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기획- 농촌여성들이여 자서전을 써보자

# 자서전은 유명한 사람들만 쓰는 거 아니에요? 우리 같이 평범하게 사는 사람들이 무슨 자서전이야. 남들처럼 큰일을 이룬 것도 아니고, 읽을 사람도 없을 거예요. 재미없는 인생을 책으로 남겨서 뭐해요. 그리고 글 쓰는 것도 너무 어렵고요. (강원 영월·66세)
# 농번기에는 바빠서 책 읽을 시간은 물론, TV 볼 시간도 없는 데 어떻게 자서전을 쓸 수 있겠어요. 가끔 농업기술센터나 농업기술원에서 하는 강의를 듣는 게 교양의 전부인데…. 늙어서 주책이라고 할까봐 쉽게 도전하지도 못해요. 우리네는. (충남 서천·53세)

 

▲ 자서전 전문가인 민경호 세계로 미디어 대표는 자서전을 통해 농촌여성들이 자신의 역량을 길러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자서전 쓰기는 자아성찰의 도구
치매 예방·심리 안정에 효과적 


유명인들의 자서전은 우리에게 나침반이 되며, 많은 가르침을 준다. 하지만 자서전이 꼭 유명인들만의 전유물인 것은 아니다. 자서전 전문가인 민경호 세계로 미디어 대표는 “자서전은 거창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되돌아볼 수 있는 좋은 매개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자서전은 우리에게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새롭게 정립해준다. 특히, 장년기에 쓰는 자서전은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이는 농촌여성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많은 이들이 자서전 소재를 찾기 어렵다고 말하지만 자신의 결혼스토리부터 농사이야기까지. 삶의 애환이 모두 훌륭한 자서전의 소재가 될 수 있다. 자서전이 우리에게 주는 영향은 무엇인지 자세히 알아보자.

자서전, 꼭 써야할까?
개개인이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할 것 중 하나가 바로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다.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

자신을 이해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자서전 쓰기다. 자서전은 정치인과 과학자 등 저명인사가 아니어도 지나온 인생을 잘 기록해두기만 하면 쉽게 도전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범하고 지루한 일상인데 어떻게 책을 써”라고 반문한다. 이처럼 평범한 직업, 쳇바퀴 굴러가듯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일기를 쓰는 것조차 어려운 일이다. 특히, 글쓰기를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은 이들에게 자서전은 먼 나라 얘기다.

이에 민경호 대표는 “우리는 글 쓰는 연습이 부족할 뿐, 누구나 특별한 이야기를 한 가지씩 갖고 있다”며 “평범하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도 교훈이 담긴 일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들은 자서전 쓰기를 통해 누구의 어머니, 누구의 아내가 아닌 나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과 자아성찰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한다면 스스로의 인생에서 특별한 화제 거리를 찾을 수 없다. 하지만 개개인, 즉 자신에게만 초점을 맞춘다면 자서전에는 결혼 이야기를 담을 수도, 귀농에 관한 이야기를 쓸 수도 있다. 매일 하는 일이라고 해서 평범하지 않은 것은 없다는 말이다.
 

후반전 뛰기 위한 준비과정
자서전을 쓰기 시작하면 내가 몰랐던 나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 때문에 앞만 보고 달리는 사람에 비해 자기 자신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으며, 실수에 대해 반성할 기회가 주어진다.

보통 40대가 지나고 50대에 진입하면 사람들은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는 경향이 짙게 나타난다.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차분하게 정리하는 것은 과거를 통해 현재의 나를 들여다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민경호 대표는 이런 회고의 시점을 전후로 해 인생은 전반전과 후반전으로 나눠진다며 후반전을 잘 뛰기 위해서는 자서전 쓰기를 통해 앞선 인생에서의 실수를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자서전의 긍정적인 효과는 실수를 깨닫는 것 외에도 기억력 개선, 심리 치유도 포함된다. 과거의 일을 되새기면서 기억력이 향상되는 것은 물론, 이를 통해 치매도 예방할 수 있다.

또 꽁꽁 숨겨왔던 이야기를 밖으로 꺼내면서 ‘발설’의 과정을 통해 심리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 왜,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이에 대해 민 대표는 “자기 자신에 대해 알기 위해 여행을 가고, 명상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자서전 또한 자신을 점검해볼 수 있는 수단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유명인만 자서전을 써야한다는 것은 편견이다. 오히려 일반인도 자서전을 통해 자존감을 높이고 세상에 휘둘리지 않는 자신만의 가치관을 정립해야 한다.
 

좋은 자서전은 어떻게 쓸까
자서전 쓰기에 도전한 사람들이 중도 포기하는 이유 중 하나가 글감을 찾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민 대표는 이 같은 사람들에게 “글감을 멀리서 찾지 말고 바로 내 주변에서 찾는 것이 자신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특별한 일이 아니고 사소한 일이어도 하나의 질문을 떠올리면 질문은 유기체처럼 연결돼 있음으로 글감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종종 만날 수 있다며 “글 쓰는 게 어렵다면 바로 자서전에 도전하는 것보다 자기가 관심 있는 영화나 시를 읽고 감상문을 써보는 것도 좋은 연습이 된다”고 말했다.

요즘 농촌 속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들이 허다하다. 작물을 어떻게 심고 길러야 하는 지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지 못한다. 때문에 농촌여성들은 자신에게 평범한 이야기일지라도 자서전의 소재로 삼을 수 있다.

또 미래세대에게 잊힐 법한 이야기를 자서전에 담아내 자기성찰은 물론, 교훈까지 전달 가능하다. 즉, 농촌여성들의 자서전은 자식은 물론, 먼 미래세대와도 연결될 수 있는 중요한 다리가 될 것이다.

농촌여성들이여, 지금부터라도 자서전 쓰기에 도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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