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본격적인 영농철이 시작되는 봄철에 가뭄이 되풀이되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올해도 경기 내륙 일부지역과 충남 서부지역을 중심으로 봄가뭄이 극심해 농업용수 공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올해 농사가 걱정되고 있다.
1월1일부터 5월23일까지 전국 평균 강수량은 158㎜로 평년의 56%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전국 평균 저수율(5.23 현재)도 64%로 평년의 84% 수준이다. 특히 경기도 안성, 화성, 평택과 충남 서산, 태안, 보령, 홍성, 예산 등 가뭄 우려지역의 저수율은 50%를 밑돌고 있어 상황이 더 심각하다. 일부 지역은 모내기 등을 위한 영농급수로 저수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기도 하다. 향후 기상전망도 밝지 않다. 앞으로 1개월간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을 것으로 예상되고, 길게는 3개월 앞도 평년보다 강수량이 적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자 미처 모내기를 하지 못한 지역에서는 뾰족한 대책이 없어 하늘만 보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더욱이 간척논이 많은 서해안지역의 경우, 메마른 논바닥 아래에서 염분기가 올라와 모내기를 할 수 없는 지경이다. 이미 정식한 밭작물의 경우, 가뭄으로 작물이 시들어 온전한 생육과 작황을 기대하기 힘들다. 일부지역 과수농가에서는 잎이 타들어가고 열매 크기도 예년에 비해 작아 수량과 품질 하락이 우려되고 있다.
이 처럼 봄가뭄이 계속되자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5일 긴급 가뭄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가뭄대책상황실을 설치해 가뭄이 해소될 때까지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5월 이후에도 가뭄양상이 심화될 것으로 판단하고 지자체, 농촌진흥청, 한국농어촌공사 등과 공조체제를 구축해 가뭄에 총력 대응한다는 것이다. 또 가뭄대책상황실을 급수대책반, 재해대응반, 기술지원반으로 구성해 가뭄 상황, 급수대책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가뭄 극복을 위한 긴급 급수대책비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아울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의 협조체제를 유지하는 등 범정부적으로 가뭄극복 대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한국농어촌공사도 수자원 확보를 위해 가뭄해소 때까지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공사는 배수로 저류, 하상굴착, 퇴수 재활용 등 수자원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농업인들을 대상으로 절수 홍보, 제한급수 시행 등에 대해 협조를 구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최근 4대강 6개보의 수문을 상시 개방한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상류 하천에서의 취수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공사는 4대강 주변 일부 양수장의 가동에 지장이 없는 수위를 유지해 용수 공급에 이상이 없도록 관계기관과 협의해 나간다고 밝혔다.
최근 들어 기후변화로 국지적 봄가뭄이 되풀이되고 있다. 그 때마다 정부는 가뭄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이미 상시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이상기후에 정부의 대책이 선제적이지 못하고 뒷북을 치는 모양새다. 농업용수 개발과 확보에 더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또한 매년 쌀 재고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쌀 생산량 조절을 위해서도 봄철 농업용수의 상당부분이 집중되고 있는 논농사를 타 작물로 전환하는 정책을 서둘러야 한다.
아울러 이에 따른 농업인 소득보전과 지원방안도 뒤따라야 한다. 특히 서부지역의 항구적 가뭄 해소를 위해 바닷물을 담수화해 농업용수나 생활용수로 활용할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나라님이 바뀌고 가뭄이 이어지니 농심이 흉흉해질까 걱정이다. 그래서 가뭄에 대응한 더 적극적인 정부의 액션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