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커스 - 한미FTA 재협상, 농업분야 대비는 어떻게?
美, 자동차․철강 등 ‘실속형’ 카드 내밀까…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한미FTA 재협상’요구에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원칙적으로 한미FTA 반대”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런데, 장관이 반대를 한다고 해서 한미FTA 재협상이 유야무야 넘어갈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더군다나, 미국 측에서는 자동차와 철강에 국한된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농산물은 한미FTA 체결 이후, 미국 측이 약 10배 가까이 이익을 보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협상 테이블에 올리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봐야 한다.
한미 통상 관련, 미국 측 손실이 큰 특정 분야에 국한해 재협상을 하자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몇몇 경제학자들은 미국 측에서 재협상을 요구한 이상,“할 말은 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농업계에서도 이 기회에 “그동안 농산물 분야에 지나친 양보한 부분을 이번 기회에 바로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대두되고 있다.
농업분야 손해볼 게 없지 않나?
며칠 전 미국곡물협회(USGC) 칩 카운셀 회장은“대한민국은 미국 농업에 큰 고객”이라면서,“그동안 한국과 맺은 무역협정이 미국 곡물업계에 크게 기여했다”며 기존 한미FTA의 순기능을 높이 평가했다.
그간 대한민국은 미국 농산물 수입 5위권 국가로 미국곡물협회 차원에서는 한미FTA 재협상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미국곡물협회가 농산물을 대표하는 기관은 아니라는데 주목해야 한다. 미국곡물협회는 사료용 곡물 수출농가가 주축이 된 곳으로 쌀, 육류 등 일반 농산물과 축산물을 수출하는 농업계와는 이해관계가 다소 다르다.
농산물이 재협상 테이블에 오르게 되면,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추가적인 개방확대를 요구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미국은 세계 최대 농산물 수출국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 국제협력국에서는 현 시점에서 가장 최선의 전개방향은 ‘쌀을 포함, 일반 농산물은 재협상 테이블에 올리지 않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아직 재협상 의제·장소·방식 미정
앞에서도 언급했듯, 농식품부 입장은 ‘재논의를 하지 않는 게 최상’이라는 견해다. 공연히 농산물이 협상 테이블에 오르게 되면 적지 않은 사회적 논란이 유발될 수 있고, 또다시 다른 공산품의 희생물이 될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영록 장관이‘한미FTA 원칙적 반대’라고 밝힌 이유도 이러한 맥락에서 찾아야 한다.
다만, 미국 측에서 요구한 8월중‘한미FTA 재협상’은 아직까지 논의의 의제, 협상 장소, 방식 등도 정해지지 않았다.
국내적으로는 통상협상을 진행해 나가야 할‘통상교섭본부’도 정부조직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않아 아직까지 제대로 꾸려지지도 못한 상태다.
한미FTA 재협상은 당초 미국에서 먼저 요구를 전해 온 사항이며, 장소를‘미국’으로 특정해서 요구해 왔다. 이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는 한국에서 진행해야 한다고 역제안을 해 놓은 상태다.
이처럼 국가간 협상은 장소와 의제·협상 방식과 범위 설정 하나하나가 모두 자국의 이해관계와 직결될 수 있는 사항이다. 협상을 시작할 때부터 시작하는 일종의 기싸움이 협상의 결과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농식품부 국제협력국에서도 “재협상을 하자는 미국 측에서 장소까지 특정할 입장은 아니다”라는 생각이다.
실제 협상까지는 많은 시간 걸릴 듯
진행과정상 1년 이내 확정 장담 못해
농식품부 정일정 국제협력국장은“만약 재협상 의제가 많아지게 된다면 미국 측은‘무역촉진권한법(TPA법)’에 따라 미 의회에 90일 전에 협상개시의향서를 통보한 후, 협상개시 30일 전에 협상목표 공개 절차를 거쳐 인준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에‘무역촉진권한법(TPA법)이 있다면 한국에는‘통상절차법’이 있다.‘통상절차법’은 정부가 FTA 등 통상협정을 맺을 때 국회의 감독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일정 국장은“정부가 통상계획의 중요사항을 변경하는 경우와 국내산업의 경제적 파급효과에 중대한 변화가 예상되는 통상협정 등은 국회에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에 의해‘한국FTA 재협상’이라는 논제가 대두되기는 했지만, 실제 협상으로 연결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앞서 살펴보았듯, TPA법에 의해 미 의회의 동의와 인준이 전제돼야 하는 복잡한 과정과 절차를 감안해 미국 측은‘재협상’이라는 용어 대신,‘공동위원회 구성’이라는 애매한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어쩌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미 의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한미FTA 재협상’보다는‘자동차’와‘철강’에 국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농식품부 국제협력국은 한미FTA 재협상 테이블에서 농산물 관련 의제가 다뤄질 것을 대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차원으로 오는 8월8일 배종하 FAO베트남사무소장 초청강연을 들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