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칼럼
농촌 노인학대 예방 위해 마을공동체가 나서야…순천대학교 사회복지학부 박옥임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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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23  10:2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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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여성노인들이 행복하게
인생을 마무리할 수 있게
도움을 줄 사람은 마을구성원들.
노인학대에 대한 마을단위의
교육과 홍보가 최우선 돼야…

이웃들의 아낌없는 도움과 힘이
학대없는 건강한 농촌사회
구축에 보다 효과적으로 작동"

   
▲ 순천대학교 사회복지학부 박옥임 명예교수

매년 6월15일은 UN이 정한 노인학대 인식의 날(World Elder Abuse Awareness Day)로 우리나라도 작년에 노인복지법을 개정하면서 노인학대 예방의 날로 지정했다. 그래서 올해 광역자치단체가 주축이 돼 ‘노인학대 NO! 노인 공경 YES!’라는 퍼포먼스를 하면서 전국적으로 기념식을 했다. 아무리 기념식을 거창하게 해도 자기보호와 부양능력이 온전하지 못한 농촌 여성노인에게는 그저 먼 나라 얘기다. 한마디로 농촌 여성노인 학대문제는 드러나기보다는 숨겨진 문제로 그 정확한 피해 규모나 실체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그 이유는 가까운 아들이나 배우자 등에 의해 학대가 많이 일어나 가족문제로만 인식하고 있고, 피해 노인 스스로도 수치심과 자식과 남편을 범죄인으로 취급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 재발에 대한 더 큰 공포나 두려움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흔히 학대라 하면 신체적 폭력만 생각하지만 언어적, 정서적인 학대로 인한 심리적인 불안이나 모욕은 물론, 최근 증가하고 있는 경제적 착취나 부양책임자가 제대로 부양을 하지 않는 방임, 유기 등 어떤 형태로든 피해를 주는 모든 행동을 일컫는다. 또한 독거노인인 경우 스스로가 자신을 무가치하게 여겨 식사를 거르거나 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는 등 자기방임도 학대에 포함시키고 있다.

몇 년 전에 농촌 여성노인의 학대를 심층면접한 사례 연구를 수행했다. 결혼생활 50년 내내 배우자의 의처증으로 온갖 협박과 손찌검을 당한 사례, 술에 절어 사는 아들이 기초노령연금을 내놓으라고 행패를 부리는 사례, 사위가 집을 자기 명의로 해달라고 협박하는 사례 등 일일이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심지어는 같은 동네 청년에게 겁탈당해 경찰에 신고했더니 며느리가 창피하다고 더 난리를 쳐 자살을 시도한 노인 얘기도 있다.

이처럼 상상할 수 없는 학대의 고통에 처한 농촌 여성노인들은 “신고는 무슨 신고, 세상 다 산 사람인데, 어디 죽이기야 하겠어...” 하면서 자신의 업보나 박복함으로 돌리고 있으며, 학대하는 아들을 잘 가르치지 못한 죄책감 때문에 신고 등의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고, 경로당이나 마을회관 등에 피신하는 소극적인 도피에 그치는 경우가 허다한 편이다. “그래도 이웃이 눈감지 않고 도와주니까 그나마 든든해서 좋지”하면서 말 못하는 고충을 털어놓는 것은 나은 편에 속한다.   

특히 아들과 배우자로부터 학대받는 농촌 여성노인은 대다수가 초고령으로 일상생활을 활발하게 수행하기에는 건강상의 고충도 많고, 학력 또한 낮아 대다수가 절대빈곤층이다. 가족이나 친인척과의 사회적인 관계도 단절된 생활을 하고 있다. 따라서 학대를 당하는 자신의 처지를 매우 비관하고 있고, 낮은 자존감과 부정적인 정서는 물론, 가해자에 대한 측은함과 상호의존성이 공존하고 있어서 적절한 대응도 못하고 가해행위가 지속적으로 되풀이되는 상황이다.

평생을 오로지 가족만을 위한 헌신과 희생으로 살아왔던 농촌 여성노인들이 행복하고 편안하게 인생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제공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마을구성원들이다. 물론 가까운 파출소나 소방서 등 긴급구호망이나 광역지자체에 설치된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연계되면 신속하고 체계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연결도 결국 이웃의 적극적인 신고가 있어야만 가능하므로 일차적으로 마을단위의 교육이나 홍보가 최우선 돼야 한다. 누구나 마찬가지지만 특히 농촌 여성노인들에게도 그들의 삶과 일상을 묵묵히 지켜보는 이웃사람들의 아낌없는 도움과 힘이 학대 없는 건강한 농촌사회 구축에 보다 효과적으로 작동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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