밀도 건축물 사이에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름다운 자연과 아늑한 전원생활을 누리며 식물과 함께하길 바랐기 때문이다. 

▲ 모종 교육과 유기농법 교육 등이 진행되는 커뮤니티 공간

‘여기산네트워크’ 덕분에 행복해요
‘여기산네트워크’가 조성되고 나서 서둔동은 많은 것이 달라졌다. 처음 텃밭이 자리했을 때, 관심도 없었던 동네 주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농사와 관련된 교육프로그램을 듣기 시작했고, 지금은 함께 힘을 모아 공동텃밭을 가꾸고 있다.

‘여기산네트워크’를 통해 농사를 처음 지어본 한 여성은“사실 원래 살던 곳은 텃밭에서 조금 떨어진 곳 이었다”며“텃밭을 자주 보고 바로 옆에서 가꾸고 싶어 텃밭 근처로 이사를 왔다”고 말했다.
이처럼‘여기산네트워크’는 자투리땅 정비는 물론, 활용을 통해 아름다운 마을을 가꾸고 주민이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현재‘여기산네트워크’에는 도농문화콘텐츠연구회에서 정원 조정 수도를 설치했으며, (사)도농문화콘텐츠연구회에서 커뮤니티 공간인 온실 등을 기증받아 운영 중이다.
텃밭의 종류로는 허브가든과 주민공동텃밭, 울타리텃밭, 한국텃밭과 교육장, 퇴비장 등으로 이뤄져있다.

주민공동텃밭은 수확물을 함께 키운 만큼 수확도 서로의 허락을 받는다. 예를 들어 집에 손님이 오거나, 잔치를 치룰 경우 주민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수확물을 일정량 가져갈 수 있다.
지난해에는 주민들이 직접 키운 농산물을 갖고 팜파티를 열었다. 관동대학교 조리학과 교수와 학생들이 방문해 재능기부를 할 만큼 성과가 좋았다.

또한 염태영 수원시장도 블루베리를 갖고 팜파티에 참석했을 정도로 유휴지였던 동네 골칫덩어리는‘여기산네트워크’ 프로젝트를 통해 주민들의 소통공간과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팜파티 외에도 다양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어요. 모종 나눔 행사와 계절별 키울 수 있는 작물과 병해충을 이기는 유기농작법 등에 대해서 말이죠.”

가족끼리만 씨앗을 심고 물을 뿌리는 단순한 주말농장을 넘어‘여기산네트워크’는 진정한 도시농업의 가치를 전달하고 있다. 

매년 30가구를 모집하는‘여기산네트워크’는 80가구가 몰릴 정도로 서둔동의 메카로 자리잡았다. 이에 김현미씨는 다둥이와 생활보호자, 80세 이상 등 소통을 필요로 하는 이들을 먼저 선정해 뽑는다고 말했다.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서로가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줄어들었어요. 옆집 사람의 이름은 물론 얼굴도 알지 못하니까요. 때문에 대화를 필요로 하고 사회에 온전한 정착을 필요로하는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선별합니다.”

▲ 주민들은 교육관 한편에 마련된 모종을 함께 심으며 협동심을 기른다.

함께 키우고, 수확하고, 판매하고

농사에 있어 수확량은 무척 중요한 부분이다. 한 해 농사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여기산네트워크’는 판매를 목적으로 하지 않기에 수확량에 얽매이지 않는다.
“저희는 판매가 목적이 아닌 상생과 농업에 대한 공부가 목적이기 때문에 수확량도 중요하지만 교육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어요.”

때문에 토종종자는 물론 앞으로는 양봉에 대해서도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현미씨는‘여기산네트워크’를 무지개 색깔처럼 점점 넓혀가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이 곳뿐만 아니라 다른 곳으로 도시농업의 가치와 소통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싶어요. 앞으로는 텃밭을 함께 가꾸는 것 외에도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가서 동네주민들과 수확한 농산물을 판매할 계획입니다.”

 

■ 미니인터뷰 -경기도농업기술원 김영탁 지도사

“도시농업, 미리 준비하는 경기도 될 터”

“현재‘여기산네트워크’를 이끌고 있는 김현미씨는 2012년 마스터가드너 1기 과정을 수료했습니다. 현재 원예도시농업활동가로 활동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도시농업의 올바른 가치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는 농업을 주제로 원예활동을 가르쳐주고 봉사활동을 하는 마스터가드너의 취지에 매우 부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마스터가드너 과정을 수료한 분들은 현재 초등학교 강사와 텃밭 강사, 자신의 농장에서 농업적인 강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은 마스터가드너를 전국 최초로 육성한 만큼 앞으로도 도시농업을 더 널리 알리기 위해 힘쓸 것입니다.

오는 하반기에는 도시농업관리사 국가자격증이 생기는 만큼 이 자격증을 수료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준비 중입니다.

도시농업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는 만큼 경기도농업기술원 또한 한걸음 더 앞서 도시농업을 준비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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