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자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장

"전통적 가부장 문화가 남아있는
농촌에서 여성목소리는 한계…
여성농업인만을 위한 별도 정책 필요
문재인 정부가 초심처럼
국민에 더 다가가고
필요로 하는 정책 담아내는
시민의 정부 됐으면…"

▲ 한옥자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장

지난 겨울, 우리는 언 발을 구르며 촛불을 들고 새로운 사회를 요구했다. 드라마보다 더 기다려지던 뉴스시간, 그때마다 드러나는 상식 밖의 행태들에 분노하기도 하고, 내 무능에 자괴감을 느끼기도 하면서 헌법의 가치를 새롭게 기억하고 광장에서 민주주의를 다시 생각하면서 해를 넘겼다. 꺼지지 않았던 촛불과 광화문, 그리고 전국 중요 지역에서의 시민들의 일어남은 결국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새로 쓰게 했고, 그 결과로 새 정부가 들어선지 이제 두 달이 되었다. 파격 인사와 지난 수년간 많은 사람들이 눈물로 요구하고 부르짖던 일들이 하루아침에 해결되는 것을 보며 정권이 바뀌었음을 실감하게 된다. 다른 한쪽에서는 그 동안 지속되어 온 가치가 여지없이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또 다른 면으로 정권 교체를 이제 체험하는 중이다.

2017년 5월 대선과정에 드러난 촛불의 목소리는 공약이라는 이름으로 후보의 과제로 선정되었고, 당선 이후에는 그 공약은 해당 각 부처의 정책으로 국민들과 만나게 된다. 이 과정에 여성계는 숙원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통로로 여성이 처한 현실을 의제화하고 그 내용을 각 후보에 전달해 공약화하도록 요구했다. 그 결과 여성정책은 문재인 당선인의 10대 정책에 포함되어 현재 다시 밑그림이 그려지는 중으로 알고 있다. 여성공약 안에는 여성정책추진체계 확대나 성차별 해소책, 그리고 유리천정 해소정책과 젠더 폭력이 주요 정책이지만 일부 여성 농어업인을 위한 정책도 포함되어 있는 것은 참으로 환영할 만하다.

여전히 전통적 가부장 문화가 남아있는 농어업 현장에서 여성 목소리를 담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전남 농업인의 18.5%, 경북 19.0%, 경기 7.0%는 여성 농어업인임을 감안하면 당연히 여성 농어업인 만을 위한 별도 정책이 필요하다. 문재인대통령의 공약 골자는 여성농업인의 권리와 복지 확대를 공약화했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여성농어업인들이 현실에서 겪는 어려움 해소 방안이 포함되어 있다. 이 공약이 정책화되길 기대하면서 덧붙여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아무리 좋은 정책도 수요자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거나 모르면 아무 의미가 없다. 여성농업인의 공동 경영주제도 강화 부분은 농어촌 문화 속에서 꼭 필요한 정책이다. 다만 그 정책이 수요자의 요구가 반영된 것인지에 대한 검토와 충분한 홍보로 더 많은 농어촌 여성들이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둘째, 일·가정 양립이 도시 생활자보다 더 어려운 점을 감안해 공약에 포함시킨 공동급식센터를 일률적으로 설치하기 보다는 지역 특성과 요구를 반영해 설치할 것을 제안한다. 지어 놓고 쓰지 않는 체력단련실이나 공동 목욕탕의 답습이 안됐으면 한다.

셋째, 여성농업인용 농기계 시장화에 적극적인 정부지원이 필요하다. 농기계 대부분이 남성 체격에 맞게 설계되어 여성들이 사용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농기계 사용의 성별 영향평가를 실시해 기계 제작부터 성별 특징이 반영되도록 해 여성들의 노동의 수고로움을 덜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대부분 여성농업인이 소규모 농지를 보유하고 있음을 감안해 고가 농기계 보유 정책보다는 농기계 대여 등을 통해 저렴하게 농기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농협 등 농업종사자 지원 조직에 여성 대표성이 반영되도록 하는 적극적 정책이 요구된다. 높은 지지율 속에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초심처럼 더 국민에게 다가가고 필요로 하는 정책을 담아내는 시민의 정부가 됐으면 한다. 이는 그 추운날 광화문 호랑이 바람을 기꺼이 견딘 국민의 바람이기도하고 기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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