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명견 교수의 재미있고 유익한 옷 이야기(17)

유행은 지나치게 따를 필요도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지만 
나만의 아름다움을 표현할 
안목을 기르는 것이 중요

이른바‘배꼽티’유행이 거센 바람을 일으킬 무렵, 필자가 영국에 갔다가‘배꼽티’차림을 한 만삭의 임산부를 보고 질겁했던 기억이 있다. 유행이란 못 말리는 것이란 사실을 다시한번 절감했다. 일찍이 미국의 경제학자 폴 니스트롬(Paul Nystrom)은“유행이란 특정한 시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는 지배적 스타일”이라고 했다. 딱 맞는 말이었다. 

유행은 시대의 거울이라 한다. 시대가 달라지듯이 유행도 변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나타났다 사라지는 유행의 한 주기를 패션 사이클(Fashion Cycle)이라 표현한다. 그러나 다시 돌아오리라는 기대와 달리 유행은 파도 같은 포물선을 그리며 나타났다 사라진다. 파도가 시작되는 지점(A)을 소개기, 그 스타일을 따라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시기를 상승기(B), 유행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를 절정기(C), 그 정점을 통과한 유행이 시들어질 때를 쇠퇴기(D), 그리고 폐지기(E)를 맞아 점차 사라진다.(그림 참조) 그렇게 유행은 계속된 스타일에 실증 난 사람들이 새로운 스타일에 도전하고, 그것을 바라보던 대중이 따라서 할 때 새로운 흐름으로 만들어진다. 때문에 유행은 철저히 대중에 의해서 이뤄진다.

유명디자이너나 유명 브랜드가 만드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대중이 원하는 것을 부단히 노력하며 찾아내고 제시할 뿐이다. 그들이 제시한 스타일이 대중의 지지를 오래 받을 때 유행으로 성공하지만 대부분 그대로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행이 절정기를 지나면 재고로 쌓아둬야 하는 위험을 없애고자 적극적인 세일이 시작된다. 많은 소비자들 역시 싼 맛에 구매에 나선다. 그러나 싼 값에 샀다는 즐거움 못지않게, 곧 쇠퇴기가 되므로 다시 입을 기회가 적어진다. 옷장만 차지하는 어려움이 뒤따를 수 있다는 이야기다.

2017년 여름의 유행, 다시 말해‘많은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는 지배적 스타일’은 과연 어떤 것일까. 전체적으로 옷의 크기가 커졌다. 통 넓은 바지, 커진 소매가 눈에 띈다. 단순하던 소매와 몸통에 러플 같은 장식을 달아 여유스러움과 여성미를 강조하고 있다. 배꼽을 드러내던 젊은이들이 배꼽 대신 어깨를 드러내는가 하면, 짧아진 바지는 샅에 걸려 더 올라갈 수 없을 만큼 짧아졌다. 성범죄에 부채질 하는 건 아니냐는 쓴 소리가 나올 정도다. 그렇다고 모른 척 할 수도 없는 게 유행이다.

이와 함께 올여름, 꽃무늬 유행도 대단한 바람을 타고 있다. 꽃무늬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그 사용 역사가 매우 길고, 유행아이템에서 언제나 빠지지 않기 때문에 꽃무늬 옷의 착용 수명은 길 수 있다. 문제는 꽃무늬 옷이 자칫 유치해 보일수도 있다는 점이다. 작고 뚱뚱한 몸에 큰 꽃무늬는 체형의 단점을 더 두드러지게 한다. 또한 상하의를 모두 꽃무늬 옷으로 하면, 복잡하고 지저분해 보일 수도 있다. 한쪽은 꽃무늬의 색과 유사한 단색의 옷을 입으면, 아름답고 고상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할만하다. 

유행은 요물이다. 지나치게 따를 필요도,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지만 이 요물을 이용해 나만의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는 안목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노력해야 한다. 나만의 매력적인 옷차림으로 더위를 날려보내길 권한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