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기획 - 농촌여성이여, 자서전을 쓰자

▲ 40~50대 여성들이 금천구립시흥도서관에서 진행되는 ‘길 위의 인문학 자서전 쓰기’ 강좌를 통해 글쓰기에 대한 흥미를 느끼고 있다.

이제 우리는 자서전이 유명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란 것을 인식하게 됐다. 하지만 가장 큰 걸림돌은 ‘글 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사람들은 일기는 나만 보는 것이기에 내용에 있어 부끄러움이 없다고 말한다. 일기는 자서전으로 가는 길목으로 일기를 통해 글감을 끄집어낼 수 있다. 또한 유명인 자서전을 통해 느꼈던 것처럼 자서전에 꼭 일대기를 담을 필요는 없다. 우리네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고, 손꼽을 수 있는 일이라면 그 자체로 자서전의 뼈대가 된다. 자서전 쓰기 실전에 돌입하기 전 어떻게 하면 좋은 자서전을 쓸 수 있는지 자세히 살펴보자.

가슴 아픈 추억도 글로 치유 가능
농촌여성, 농촌문화‧역사 전달해줄 가교

자서전, 시작 어떻게?
일기를 쓸 시간조차 내기 어려운 농촌여성이 자서전처럼 장기적인 레이스를 달릴 수 있을까. 걱정부터 앞서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자서전은 분량이 정해진 것도, 기한이 정해진 것도 아니다. 내가 쓰고 싶은 나의 이야기가 있다면 그것이 50매가 되든, 500매가 되든 언제든 자서전으로 만들 수 있다.

그렇다면 자서전은 어떻게 시작해야 좋을까. 먼저,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전에 글감 즉, 자서전에 담길 내용을 찾아야 한다. 이에 『변두리』(문학동네) 등을 지은 아동문학가이자 금천구립시흥도서관에서 ‘2017 길 위의 인문학-금하에 살다’를 주제로 자서전 강의를 펼치고 있는 유은실 작가는 “농촌여성들의 일상은 모두 글감이 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금산의 인삼밭 이야기와 밀양의 송전탑 이야기 등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글감은 집단적으로 묶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농촌여성들이 글쓰기를 어려워한다면 자서전 쓰기에 바로 뛰어드는 것보다는 동시 창작 등 기초적인 문예교실을 통해 글쓰기와 친숙해지는 것은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글감을 찾았다고 해도 과거의 일을 기억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유 작가는 초등학생 일기장을 통해 그 시절로 돌아가는 듯한 기분을 살려 일기를 써보면 글감을 떠올리는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요즘 현대인들은 어린 시절에 대해 아름답고 순수했던 시절로 미화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자서전처럼 남이 읽을 수 있는 글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어린 시절을 꼭 포장할 필요는 없다. 포장되지 않은 날 것 속에서 배울 점을 찾고, 깨달음이 얻었다면 그것 자체로 좋은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유년기와 청년기가 기억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 일대기를 다 쓰려는 것은 욕심이며 미련이다. 그중에서 가장 나에게 와 닿았던 사건을 끄집어내 자서전에 기록하는 것이 자서전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이다.

성장기와 노년기, 다른 글감으로 접근
자서전은 글쓰기로 접근하지 말고 과거를 회상하는 것으로 접근해야한다 과거를 기억해내려면 먼저 얘깃거리가 되는 자료를 모아야 한다. 일기와 편지, 사진을 활용하거나 연관된 장소를 찾아가 보는 방법도 있다.

금천구립시흥도서관에서 자서전 강의를 듣고 있는 한 여성은 “아직까지 자서전을 쓰는 것이 조금 어렵지만 초등학생 시절로 돌아가 일기 쓰기 등을 통해 글쓰기에 대한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성장기의 나와 노년기의 나도 분명 다르다. 때문에 각 시기에 던지는 질문 또한 천차만별이다. 먼저 성장기에는 자신이 살았던 고향을 떠올려 보는 것이 좋다. 고향은 그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가장 좋은 소재가 된다. 하물며 그것이 친구들과 잠자리를 잡으러 나갔던 것이어도 좋다. 하나의 이야기를 끄집어내면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실타래 풀리듯 줄줄이 풀려 나오게 된다.

또한 좋아했던 장소나 좋아했던 사람 등을 생각하면 자서전에서 글감 찾기란 식은 죽 먹기다. 노년기로 접어들면 질문의 깊이가 깊어진다. 단순한 회상을 넘어 나의 삶의 영향을 끼친 일들을 써내려 가야한다. 그것이 어쩌면 상처가 될 수 있겠지만 우리가 자서전을 쓰면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과거를 찾아낸 뒤, 거짓 없이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련조차도 내 인생이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이 자서전을 쓰는 시작이 된다.

농촌여성, 자서전에 도전하자
김은진 금천구립시흥도서관장은 ‘길 위의 인문학 자서전 쓰기’ 프로그램에 대해 “변두리 작가 유은실과 변두리 사람들이 모여 우리들의 이야기를 써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길 위의 인문학 사업’에 공모하게 됐고,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도서관협회의 지원을 받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도서관협회는‘우리 동네 도서관에서 인문학을 만나다’를 주제로 책과 길이 만나고 인문학과 지역문화가 연계되는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길 위의 인문학’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 문명기기는 발전하고 있지만 옛날이야기는 점점 잊히고 있다. 설화와 신화, 전설을 짐짝 취급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하지만 옛이야기는 구시대 유물이라 불리기에는 배울 점이 많다. 사자성어에도 ‘옛 것을 익히고 새 것을 안다’는 뜻으로 과거 전통과 역사가 바탕이 된 후에 새로운 지식이 습득돼야 제대로 된 앎이 될 수 있다는‘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이에 유은실 작가는 “5.18광주민주화운동처럼 역사적인 사건과 사투리 등 우리나라의 가치가 담긴 옛 이야기를 전달해줄 누군가가 꼭 필요하다”며 “그것을 전달해 줄 사람이 감수성이 풍부하고 직접 그 시대를 몸으로 겪은 농촌여성들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많은 여성들이 장녀라는 이유 등으로 희생을 강요받은 경우가 많은 듯 하다”며 “억눌린 감정을 치유하는 데에는 자서전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농촌여성들이여, ‘자서전을 끝까지 완성하지 못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은 버려도 좋다. 도전했다는 자체만으로 칭찬받아 마땅하며, 시도했으나 완성하지 못해도 우리는 언제나 성장하고 있음을 이번 기회를 통해 느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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