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가족아카데미아 이사장 이근후 박사

이근후 박사는 정신과전문의로 50여 년간 이화여대에서 환자를 돌보고 학생을 가르쳤다.
퇴임 후엔 부인과 함께 사단법인 가족아카데미아를 설립해 청소년 성상담, 부모교육, 노년을 위한 생애준비교육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35년이 넘게 네팔 의료봉사활동도 해오고 있는 이 박사는 국내에서의 의료상담 교육과 네팔 의료봉사, 35여 년의 삶에 스며든 따뜻한 인간애를 담은 수필집 20여 권을 펴냈다. 의사라기보다는 잦은 방송출연과 수필집 저술로 수필작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이근후 박사의 종횡무진 다양한 삶의 궤적을 알아봤다.

이화여대 의대교수 50년
네팔의료봉사 35년
수필집 20권 저술
아카데미아 설립해 가족교육

연세의대 정신과 교수 은퇴 후
40만부 팔린 수필가로 더 유명

청와대 뒤편 세검정초등학교 앞 육교를 건너 냇가를 가면 다리가 보인다. 이 다리를 건너 맞닿은 이 박사 부부의 서재를 찾아갔다. 이근후 박사와 함께 이화여대에서 사회심리학을 가르쳤던 부인 이동원 박사가 6여 년 만에 문을 따주며 반가이 맞아줬다.
이들 부부는 80이 넘은 노령임에도 아직도 책을 읽고 쓰며 가족아카데미아를 설립해 이웃을 가르치고 있다.

이근후 박사로부터 먼저 수필 창작에 대한 얘기부터 들었다.
“저는 오래전부터 굴곡진 삶에 정신적으로 무너진 환자와 가족과의 상담에서 얻은 감성을 토대로 수필을 써왔어요. 환갑을 기념해 은퇴 후 노년의 활기찬 삶을 다짐한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라는 수필집을 냈어요. 이게 대박이 났죠. 40만부가 판매되면서 베스트셀러 수필작가가 된 것이죠. 그 후 방송출연 요청 쇄도에 이은 교회와 절, 학교에서 강연초청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저는 원래 종교를 갖지 않은 무신도예요. 그런데 교회 강연을 가면 ‘이근후 장로님 인생강좌’, 절에 가면 ‘이근후 처사님 명상수도강연’ 등의 현수막이 걸립니다. 초청 측이 저를 이 같이 신도 또는 우군(友軍)으로 맞아준다는 점에서 반가이 여기며 강의를 합니다.”

환갑을 기념해 낸 수필집이 베스트셀러가 된 후광(後光) 덕인지, 샘터사에서 찾아와 수필집을 내자고 졸랐다고 한다. 출판사 측은 이 박사에게 출판기획을 일임했다.
그리고 이 박사는 ‘오늘은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입니다’라는 또 다른 베스트셀러 수필집을 내게 됐다.
이 수필집은 네팔인의 삶의 지표를 빌려 쓴 책이다. 그래서 먼저 이 박사가 네팔에서 의료봉사를 하게 된 얘기부터 들어야했다.

에베레스트 처음 오른 힐러리경이
병원·학교 세운 것에 감동

“저는 1950년대 말 경북대 의대에 재학 중 내성적인 성격을 활달하게 키우고 싶어서 산악회에 가입해 산을 다녔습니다. 1982년 이화여대로 와 히말라야에 갔다가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뉴질랜드의 힐러리경이 의사가 아님에도 산 길목에 병원과 학교를 지은 것을 본 감동으로 매년 방학이면 학생과 함께 네팔을 다닙니다. 벌써 35년이 넘었네요. 네팔은 저에게 제2의 고향입니다. 히말라야에 갈 때마다 그곳 사람들과 재미있게 보내고 있어요.

네팔사람들은 세계 최초의 종교인 힌두교에 영향을 받아 오래 전부터 인생 수명을 100세로 설정하고 살고 있지요. 이들은 100세 수명을 4등분해 각기 봄, 여름, 가을, 겨울 4세대로 나눠 세대별로 지켜야 할 삶의 지침을 마련해 이를 성실히 따르며 살고 있습니다. 저는 이를 본받아 ‘오늘은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입니다’라는 수필집에 인생 4계절을 사는 각 세대에게 보내는 편지글을 담았습니다.

태어나 25세까지의 봄세대에게는 파릇파릇 새싹처럼 풋풋하고 착하게 살라는 내용을 담았고, 25~50세까지 여름세대에게는 여름처럼 뜨거운 열정을 갖고 홀로 서는 결기를 다지라는 글을 담았습니다.
50~75세까지의 가을세대에겐 지금까지의 삶을 반성하고 참회하며 장년에서 노년으로 접어드는 삶에 성숙과 보람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죠. 75~100세까지의 겨울세대인 생애 마지막 세대에겐 자유와 평온을 한껏 누리기를 바라는 간청을 담았지요.”

네팔은 제2의 고향…
네팔 소개책자 10권 저술목표

이어 이 박사는 네팔국민들은 힌두교의 영향인 듯, 물질적으론 피폐하고 가난하게 살지만 정신적으론 경건하고 풍요한 삶을 산다고 했다. 내세에 풍요로운 삶을 구하려는 듯, 대학총장과 장관에서 물러난 노인들이 자녀를 두고도 걸인과 같은 남루한 차림으로 사원을 찾아 기도한다고 한다. 이것만 봐도 네팔은 우리보다 정신문화적으로는 선진국이라고 이 박사는 말한다.
이 박사는 1989년 돌카마을에 병원을 짓기 시작해 카트만두 외곽에 큰 병원으로 확장시켰다. 전기와 수도가 없던 마을을 도시로 만들었다고 했다.

“한국에 와 일했던 네팔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노무분쟁 해결을 돌봤던 사람들 중에 귀국해 사회저명인사가 된 사람이 많아요. 이들의 모임인 ‘알쿨’(새싹) 회원과 교분을 갖고 만나고 있어 보람입니다.”
이 박사는 네팔의 문화, 예술, 종교 심지어는 우편발행 등을 소개하는 책 10권 저술을 목표로 책을 쓰고 있는데, 지금까지 8권을 발간했다.
이 박사는 또 네팔꽃 우표를 모아 한국의 우표동호인과 교류하는 인기 인터넷사이트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자녀 4남매 교수·의사…
가족아카데미아와 네팔의료봉사 힘 보태

이 박사는 부인 이동원 박사와 함께 가족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는데, 자녀 4명도 여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첫째 아들 이명현 씨는 연세대 천문학과 교수로 있다가 지금은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첫째 며느리 이은성 씨는 치과의사다. 첫째 딸 이영주 씨는 이화여대 가정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둘째 딸 이은채 씨는 심리상담 전문가이며, 둘째사위 최선희 씨는 성서대학 복지학과 교수다. 둘째아들 이장욱 씨는 수원대 영화학과 교수이며, 둘째 며느리 박은선 씨는 명지대 미술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들 자녀들은 아카데미아 일과 네팔봉사활동에 힘을 보탠단다.
이근후 박사는 서울 종로구 구기동에 4층 집을 지었다. 이곳에 부부와 자녀들이 함께 산다. 가정의 달을 보내며 이들 가족이 굳건한 화목으로 재미있게 살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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