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오가든스 오경아 대표

땅이 제대로 없는 가정 안에 꽃과 관엽식물을 심고 조그만 연못을 두는 정원 만들기와 이를 가꾸는 일은 우리의 심신을 달래주는 즐거운 작업이다. 정원디자인과 가드닝, 가든디자인교육, 정원 관련 책 저술과 강연에 주력하고 있는 ‘오가든스’ 오경아 대표를 만나 정원 속에 숨겨진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영국의 처칠 수상은
차트웰 정원 만든 가든디자이너

미국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몬티첼로 정원 만든 정원사

영국 에식스대학서 조경학 공부
영국왕립식물원서 정원사로 일해

“저는 방송작가 출신으로 2005년부터 영국 에식스대학교와 대학원에서 7년간 조경학을 전공했습니다. 그후 세계 최고의 식물원인 영국 왕립식물원 ‘큐가든’에서 인턴정원사로 1년간 일하다 귀국했습니다. 귀국 후 정원설계회사 ‘오가든스’를 설립하고 가든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며, 속초에 ‘오경아의 정원학교’을 세우고 전문가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가드닝과 가든디자인 교육을 하고 있어요.

특히 힐링이 되는 원예이야기와 가드닝 지식을 담은 ‘정원의 비밀’이란 책을 비롯해 최근에 펴낸 ‘정원생활자’ 등 7권의 정원관련 책을 펴냈습니다.
저는 정원과 관련된 여러 일을 하고 있지만 정원 속에 담긴 소중하고 재미있는 얘기를 담는 저술 활동에 주력할 생각입니다. 그래서 최근 써낸 ‘정원생활자’에 담긴 178가지 얘기 중 재미난 얘기만을 골라 말씀 드리겠습니다.”

종합정원설계사 ‘오가든스’ 설립
정원문화 종합교육기관으로 키울

먼저 정원설계회사인 ‘오가든스’가 어떤 일을 하는지, 그리고 회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쉽게 말해서 정원설계사무소예요. 정원설계라고 하면 단순히 나무 심을 장소를 선정해주는 곳인가 하는데 그건 아니고요. 식물과 건축물이 얼마나 아름답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를 연구하고 자문하는 회사라고 보면 됩니다.
‘오가든스’는 집의 형태에 따른 담장, 울타리, 대문, 정자, 연못, 바닥 등의 건축에 대한 디자인만큼이나 중요한 가든 디자인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오가든스는 정원설계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향후 몇 년 안에 종합정원센터로 발전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강의공간도 있고, 차를 함께 마시는 공간도 있고, 정원도 있고, 숙박시설도 갖추려고 합니다. 궁극적으로 정원문화를 함께 공유하는 공간으로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네요.”

정원 속 역사·인물·철학 담은
정원 관련 책 저술에 주력

정원디자인도 중요하지만 정원과 관련된 책을 저술하는 것에 주력하겠다고 말하는 오경아 대표.
“정원 꾸미기와 가꾸기는 특정인을 위한 문화적 호사나 취미생활이 아닙니다. 정원 가꾸기는 모두의 삶에 육체적·정신적 치유와 희망을 주는 작업입니다. 따라서 정원 속에는 많은 배울거리와 삶의 방향을 보여주는 뭔가가 숨어 있습니다. 그것을 조금 더 쉽고 재미있게 나누고 싶어 책을 써오고 있는데, 특히 이번에 펴낸 ‘정원생활자’에는 정원 속에서 역사, 인물, 철학 등을 배울 수 있는 이야기만을 간추려 썼어요. 정원에 대한 재밌는 경험을 얻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
오 대표는 정원은 동·식물이 사는 작은 우주라고 말한다.

“정원은 우리가 좋아하는 식물만 자라는 곳이 아닙니다. 1987년 영국의 생물학자 제니퍼 오웬은 자신의 작은 정원에 살고 있는 식물과 곤충을 15년간 조사한 적이 있습니다. 그녀의 조사에 따르면, 741㎡밖에 안 되는 작은 정원에 246종의 식물과 21종의 나비, 283종의 나방, 133종의 파리과 곤충은 물론 100여 종의 벌도 발견됐고, 등록된 곤충만도 10종이 넘었답니다. 그렇게 그녀가 15년간 관찰한 동식물은 총 2204종이었다고 합니다.

두 번의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던 영웅이자 영국 수상이었던 처칠 수상은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이며, 화가이자 너무나 유능했던 가든디자이너였습니다. 그가 만든 차트웰의 정원에는 지금도 그가 심은 사과나무에 봄마다 하얀 꽃이 탐스럽게 피어납니다. 미국의 세 번째 대통령이었던 토머스 제퍼슨은 식물 재배에 해박한 지식을 지녔던 전문정원사로 유명하지요. 그의 정원 몬티첼로에는 수백 종의 채소와 꽃, 허브, 나무가 자라고 있습니다.”

나폴레옹 부인 조세핀
세계최초로 장미정원 조성

이어 오 대표는 나폴레옹의 부인인 조세핀은 세계 최초로 장미정원을 만든 개척자라며 조세핀이 장미정원을 조성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조세핀은 나폴레옹이 전쟁으로 집을 자주 비우는 동안 사치로 나폴레옹의 재산을 탕진하며 지냈지요. 나폴레옹은 조세핀이 개인적인 사치로 돈을 흥청망청 쓴 것으로 오해했는데 빚의 상당부분은 조세핀이 전 세계로부터 값비싼 장미를 구하기 위해 쓴 돈이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후 나폴레옹은 전쟁으로 나라를 정복하면 가장 먼저 장미를 수집해 그것을 아내 조세핀에게 보내주었답니다. 이렇게 수집된 장미를 모아 장미만으로 정원을 만든 것이 ‘말메종 성’이며 이곳엔 지금도 세계 희귀장미 250여 종이 자라고 있어요.”

민들레 뿌리로도
커피 만들어 먹을 수 있어

오 대표는 민들레는 카페인이 없는 커피라며 그에 대해 얘기했다.
“요즘 유럽에서는 카페인을 걱정하는 커피애호가를 위해 민들레로 커피를 만들어 팝니다. 가격은 300g에 우리 돈 약 2만 원으로 싸게 마실 수 있는 커피는 아닙니다. 하지만 민들레만 있다면 집에서도 충분히 민들레 커피를 만들어 먹을 수 있습니다. 일단 민들레 뿌리를 잘 캐낸 후 씻어서 햇볕에 말린 다음, 커피처럼 갈아서 뜨거운 물에 적당히 내려주면 훌륭한 민들레커피를 맛볼 수 있습니다.”

오 대표는 땅이 없는 도시에서도 정원을 즐길 수 있다고 했다. 화분 하나만 있어도 식물들이 예쁘게 그 멋을 잘 내주니 화분을 작은 정원이라고 했다.
고대 이집트 파라오 가운데 한 명이었던 람세스3세는 나일강 북쪽에 거대한 신전을 짓고 대규모 정원을 지었지만 꽃화분이 가득한 앞마당 작은 정원을 더 사랑해 화분을 불규칙하게 배열해 놓은 그 사이를 걷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고 했다.

“서양사람들은 옷을 말릴 때 허브식물 위에 걸쳐 놓고 말린다고 합니다. 이는 옷에 허브의 향기가 스며들게 하기 위한 생활의 지혜죠. 집에 정원이 없더라도 집안에 1년 사계절을 아우르는 화분을 번갈아 놓는 센스로 건강한 활기와 감성을 가꾸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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