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명견 교수의 재미있고 유익한 옷 이야기(12)

청바지의 힘은 젊음과 활력…
어떤 차림에나 잘 어울리며
편리하고 젊어 보이게 한다

독일에서 실연을 당한 한 청년이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의류업계에서 세계가 경악하는 혁명을 일으켰다. 청색 데님(denim: 두껍게 능직으로 짠 면직물)으로 블루진을 만들어 ‘일’을 낸 리바이 스트라우스(Levi Strauss, 1829~1902)란 이름의 청년이 바로 그다. 우리나라에서는 청바지라고도 하는 블루진은 당초 작업용 바지였으나, 최근에는 평상복은 물론 다양한 용도로 계절에 관계없이 세계인들이 애용하면서 면뿐 아니라 화학섬유를 비롯한 여러 섬유가 사용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 청바지는 실패를 딛고 시작된 대표적인 발명품이라는 점에서 세상에 처음 등장한 극적인 스토리가 소설만큼이나 재미있다. 이민 청년 스트라우스의 직업은 천막 천 생산업이었다. 1848년 캘리포니아주의 아메리칸 강의 한 지류에서 금이 발견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수많은 미국인들이 이 강 유역으로 몰려들었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중남미·하와이·중국 등지에서까지 ‘골드 드림’을 찾아 10만여 명이 이주해 오는 바람에 곳곳에 천막촌이 들어섰다. 스트라우스의 천막 사업은 번창에 번창을 거듭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군납 알선업자가 찾아오면서 스트라우스에게 새로운 인생이 시작된다.

그 업자는 대형 천막 10만여 개를 만들 천막 천의 납품을 주선하겠다고 제의한다. 기쁨에 겨워 스트라우스는 3개월에 걸쳐 죽기 살기로 그 많은 천막 천을 만들어 납품 준비를 마쳤으나, 어처구니없게도 천막천이 필요 없게 됐다는 급보가 날아들었다. 절망이었다.

그 좌절 속에서 술집을 찾았던 그는 기적적으로 인생역전의 실마리를 찾아낸다. 그는 술집에서 광부들이 모여 앉아 해진 바지를 꿰매는 모습을 보고 문득 천막 천으로 바지를 만들면 잘 닳지 않을 것이라는 금쪽같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질긴 천막 천으로 광부들의 바지를 만들었다. 때가 덜 타도록 파란색으로 염색도 했다. ‘청바지’의 시초였다.

그의 생각은 적중했다. 그의 바지는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거기에 그 당시 다른 작업 바지를 만들던 재봉사 제이콥 데이비스를 만나 금속 리벳으로 주머니의 모서리 부분을 단단히 고정해 튼튼하게 만드는 방법까지 고안했다. 그리고는 1873년 5월 20일, 리벳을 단 청바지를 특허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청바지는 영 패션(young fashion, 1960년대) 시대를 거치며, 젊음, 자유, 저항을 상징하는 패션 아이템으로 발전하더니, 급기야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전 세계인이 애용하는 옷이 됐다. 이후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하며 매년 전 세계서 18억장이 팔리는, ‘죽기 전에 꼭 알아야 할 세상을 바꾼 발명품’ 대열에 올랐다.

청바지는 1세기 반 동안 유행의 중심에서 패션산업을 주도해 왔다. 멀쩡한 새 바지를 빨아 빛바랜 낡은 옷으로 만들어 입는가 하면, 그것도 모자라 여기저기 구멍을 내어 너덜너덜한 것을 끼고 다닌다. 신기한 것은 그런 옷차림이 어떤 차림에나 잘 어울리며, 편리하고 젊어 보이게 한다는 점이다.
청바지의 힘은 바로 그런 젊음과 활력일 것이다. 대선이 끝나고 새로운 출발을 하는 시점이다. 거리에서 우리 젊은이들의 청바지 차림을 보면서 건강한 나라, 힘 있는 나라가 되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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