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농촌진흥청 곤충산업과 최지영 연구관

이미 북유럽 국가들은
식용곤충 산업화 활발…
우리는 아직 갈길 멀어

최근 국내외에서 식용곤충을 포함한 곤충 관련 산업이 유망한 미래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식용곤충에 나름 친숙한 아시아, 아프리카 등은 물론, 곤충을 혐오식품으로 여기던 서양인들조차 곤충에 대한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 내에서도 곤충을 식용화하는 것에 대해 호의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곤충을 사료로 기른 축산물에 대한 구매 의사가 70%이상으로 나타나 곤충산업에 대한 미래를 밝게 한다.

곤충산업의 부상은 필연적이다. 세계 인구는 앞으로 30년간 20억 명 이상 증가할 것이며 이 인구가 소비할 곡물과 육류의 양 역시 상상 이상이다. 특히 식용뿐 아니라, 사료 제조를 위한 동물성 단백질의 소요 또한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에는 우리나라처럼 국토의 크기가 작은 나라들이 많아 대부분 농산물을 수입하고 있어 유럽 대다수 나라는 곤충을 대체 단백질로 활용하는 방안에 일찌감치 주목해왔다. 일부 북유럽 국가에서는 이미 곤충을 재료로 하는 식당이나 식품의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는 고소애(갈색거저리 유충)을 애완동물 사료로 하는 산업과 귀뚜라미를 견과류와 혼합해 에너지바로 만드는 산업 역시 활발하다.

유럽에서는 곤충산업이 확산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곤충산업이 확대되기 어려운 이유에는 ‘벌레’라는 외양에 대한 혐오감도 있지만, 비위생적인 사육과정이나 자연에서 채집한 ‘더러운’ 곤충을 먹게 될 것이라는 걱정도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물론, 식용곤충의 판매를 허가하고 있는 일부 서양권 국가에서도 채집이나 사료용으로 사육된 곤충을 식용으로 전용하는 것은 엄연히 불법이다.

사육과정에서 곤충은 기존의 가축 질병과는 달리 사람에게 전염돼 문제를 일으킬 우려가 대단히 적다. 실제로 최근 유럽식품안전국에서 실시한 평가에서 식용곤충의 미생물 안전기준을 일반적인 축산 육류를 검사하는 수준에 맞춰도 충분히 안전하다는 판정을 내린 바 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식용곤충에 대한 사육과 가공 과정의 위생적 관리를 법제화하고 대중에게 널리 홍보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에 농촌진흥청에서는 ‘산업곤충 사육기준 및 규격’을 발행하고 곤충 사육농가에 위생적인 사육과정을 지도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올해 ‘식품공전’ 개정안에 식용곤충 가공품을 식품위생법의 규제에 따라 대장균이나 중금속 검사를 엄격히 받게 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식용곤충의 사육기준’에 따라 식용과 사료용을 구분해 곤충을 사육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미국이나 유럽연방 등과의 FTA 협정에 대응해 곤충사육시설 현대화 사업을 시행해 생산력과 위생 상태를 개선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예전부터 번데기나 메뚜기 등을 간식거리로 종종 먹어왔기에 식용곤충에 대한 호기심이 큰 편이다. 실제 지난해 경북 예천의 곤충엑스포를 비롯해 여러 지자체의 지역 축제를 통해 식용곤충 경연대회와 시식회를 열었는데, 참가자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이는 그간 매스컴을 통해 식용곤충이 고소한 맛뿐 아니라, 영양학적 측면에서도 단백질 양이 기존 축산 단백질과 비등한 반면, 몸에 좋은 불포화 지방산과 각종 무기질 함량이 매우 풍부한 것이 널리 알려졌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웰빙과 건강식에 관심이 많은 여성들이나 아이를 둔 엄마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가까운 미래에 우리도 곤충을 재료로 한 음식들을 동네인근 마트에서 쉽게 접하게 될지도 모른다. 물론 다소 엽기적일지 모르는 곤충 본연의 모습이 아니라 ‘정말 이 안에 곤충 분말이 들었다는 건가’라는 생각을 문득 하면서 말이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