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건강잡곡 인기몰이, 토종이냐 외래종이냐…

▲ 최근 건강기능성이 크게 알려진 수입곡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거운 가운데, 대형마트에서도 별도의 판매코너가 마련돼 있다.

많은 여성들이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다양한 잡곡을 섭취하고 있다. 탄수화물 함량이 높은 백미의 비중을 줄이고 현미와 흑미, 기장, 수수 등 잡곡을 섞어 먹는가 하면, ‘슈퍼 곡물’로 불리는 아마씨드와 렌틸콩, 퀴노아 등 수입 잡곡을 물이나 우유에 타먹으며 한 끼를 해결하는 사람도 있다. 다이어트와 건강을 위해 잡곡을 찾는 이들이 늘어난 만큼 과연 국산 잡곡과 외래 잡곡의 건강기능성과 올바른 섭취 방법은 무엇인지 자세히 들여다보자.

건강 식생활 관심 증가로 잡곡 시장 급신장
국산잡곡 재배 증가하지만 마트 매출은 미미

잡곡=성인병 예방, 다이어트
패스트푸드 등 기름진 음식을 찾는 이들이 늘면서 자연스레 성인병도 증가했다. 이처럼 비만과 당뇨, 고혈압 등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은 건강한 음식을 찾기 시작했고 결국 잡곡에 정착했다. 특히 방송을 통해 외래 기능성 잡곡에 대한 홍보가 이뤄지면서 다이어트를 하는 여성들까지 잡곡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대형마트에서 만난 30대 여성은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데 백미는 탄수화물 함량이 높아 일부러 저탄수화물 잡곡을 찾고 있다”며 “건강도 챙기고 포만감도 챙길 수 있어 외래 잡곡을 사 먹고 있다”고 답했다.
남성들도 외래 잡곡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한 60대 남성은 “방송에 치아씨드가 혈당 조절에 좋다는 것을 듣고 사먹기 시작했다”며 “한 달이면 300g 한 통을 다 먹게 돼 매번 마트를 찾는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퀴노아를 사용해 6개월 된 아기의 이유식을 만든다는 주부도 “퀴노아 속에 쌀의 3.5배가 되는 마그네슘이 들어있다는 것을 알고 아이의 건강을 위해 퀴노아와 쌀을 번갈아 가며 이유식을 챙겨주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한국소비자원에서 아마씨드에 카드뮴이 검출됐다는 기사를 통해 외래 잡곡에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사람도 있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40대 여성주부는 “아마씨드에 중금속이 검출됐다는 기사를 보고 먹고 있던 아마씨드를 버렸다”며 “앞으로는 국산 잡곡만 이용해 아이들의 건강을 챙길 생각”이라며 외래 잡곡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쌀소비 줄지만 잡곡은 증가
통계청의 2016년 양곡소비량조사에 따르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61.92㎏으로 전년보다 1㎏ 줄었다. 이에 반해 보리, 밀, 잡곡, 두류, 서류 등 기타 양곡의 연간 1인당 소비량은 9.3㎏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잡곡의 경우 10년 전보다 2배 이상 소비량이 증가했다.
이러한 경향은 무엇보다 건강한 식생활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욕구가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비만의 주범(?)으로 몰린 쌀보다도 다양한 건강기능성이 밝혀진 잡곡에 소비자들이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또한 꾸준한 품종 개량을 통해 백미에 섞어 먹었을 때 식감이 예전에 비해 좋아진 것도 소비증가의 요인이다.

 

▲ 같은 잡곡이라도 대형마트에서는 수입 곡물의 매출이 더 높다는 게 마트 관계자의 말이다.

미디어에 외래잡곡 일색…
국산잡곡 적극 홍보해야

가공제품 개발로 소비자 다양한 입맛 충족시켜야

국산 잡곡은 정월대보름용?
잡곡의 건강기능성이 미디어 등을 통해 소개되면서 우리 농가들의 조, 기장, 수수, 피, 귀리, 율무 등 잡곡 재배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5년 현재 전국 12,322㏊에서 잡곡을 재배하고 있다.
조는 백미에 비해 비타민B1, B2가 3배 정도 많고, 식이섬유도 7배 이상 함유돼 있다. 정미한 조는 약 70%가 전분으로 입자의 성분이 쌀과 유사하며 소화흡수율은 93%로 높다. 또한 식이섬유 함량이 높아 체중 감소에 도움이 된다. 한방이나 민간요법에서 조는 열을 내리고 대장을 이롭게 해 산후 회복과 혈액 생성이 빠르고 당뇨와 빈혈 예방에 좋아 널이 이용되고 있다.

수수는 항산화력을 가진 페놀류인 탄닌이 다량 함유돼 있고, 글루텐이 들어있지 않아 밀가루 알레르기에 대한 대체식품으로 사용될 수 있다.
기장은 동맥경화 예방과 혈전방지 효과가 있으며, 급성 간 장해를 경감시키는 작용을 한다. 기장은 칼슘, 칼륨, 마그네슘 등 미네랄이 풍부하며, 식이섬유는 백미의 3배 정도, 비타민 B군은 백미의 2배 수준이다.

농촌진흥청은 이러한 잡곡의 건강기능성을 높이고 섭취의 용이성까지 더한 삼다찰(조), 소담찰(수수), 이백찰(기장), 보라직(식용피) 등의 품종을 개발해 농가에 보급했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 요소에도 불구하고 대형마트에서 국내산 잡곡에 대한 매출은 수입잡곡에 비해 적다. 수원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쌀과 국산 잡곡의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17%나 줄어들었다. 그중 현미와 보리 등의 판매는 2%에서 많게는 18%까지 내려갔다.

이에 마트 관계자는 “정월대보름과 같은 특정 날에는 국산 잡곡이 잘 팔린다”며 “하지만 평소에는 쌀은 물론 잡곡을 찾는 이들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경향은 국내산 잡곡의 다양한 건강기능성에 대한 홍보가 부족하고, 섭취방법 다양화를 위한 가공제품 개발 등이 미진한 것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혼반용으로 섭취하는 것 외에 국산 잡곡과 외래 잡곡을 더 건강하고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다양한 가공법과 제품이 개발될 필요가 있다.

수입잡곡 인기, 반짝일까?
국산 잡곡이 점점 매출이 하락하는 것에 반해 외래 잡곡은 2016년 기준 전년 동기대비 22.8%의 증가했다.
이에 마트 관계자는 “방송을 통해 연예인들의 다이어트 비법으로 렌틸콩과 퀴노아 등 외래 잡곡이 소개되고 있다”며 “방송에 나온 다음 날이면 외래 잡곡을 찾는 이들이 더 많이 늘어난다”며 TV프로그램의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중 다이어트 잡곡으로 가장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렌틸콩이다. 렌틸콩은 가수 이효리가 건강 밥상으로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면서 급속도로 입소문을 탔다.
세계 5대 건강식품 중 하나로 손꼽히는 렌틸콩은 단백질이 풍부하고 현미보다 약 8배 많은 식유섬유가 함유돼 있다. 또 사과보다 21배 많은 식이섬유를 함유하고 있으며 포만감이 오래 유지돼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다.

섭취 방법 또한 다양하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백미와 섞어 먹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렌틸콩을 이용해 죽과 수프, 청국장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렌틸콩은 일반 콩보다 조리시간이 짧아 각종 채소와 찹쌀을 넣어 죽으로 만들면 간편한 아침식사 대용으로 좋다.

우유만큼이나 높은 퀴노아의 단백질은 100g당 14g으로 쌀의 2배이며, 칼슘은 56㎎으로 7배에 달해 이유식으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글루텐이 없는 대표적인 식품으로 섬유질이 풍부해 대장암에 좋은 식품 중 하나다. 퀴노아는 오래 볶으면 영양소가 파괴되므로 살짝 볶아주는 것이 좋다.
국내에서도 재배되고 있는 아마란스의 대표적인 효능은 당뇨와 고혈압 예방이다. 아울러, 체내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 기능은 면역력 증강, 노화 방지를 비롯해 호르몬 조절 효과로 피부 미용에도 도움을 준다.

아마란스는 밀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이 밀가루 대신 사용할 수 있으며, 가루로 만들어 찌개와 우유, 수프 등에 넣어먹는 것이 효과적인 섭취방법이다.
마지막으로 치아씨드는 연어보다 약 8배 더 오메가3를 함유하고 있어 노화방지와 활성산소를 제거하는데 도움이 된다. 특히 치아씨드는 물과 함께 섭취하면 부피가 10배 늘어나는 특성을 갖고 있어 음료나 요거트와 먹으면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다.

과유불급…바로 알고 적당히 먹어야
국내 잡곡과 외래 잡곡은 비타민과 단백질 등이 많이 함유돼 있어 남녀노소의 건강식으로 인기지만 과다섭취하면 부작용을 피해갈 수 없다.

특히, 최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아마씨드에 중금속의 하나인 카드뮴이 다른 곡물에 비해 많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뮴은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주는 물질로 식품, 음용수, 토양 등을 통해 노출될 수 있으며, 장기간 노출 시, 폐 손상과 이타이이타이병 등이 유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반드시 열처리한 뒤 먹어야 하며 섭취량은 1회 4g, 1일 16g 미만으로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과잉 섭취할 경우 소화기 장애나 피부 질환 등의 부작용도 유발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지난해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이 주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문진수 교수는 “한참 자라나는 어린이가 현미 등 식이섬유를 과잉 섭취하면 키가 덜 자라는 성장 장애와 설사, 복부 팽만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세끼 음식 안에는 식이섬유가 충분히 들어 있으므로 정상적인 식사를 하는 한 식이섬유 부족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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