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난 농업, 따뜻한 동행, 행복한 농촌여성

▲ 한과 사업 때문에 농한기가 기다려진다는 유경희·신순애·박옥선 회원(사진 왼쪽부터).

■ 강원 정선 산골아낙네한과

강원도 정선 임계면생활개선회원들은 농번기가 지나면 찾아오는 농한기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마을회관에 모여들었다. 하지만 하루 종일 수다만 떨며 보내는 시간이 아까웠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계면생활개선회원들은 3년 전부터 자신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한과제작을 통해 농한기를 알차게 보내고 있다. 함께해서 더 재미있고 즐겁다는 임계면생활개선회원들. 그들을 만나 한과 사업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농한기에 한과 만들어 소득 창출
“소비자 입맛에 맞춘 한과 만들 터”

농한기…지루함 ‘가득’
“생활개선회원 10명 정도가 이 사업에 동참하고 있어요. 다들 농사를 짓고 있기 때문에 농한기에 더 의욕적으로 참여해요.”
정선 임계면생활개선회를 이끌고 있는 박옥선 회장은 현재 배추와 무, 마늘 농사를 짓고 있다. 박 회장 외에도 신순애 회원은 사과농사를, 유경희 회원은 산채 등 나물농사를 하고 있다. 때문에 농번기에는 밤낮이 없이 바쁘지만 농한기에는 다들 마을회관에 모여 수다를 떠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다고 한다.

“지금과 같은 농번기에는 무척 바빠서 회원들과 만날 시간도 없어요. 농한기에도 교육이 없으면 자주 모이는 것은 기대할 수도 없었죠.”
특히 신순애 회원과 유경희 회원은 도시에서 살다 귀농한 탓에 농한기에 느낀 지루함이 더 컸다고 한다. 귀농 초기에는 드넓은 자연경관에 빠져 모든 것이 새롭고 즐거웠지만 그 낙도 오래가지는 못했다고 한다.

가장 최근 귀농한 신순애 회원은 “도시에는 아무래도 즐길 거리가 많잖아요. 조금만 나가도 영화관과 서점 등이 많아 친구들과 모여 수다를 떨었는데, 시골에서는 그게 힘들어 집에서 살림을 하는 게 전부였어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유경희 회원은 “하지만 한과 사업 후에는 겨울이 기다려지는 것 같아요. 농사 외에도 소비자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생겨 무척 재밌고 기뻐요.”라고 말했다.

▲ 회원들은 매년 농한기마다 낙천1리 마을회관에 모여 한과를 만든다.

한과로 농한기 버티다
농한기를 보내던 박옥선 회장은 겨울철을 조금 더 알차게 보내기 위해 회원들과 머리를 맞댔고 회원들의 장점인 손맛을 살려 한과를 제작하게 됐다.
유과를 중점적으로 만들며 튀김기계 없이 직접 기름을 끓여 온도를 맞춘 뒤에 한과를 튀겨서 시중에 판매되는 한과보다 시골아낙네의 손맛을 더 잘 느낄 수 있다.

“쌀로 조청을 직접 만들어 쓰기 때문에 너무 달지도 않고 느끼하지도 않아요. 쫀득쫀득한 식감도 살릴 수 있죠.”
또한 소비자들의 건강과 입맛을 생각해 기름을 수시로 갈고 회원들이 직접 농사한 쌀로 한과를 만들기 때문에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지 않아도 재구매율이 높다고 박 회장은 말했다.

시골아낙네한과는 손가락 모양 하나지만 색깔에 차별화를 뒀다.
“회원들이 직접 키운 백련초와 조, 참깨, 현미 등을 이용해 한과를 싫어하는 어린아이도 호기심에 먹을 수 있도록 했어요.”

각종 한과교육 섭렵
사실 회원들이 한과를 처음부터 완벽하게 만든 것은 아니다. 알음알음 한과 만드는 것을 보고 자랐기에 어느정도 흉내는 낼 수 있었지만 시중에 판매되는 한과만큼 완성도는 높지 못했다고 한다. 이에 회원들은 어떻게 하면 소비자들의 입맛과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지 계속해서 고민했다고 한다.
“회원들이 손재주가 좋아 한과를 쉽게 만들기는 했어요. 하지만 더 전문적인 맛을 내야겠다는 욕심에 정선군농업기술센터에서 실시한 전통한과 교육에 참여했어요.”

또한 회원들은 한과의 질을 더 높이기 위해 농업기술센터 외에 한과로 유명한 업체를 방문해 문을 두드리고 있다고.
“얼마 전에도 정선 시내에 위치한 한과업체에 찾아간 적도 있어요. 앞으로도 한과 맛을 더 살릴 수 있다면 어디든 참석할 생각이에요.”

때문일까. 회원들이 만드는 한과는 정선을 넘어 제주도까지 전국 각지에 판매되고 있다. 농한기에만 운영됨에도 그 맛을 잊지 못해 벌써부터 예약을 하는 손님들도 생겼다고 한다.
“아예 주문과 함께 내년에 먹을 한과를 미리 주문하는 분들도 계세요. 그만큼 저희 한과의 맛을 높게 평가해주시는 것 같아 항상 감사하죠.”

한과에 대해 공부할 터
“시작한지 아직 3년 밖에 되지 않아 지원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에요. 때문에 농업기술센터의 지원을 받아 더 좋은 한과를 제작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 박 회장은 회원들과 함께 더 많은 교육을 찾아 가고 직접 실험해보며 한과의 질을 높일 계획이다.

“가만히 앉아 농업기술센터의 지원을 기다릴 수는 없죠. 그건 정말 욕심인 것 같아요. 때문에 농업기술센터가 저희의 역량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더 많은 아이디어를 내고 노력할 것입니다.”
단순한 한과가 아닌 소비자 입맛에 맞춘 색다른 한과를 통해 강원도 정선하면 산골아낙네한과를 떠올리게 하고 싶다는 임계면생활개선회원들. 그들의 노력이 하루 빨리 결실을 맺길 바란다.

 

■미니 인터뷰- 정선군농업기술센터 최유순 기술연구과장

“정선한과 알리기 위해 노력할 터”

3년 전 임계면생활개선회원 분들이 농한기를 즐겁게 보내기 위해 낙천1리 마을회관에서 한과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일하기 어려운 겨울, 본인들을 위한 사업이었지만 지금은 소비자들을 위한 사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예산 문제로 아직은 농업기술센터의 지원을 받지 못해 직접 기름을 끓이고 뜰채로 한과를 뜨며 처음부터 끝까지 수작업을 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맛 좋은 한과를 만들고 있어 뿌듯함이 더 큽니다.

앞으로 회원들의 한과 사업을 더욱 확장시켜 소비자를 늘릴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입니다. 또한 손수 한과를 튀기면 맛은 좋지만 다량의 한과를 제작하기 어렵기 때문에 다양한 방향으로 지원을 구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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