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칼럼
철 없는 세상
박광희  |  history81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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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7.21  16:5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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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회지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에게 철을 헤아리는 계절감각이 있을까. 대답부터 하면‘없다’이지 싶다. 더울 땐 에어컨이 팡팡 돌아가고, 추울 땐 난방기가 설설 끓는 아파트 숲에서 해가 뜨고 해가 지니 꽃 피고 잎 지고, 비바람 불고 눈보라 치는 자연의 순리가 그리 애틋할 리 없기 때문이다. 모자람과 불편함이 없으니 그만큼 절실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먹을거리는 바로 코앞 마트에 가면 사시사철 철 가리지 않고 나는 과일이며, 채소, 식료품들이 넘쳐난다. 시골에서 한 여름에나 구경하던 딸기며 수박, 아이스크림을 한 겨울에 먹는 걸 서울에 올라와 처음 봤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과일과 계절을 짝짓기 하는 문제를 아이들에게 내지 않는다고 했다. 아이들의 대답도 중구난방으로 헷갈려 한다는 것이다.‘대구-사과, 나주-배…’하던 주산지 개념도 무너진지 이미 오래다. 지구의 이상고온으로 과일의 생장 상한선이 무너져 버렸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이맘때쯤이면 목을 길게 늘어뜨리고 손꼽아 기다리는 게 있었다. 하나는 읍내만큼 먼데서 우리 동네로 참외와 수박을 가득 싣고 들어오는 우마차였고, 다른 하나는 커다란 나무 박스를 자전거 뒤에 매단 아이스케키 장수였다. 김이 잘잘 흐르는 맛있는 평택쌀의 주산지의 하나였던 동네인지라 쌀을 도정한 후에 나오는 쌀겨를 가축 먹이로 쓰기 위해 참외ᆞ수박과 물물교환으로 바꿔갔던 것이다. 껍질이 참개구리 등짝처럼 얼룩덜룩해 이름붙여진 성환개구리참외… 발그레 하고도 포근포근한 속살의 달큰함이라나… 자전거 아이스케키 장수는 여름방학이 다 끝나갈 때까지 촌아이의 애를 녹였다. 여러 시골마을의 맨 끝자락이어서 일찌감치 얼음과자가  떨어지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이 역시 물물교환이었는데, 이버지께서 잘 다듬어 뒤꼍 처마밑에 한접씩 매달아 놓은 마늘은 방학이 끝날 무렵이면 훌쭉하니 마른 대궁만 너풀거렸다.

‘삼복은 속절이요, 유두는 좋은 날이라./원두막에 참외 따고 밀 갈아 국수하여/사당에 올린다음 모두 모여 즐겨 보세/아녀자 헤피마라 밀기울 한데 모아/누룩을  만들어라 유두누룩 치느니라/호박나물 가지김치 풋고추 양념하고 /옥수수 새맛으로 일 없는 이 먹어 보소/장독을 살펴보아 제 맛을 잃지 마소/맑은 장 따로 모아 익는대로 떠내어라/…/삼대를 베어 묶어 익게 쪄  벗기리라/고운 삼 길쌈하고 굵은 삼 밧줄 꼬고/촌 집에 중요하기는 곡식에 버금가네/산 밭 메밀 먼저 갈고 갯가 밭 나중 가소’

<농가월령가>의‘6월령’구절이다. 한여름 이맘때의 시골 정경이 잘 그려져 있다. 시원한 오이냉국  찬해  열무김치 보리밥에 썩썩 비벼 먹고, 하얀 고무신 뽀드득  닦아 신고 이웃집 마당 멍석가로 마실 가 찬 이슬이 내리도록  별바라기를 하며 정담을 나누던 그런 시골은 지금 없다. 청산은 의구한데 온갖 것 다 변한 ‘철 없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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