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줌인-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저출산 국제포럼

▲ 지난 7일 경기도 수원 라마다호텔에서는 ‘저출산 대응 및 일가정양립정책 실효성 제고를 위한 국제 포럼’이 열렸다.

“일할 청년도 없는데 갓난아이 울음소리가 들리겠어요?”
강원도 정선에서 30년 넘게 농사를 짓고 있는 한 여성의 한탄 섞인 목소리다. 몇 십 년 전부터 아이의 울음소리는커녕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젊은 청년들도 보이지 않는단다. 이는 단순히 농촌만의 문제가 아니다. 도심 또한 저출산 늪에 빠졌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기준 신혼부부 통계 결과’에 조사에 따르면 초혼인 신혼부부 중 자녀를 출산하지 않는 부부는 41만9000쌍으로 35.6%에 달했다. 이와 관련, 지난 7일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은 수원 라마다호텔에서 ‘저출산 대응 및 일가정양립정책 실효성 제고를 위한 국제 포럼’을 개최했다.

여성혐오 NO…좋은 양육환경 마련돼야
스웨덴·프랑스·일본의 정책 방안 검토

저출산 늘어나는 이유는?
일명 혼밥족, 혼술족 등 1인가구의 비율이 늘어나면서 출산이 아닌 결혼을 하지 않는 청년들의 수가 늘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오는 2045년까지 1인 가구는 2015년 518만 가구에서 809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과연, 성인들은 왜 1인가구를 자처했을까. 경기도 수원에서 유치원교사로 일하고 있는 한 여성은 “임신 후 퇴사하는 선생님들을 종종 봤다”며 “유치원이라 아이를 돌보는데 문제가 없을 줄 알았는데 그건 큰 착각이었다”고 말했다. 여성들은 가장 큰 이유로 경력단절을 내걸었다. 이처럼 청년들은 결혼과 출산에 대한 두려움을 표한다. 이는 어설픈 ‘저출산 정책’과도 관련이 깊다.

정부차원 ‘저출산 대응 정책’은 10여 년 전부터 추진되고 있지만 그 효과는 미비하다. 이에 기획재정부 최상목 차관은 지난 1월 ‘인구구조 변화에 대한 중장기 정책대응방향 토론회’에서 “2006년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이 실시된 이후 10여 년 간 80조 원이 투여됐지만 성과는 제한적”이었다며 “저출산 반등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받아들이고 이에 대한 대응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맘충·독박육아, 출산의 걸림돌
우리나라는 2004년부터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아젠다로 설정했으며, 2006년부터는 범정부 차원의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이 추진됐다. 하지만 정부적 차원의 정책만 존재할 뿐 출산에 대한 기본적인 시선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또 아이의 출생이 적은 것을 저‘출산’으로 명명해 문제의 원인을 여성에게서 찾고 있는 것처럼 비쳐져 저출산이 아닌 저출생으로 표기하자는 움직임도 생성되고 있다.

이와 관련, ‘맘충’과 ‘독박육아’ 등 아이를 낳으면 여성이 받아야 할 괄시에 대한 여성 스스로의 깨달음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맘충은 영어 ‘mom’과 ‘벌레 충(蟲)’의 합성어로 공원이나 카페, 식당 등에 갓난아이를 데려오는 엄마들을 혐오하는 표현이다.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정형옥 선임연구위원은 “일하는 여성이 늘어나는데도 집안일과 양육의 일차적 책임을 여성한테만 돌릴 경우 여성들은 차라리 결혼을 하지 않거나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을 합리적 선택으로 여길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해외의 ‘저출산 정책’, 우리나라와 다른 점은?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은 기존 저출산과 일·가족양립정책에서 나아가 구제 사례를 공유하며 정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저출산 대응 및 일가정양립정책 실효성 제고를 위한 국제 포럼’을 개최했다.

국제포럼에서는 스웨덴의 ‘저출산 및 일·가정 양립정책’과 프랑스의 ‘저출산 대응정책의 효과성 분석’을 살펴봤으며 마지막으로 일본 지방자치단체의 ‘저출산 대응정책 사례의 정책 추진과정과 성과’를 공유했다.

먼저, 스웨덴의 일·가정양립정책에 대해서는 주한스웨덴대사관의 마티아스 추 부대사가 발표했다. 마티아스 추 부대사는 “저출산은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라며 발표를 시작했다.

그는 남성과 여성을 동등한 주체로 보며, 경제권과 가사분담도 균일하게 분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예로 1973년부터 스웨덴은 남녀 모두 육아휴직을 할 수 있는 법이 제정됐다고 말했다. 또한 마티아스 추 부대사는 “육아휴직은 물론 스웨덴은 아이가 아플 경우 10일 이상의 병가와 유연성 있는 근무시간이 이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프랑스는 장기적으로 강력한 국가정책을 실시했다. 1900년 초, 합계출산율이 2.0명으로 낮아지면서 ‘인구감소공포’에 휩싸이자 출산장려에 관한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출산율이 1.1명으로 낮아지고 나서야 문제점을 보완해 프랑스와 많은 차이점을 두고 있다.

프랑스는 2차 대전 이후 지속적이고 장기간에 걸쳐 베이비시터 고용지원제도, 남성육아참여 등의 사회복지제도와  무상에 가까운 공교육 제도를 정착시켰다.

프랑스 사례 발표를 맡은 김은경 박사는 “일정 수준의 겅제 성장을 이룬 국가들의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성평등 사회를 만드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지자체를 통해 성과를 낸 일본의 돗토리현은 합계출산율이 낮아지면서 자체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2010년부터 돗토리 현은 ‘육아 왕국 돗토리 현’을 목표로 잡았으며, 2014년 ‘육아 왕국 돗토리의 조례 제정 및 시행’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발표를 맡은 돗토리현 복지보건부 키모토 미키 육아왕국추진국장은 “출산율의 궁극적 원인에는 미혼율도 포함됐다”며 “남녀가 만나 결혼을 할 수 있도록 지난해 4월부터 만남을 조성했으며 현재 30쌍의 커플이 탄생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돗토리 현은 만남의 장 마련을 통한 결혼 지원에서부터 임신과 출산, 교육 양질의 육아환경까지 지속적 지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저출산은 단순히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때문에 저출산에 관련된 정책 또한 여성 위주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 가정을 건설하는 것은 여성과 남성 그리고 자녀이기에 남녀육아휴직제도, 남성의 가사참여 등 다른 나라의 저출산 관련 정책처럼 가족 모두가 피부로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들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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