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70년대에‘국민학교’를 다닌 이들은 너나 없이 콩나물 시루 같은 교실에서 공부를 했다. 

흡사 콩나물 시루의 빼곡한 콩나물처럼 왁자하니 학생들이 많았던 과밀학급이었던 것이다. 시골학교나 한 학년이 두 세 학급 이었지 대다수의 도회지 학교들은 한 학년 학급 수가 열 서너개 반씩 되었다. 그런 까닭에 교실 수가 모자라 심지어는 학년별로 오전반ᆞ오후반으로 나누어 등교시키는 일도 비일비재 했다. 그만큼 아이들이 많았다.

6·25 전쟁이 끝난 후 산업화ᆞ근대화 바람 속에 사회가 어느 정도 안정을 찾자 인구가 급속도로 불어난 것이다.
그러자 정부에서 팔을 걷어붙이고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고 나섰다. 산아제한 정책 이었다. 이른바 저출산 정책을 강하게 추진했다. 당시 정부는 저출산을 통일 다음의 국가적 숙원사업으로 내걸었다. 그때 대한가족계획협회가 내건 산아제한 정책의 표어를 보면, 가히 충격적이기까지 하다.‘덮어 놓고 낳다 보면 거지 꼴을 못 면한다.’

이같은 분위기는 1980년대까지 이어진다.‘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1970년대),‘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1980년대). 그러던 것이 1990년대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지난 40여 년간 지속적으로 펼쳐온 저출산 운동의 결과가 오히려 지나친 출산 감소를 불러왔다.

‘아들 바람 부모세대 짝꿍 없는 우리세대’(1990년대),‘아빠 엄마 혼자서는 싫어요’(2000년대) 등의 정책표어에서  보듯이 남아선호 사상이 바탕에 깔린 남녀 성비 불균형 초래는 물론 신생아 감소까지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이런 상태로 신생아 수가 4만 명 줄어들 경우,신입생이 200명인 초등학교 200곳이 한 순간에 사라진다는 것이다.

교육부 집계에 따르면, 1982년부터 올 3월까지 문을 닫은 초ᆞ중ᆞ고교 수는 전국적으로 3,726곳이다. 작년 기준으로 놓고 보면, 전국 중학교 수 3,209개 보다 더 많은 학교가 사라진 것이다.
이를 지역별로 살펴보면, 전남이 806개교로 가장 많고, 경북 704개교, 경남 557개교, 강원 450개교, 전북 322개교, 충남 258개교, 충북 237개교다.

이렇게 문 닫는 학교가 속출하면서 그냥 방치해 흉물이 되어가는 폐교도 전국적으로 400여 곳에 이른다고 한다. 한때는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가득 넘쳐나던 교정엔 세월의 이끼만이 더께로  앉은 채 쓸쓸한 정적만이 감돈다. 지금 이시간에도 학교가 사라져 가고 있다. 정녕 학교가 제대로 살아나지 않는 한 우리가 기대할 내일, 희망은 없다. 누가 교육을 ‘백년대계(百年大計)’라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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