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농촌여성들이여, 자서전을 써보자

▲ 자서전 코너가 별로도 마련된 수원의 한 대형서점에서 한 여성이 자서전을 꼼꼼히 읽어보고 있다.

‘좋은 자서전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다면 펜을 드는 것보다는 책을 먼저 펴는 것이 더  현명하다. 자서전을 쓰려면 자서전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해 알아야하기 때문이다. 무지의 상태에서 펜만 든다면 그것은 하루의 일과를 기록하는 일기에 불과하다. 자신의 이야기를 조금 더 사실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한 권의 자서전보다 여러 권의 자서전을 읽어보는 것이 좀 더 효과적이다. 또 다른 사람이 어떻게 글을 썼는지 알아두고 자신의 책을 쓸 때 참고하면 좀 더 질 높은 자서전을 후대에 전달할 수 있다.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자서전은 어떤 것이 있을까. 유명인들의 자서전이 주는 의미는 무엇인지 한 번 살펴보자.

헬렌 켈러 등 유명인 자서전, 인생의 나침반
자서전, 나이·성별제한無…이야기만 있다면 ‘가능’

유명인 자서전?…희망의 메시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자서전인 ‘문재인의 운명’이 완판 되면서 특별판이 제작됐고, 현재 각 서점의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수원에 위치한 한 대형서점에 따르면 ‘문재인의 운명’은 문재인 대통령 당선 당시부터 지금까지 베스트셀러 5위권에 머무르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서점 관계자는 “당선 후부터 5월 마지막 주까지는 ‘문재인의 운명’이 베스트셀러 1위였다”며 “자서전이 이렇게 오랫동안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답했다.

또한 지난 대형인터넷서점인 예스24에서는 ‘문재인의 운명’이 6월 1주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며 3주 연속 자리를 지켰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 관련 서적을 구매한 이들은 주로 30~40대였다. 그중에서도 30대 여성이 23.2%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40대 여성도 17.2%로 높은 판매율을 보였다.

‘문재인의 운명’은 다른 자서전과 달리 성장기부터 시작하지 않는다. 책은 ‘만남’과 ‘인생’, ‘동행’, ‘운명’ 등 모두 4부로 구성돼 있으며, 저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건에 대해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자서전은 태어났을 때부터 죽을 때까지의 인생을 고스란히 담지 않아도 된다. 이 외에도 접근법이나 묘사 방식, 개인적인 경험의 차이, 문장력이 저자마다 모두 다르므로 자서전은 많이 읽으면 읽을수록 참신한 자서전을 쓸 수 있다.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써보는 것이 좋은 자서전을 쓸 수 있는 방법이다.

미국의 작가 겸 사회사업가로 유명한 헬렌 켈러의 자서전도 많은 여성들에게 멘토가 돼 주고 있다. 자서전에는 어린 시절 뇌척수막염이라 추정되는 질병에 걸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고 결국 말도 못하게 된 헬렌 켈러의 어린 시절이 담겨있다.

그 후 자서전에는 앤 설리번 선생님을 만나 암흑의 세계를 뚫고 세상 밖으로 나오기까지 이를 극복하는 과정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헬렌 켈러는 자신에게 주어진 신체적인 장애를 극복하는 과정과 그 후 세상 속에서 그가 보여준 끊임없는 도전과 어둠 속에 가려진 사람들을 대변하며, 세상을 향한 외침을 자서전에 담아 올바른 가치관을 전달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자서전과 달리 자신이 태어났을 때부터 생동감 넘치게 전하는 헬렌 켈러의 자서전은 흡입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앞으로의 길을 알려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자서전으로 생각이 바꼈어요”
자서전을 통해 많은 깨달음을 얻은 사람을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경력단절로 삶에 대한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던 한 40대 여성은 “자기계발서를 통해 마음을 치유하려고 노력했다”며 “하지만 대부분의 자기계발서가 ‘잘 할 수 있어’, ‘나도 극복했어’처럼 자기 자랑에 가까운 이야기가 훨씬 많아 공감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후 많은 여성들의 자서전을 읽기 시작한 이 여성은 “자서전은 허황된 꿈만 담겨있는 자기계발서와 달리 인생의 실패와 성공이 온전히 담겨있어서 내 마음을 울리는데 성공했고, 자서전을 통해 많은 것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현재 이 여성은 헬렌 켈러의 자서전을 통해 스스로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많이 사라졌다며 경력단절의 꼬리표를 끊어내기 위해 시청에서 관련 교육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40대 여성 뿐만 아니라 젊은이들도 자서전을 통해 많은 것을 알아가고 있다. 서점에서 만난 한 20대 여성은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 등 힐링 서적을 많이 찾고 있다”며 “이제 내 마음을 다스리는 것을 넘어 올바르게 걸어간 이들의 발자취를 따라가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서전 쓰기에 대해 “아직 자서전을 쓸 만큼 살아온 것 같지 않아 지금 쓰기에는 내용이 부실할 것 같지만 나중에 기회가 되면 자서전을 통해 내 인생을 돌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농촌여성 삶이 곧 글감
앞서 인터뷰를 진행한 20대 여성이 나이를 거론하며 자서전 쓰기에 적합한 나이를 찾고 있지만 사실, 자서전 쓰기에 적합한 나이는 없다. 성별 제한도, 학력 제한도 없다. 자신의 이야기만 있다면 자서전을 쓸 준비는 충분히 된 것이다.

하지만 몇몇 농촌여성들은 “이렇게 늙어서 무슨 자서전이야”를 시작으로 “남자면 몰라도 여자는 농사지을 때 한 것도 별로 없는데….”라며 자신이 살아온 일생에 대해 과소평가한다.

농촌여성들은 유명인들의 자서전을 읽으며 “나는 이렇게 살지 않았는데….”라고 기죽기보다 그들의 삶을 통해 내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자서전을 쓰기 위한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유명인들의 자서전이 많은 이들에게 인생의 가르침을 준 것처럼 농촌여성도 귀촌?귀농을 앞두고 있는 청년들에게 좋은 길라잡이가 될 것이다. 귀농인 뿐만 인가. 앞으로 미래를 살아가며 많은 시련에 부딪칠 청년들에게도 좋은 멘토가 될 것이다.

변덕스러운 기후 변화에 대처하며 작물을 길러내고,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다양한 가공품을 내놓은 여성들이야말로, 미래 청년들에게 현실적인 멘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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