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난 농업, 따뜻한 동행, 행복한 농촌여성

경남 진주시 물사랑교육농장 윤계자 대표
 

독창적인 물 중심 이야기가 최대 강점
관광·교육 접목해 교실 밖 배움터 역할 톡톡
장기간 체험가능한 프로그램 마련할 계획

▲ (사진 왼쪽부터) 물사랑을 함께 운영하는 한 식구인 정병순 요리진행팀장, 정영자 체험진행팀장, 윤계자 대표, 윤연경 실장.

농촌에서 접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바탕으로 학생들뿐 아니라 전 연령층에게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현장학교가 바로 농촌교육농장이다. 경남의 농촌교육농장은 농촌관광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중학교 자유학기제 시행과 맞물리면서 지난해 21만 명의 체험객을 유치해 42억 원의 농가소득이 창출됐다. 물 중심의 이야기거리로 관광과 교육을 접목한 ‘물사랑교육농장’(이하 물사랑)의 윤계자 대표는 지난해 경남 농촌교육농장협의회 부회장으로 선출됐을 만큼 경남 농촌교육농장의 대표주자인 동시에 교육에 대한 남다른 철학을 실천하고 있는 열혈여성이다.

 

듣고 보고 만지고 즐기는 ‘물’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님과 한 백년 살고 싶어~”라는 노랫말이 절로 연상될 만큼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물사랑은 경남 진주시 진양호수 상류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바로 이곳에 지난 2003년 물사랑의 터를 잡은 윤 대표는 물로 대변되는 자연에 대한 이해와 감수성을 증진시켜 친환경 생활 유도, 물의 소중함, 건전한 식생활 등을 인식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지금의 물사랑을 가꿔왔다.
“전 세계는 이미 물전쟁이라고 할 만큼 수자원을 두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죠. 우리나라도 엄연히 물부족국가지만 물을 쓰는데 전혀 불편함을 겪지 않는 이유에 대한 해답을 듣고, 보고, 만지고, 즐기며 느낄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들이 있어요. 지난 2009년 ‘물의 자연정화와 간이정수기의 원리’라는 이름의 사업이 채택되면서 시작된 체험 프로그램은 현재 페트병에 황토, 자갈, 마사, 모래, 참숯을 넣어 만든 자연정수기와 진양호수의 자생 수생식물을 직접 관찰하며 생활속에서 발생하는 오염원 줄이기, 물절약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곁들이고 있어요.”
그리고 다양한 음료수들이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어떤 성분이 들어있는지를 알아보고 올바른 마실거리를 알려주는 ‘음료수의 비밀’, 빗물은 무엇이고 어디에서 왔으며, 빗물 모으기·빗물의 이용범위·빗물활용법 등을 알려주는 ‘빗물은’, 하루동안 물사용 경로와 생활습관에 따른 물사용량의 차이를 알아보는 ‘하루 물 사용량은’ 등의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물론 이 프로그램들은 아이들만이 대상이 아니라 성인들도 참여가 가능한데 연령별로 난이도가 조절돼 있다. 유치원생이면 5% 정도만 참여해서 완성할 수 있고, 초등학생은 20~30%, 성인이면 처음부터 끝까지 할 수 있도록 단계별로 구분해 놨다.
“2012년 진주시 상수도사업소와 사업을 시작한데 이어 2014년에는 한국수자원공사의 물사랑교육을 위탁받았어요. 국민들은 물을 물 쓰듯이 쓰고 있지만 높은 인구밀도와 여름철에 물 공급이 집중되는 우리나라는 물부족국가로, 물을 미리 저장해 놓지 않으면 생활전반에 큰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어요. ‘빗물저금통과 경제이야기’라는 교육으로 댐과 저수지는 빗물을 모아두는 소중한 빗물저금통이라는 인식을 심는데 도움이 돼요.”

▲ 식물과 이끼로 직접 토피어리를 만들며 즐거워하는 아이들.

먹거리·놀거리·볼거리·잘거리 ‘한 방에’
자연의 시간대로 자연에 순응하며 자란 무공해 먹거리인 슬로푸드 체험은 물사랑이 중점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분야다. 물사랑의 텃밭에서 자라거나 인근의 농가에서 공급받은 농산물을 재료로 다식, 딸기잼, 강정 등을 만들고 시식해보면서 이 음식들이 식탁에 오르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고 만들어졌는지에 과정과 더불어 감사함을 느낄 수 있게 한다.
“2008년에 처음 개발한 ‘김치쌀피자’는 나날이 감소하는 쌀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고안한 요리였어요. 우선 쌀가루로 도우를 만들고 익힌 김치와 고추장, 아토피에 좋은 청국장가루, 매실청과 딸기잼, 파프리카·양파·단감·딸기의 토핑과 물 대신에 우유를 넣어 만들었는데, 바삭하면서 고소하고 소화도 잘돼 한 번 맛본 분들은 레시피를 가르쳐 달라고 아우성이었어요.”
김치쌀피자는 2011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한 식생활네트워크 요리레시피 경진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인정도 받았다고.
윤 대표는 뿐만 아니라 물사랑 주변의 단감과 딸기농가와 연계해 체험객들을 위한 투어를 진행해 나 혼자가 아닌 인근 마을의 소득까지 책임지는 상생의 묘도 발휘하고 있다.
먹거리 이외에도 옛조상들의 일상생활을 그림으로 표현해보는 민화그리기, 식물과 이끼로 만드는 나만의 토피어리 만들기, 자연소재를 원료로 내 피부에 맞는 천연비누와 천연염색 체험, 타일공예 등의 문화체험들도 인기다.
“물사랑의 수많은 당일 프로그램 말고도 1박2일 아토피캠프도 알려드리고 싶네요. 요즘 아이들에게 만연한 아토피는 사실 옛날 방식의 슬로푸드로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1박2일동안 진양호수를 산책하고 삼림욕도 하면서 청국장, 두부요리, 친환경 쌈채류, 한방오리백숙, 단호박밥, 된장국 등을 끼니별로 제공하고 있어요. 그리고 한의사와 피부전문의를 초청해 아토피 강연도 듣고 토피어리 만들기, 태양열조리기로 음식도 만들어 보는 체험도 할 수 있어요.”

3년 전 경남농업기술원의 지원으로 유럽을 다녀온 윤 대표는 20년 이상 앞서있는 교육농장의 광경을 보고 또다른 10년을 준비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지난해 스낵바와 체험·숙박을 할 수 있는 건물 3동을 새로 지었다. 좋은 경관과 다양한 체험거리, 차와 먹거리를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시작이었다. 최대 40명까지 체험과 숙박이 동시에 가능해 단체의 연수나 오리엔테이션 용도로 안성맞춤이라고 한다.
지난해 시설들을 리모델링하면서 긴 공백기를 겪은 윤 대표는 그때의 어려움을 내일을 위한 투자라 여기고 해외선진 교육농장처럼 최대 일주일까지 체험이 가능하도록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교육농장을 운영하면서 깨달은 나만의 교육철학이 있어요. 직업의 귀천을 따지지 말고 개인의 타고난 자질을 활용해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바로 교육의 본질이라 생각해요. 그런 교육을 물사랑같은 교육농장이 일조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앞으로도 이 길을 계속 걸어나갈 겁니다.”

▲ 우물과 펌프를 직접 체험하면서 물의 소중함을 깨닫는 아이들.

 

■ 미니인터뷰 - 진주시농업기술센터 조해숙 지도사

“책임감 넘치는 일꾼이자 훌륭한 여성CEO”

1999년에 지금의 자리에 터를 잡은 윤계자 대표는 농촌교육농장이나 6차산업이라는 개념도 없었던 시절부터 놀거리, 먹을거리, 볼거리, 잘거리가 있는 다양한 체험프로그램들을 시도했었다.
특히 내촌호수마을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체험마을로 지정됐을 때 초대 사무장과 마을운영위원장, 마을축제준비위원장까지 6년간 일하면서 자신 혼자만의 영리 목적이 아닌 마을 공동체의 미래까지 책임지는 여성일꾼이었다. 물사랑 이외에도 주변의 소농들과 함께하는 ‘엄마텃밭꾸러미’사업은 aT에서 성공사례로 소개할 만큼 소득창출과 훌륭한 상생의 모델로 자리잡게 수완을 발휘한 여성사업가이기도 하다. 
많은 농업인들이 윤 대표처럼 고유의 자연자원과 주변 공동체와 연계해 미래관광으로 주목받고 있는 웰니스(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지향하는 라이프 스타일)관광을 구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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