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섭(정원문화포럼 회장, 꽃담아카데미 대표)

"꽃과 정원 가꾸기는
남성보다 여성이 더 유리…
농촌여성의 섬세한 감성으로
사계절 꽃을 볼 수 있는
정원과 마을을 가꿔간다는 것은
생각만해도 가슴 뛰는 일이며
지친 도시민들이 힐링차
가고 싶은 으뜸공간이 될 것이다"

▲ 송정섭(정원문화포럼 회장, 꽃담아카데미 대표)

주말 오후, 한적한 농촌을 지나는데 마을 입구에 꽃이 몇 개 그려져 있는 표지판이 보인다. 꽃이 4개인 걸로 보아 이 마을의 꽃과 정원 가꾸기 수준은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럼 여행객들은 오늘은 이 마을에서 하루 묵고 가도 좋을 것으로 판단한다. 흔히 호텔등급을 무궁화 개수로 평가하듯이 꽃 개수로 그 마을의 경관을 평가하는 게 일반화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아니라 프랑스 이야기다. 프랑스 농촌에는 그 지역의 꽃가꾸기 수준을 마을 진입로에 표시해 여행자나 지나는 사람들이 그 마을의 자연과 경관 수준이 어느 정도임을 알 수 있도록 한다. 이 기준은 마을의 쾌적성, 마을의 길가나 주요 공터, 공원이나 정원 등의 공간에 꽃의 종류와 양, 정원을 가꾸는 수준 등 경관성과 관련된 요건 등을 종합해 정부기관(프랑스 농림부장관)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평가하고 인증해 준다.

농촌에 정원이 있어야 할 이유 10가지를 골라봤다. 첫째, 농촌에서도 사계절 아름다운 꽃과 함께 살면 삶의 질이 높아진다. 둘째, 정원 가꾸기를 하게 되면 다양한 작업을 통해 적당한 운동은 물론 생명을 다루는 일이기 때문에 심성까지 고와진다. 셋째, 자신의 농장 방문객들에게 아름다움을 함께 줄 수 있어 농장의 가치가 향상된다. 넷째, 정원이 없는 다른 농장과는 차별화돼 다시 찾아오고 싶은 농장이 된다. 다섯째, 체험이나 교육 중심의 농가인 경우, 농장 경관이 아름다우면 방문객이 훨씬 늘게 된다.

여섯째, 체험이나 가공활동을 위한 소재를 직접 생산할 수 있어 비용이 절감돼 결국 소득향상으로 이어진다. 일곱째, 꽃이나 정원이 있는 다른 농장과 물물교환 형태의 식물 교환이 가능하고 상호방문도 하고 싶어진다. 여덟 번째, 자기가 살고 있는 마을의 방문객 증가에 기여할 수 있다. 아홉 번째, 꽃과 정원 가꾸기는 다루는 게 꽃과 자연이므로 자연과 교감하는 삶을 살 수 있다. 열 번째, 누구나 찾아오고 싶은 농촌을 만들 수 있어 농산촌 경관 향상에 크게 기여한다.

사실 우리나라 자연환경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분명하며 계절별로 다양한 꽃과 나무들이 피는 나라도 그리 흔치 않다.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들로부터도 종종 듣는 이야기다. 자생하는 식물들만으로 전 국토의 사계절을 아름답게 장식할 수 있는 자원을 갖고 있다. 이런 자연환경 덕분에 우리나라에는 약 4600여 종의 식물이 분포한다. 우리 농촌에서도 우리 자생식물만 갖고도 사계절 훌륭한 정원을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다.      

농촌과 자연을 찾고 싶은 많은 사람들의 힐링과 욕구해소를 위해서도 우리 농촌은 얼른 꽃과 정원으로 아름답게 변신해야 한다. 꽃과 정원 가꾸기는 남성보다는 여성들이 더 유리하다. 농촌여성들의 섬세한 감성으로 사계절 꽃을 볼 수 있는 정원과 마을을 가꿔간다는 것 생각만 해도 가슴 뛰는 일이며 지친 도시민들이 힐링차 가고 싶은 으뜸공간이 될 것이다.

꽃과 정원으로 아름다운 농촌 만들기, 테마정원이 시리즈로 있는 전원 같은 마을 만들기, 우리가 꿈꾸는 미래의 농촌모습일 수도 있다. 마을 리더들이 마음만 먹으면 지금이라도 가능한 일들이다. 정부에서도 귀농귀촌을 장려만 할 게 아니다. 귀농귀촌 하려는 사람들의 70% 이상이 자연과 전원을 동경한다는 점을 깊이 헤아려야 한다. 농산촌의 행복을 추구하는 농림축산식품부, 행정자치부, 농촌진흥청, 산림청 등 관계부처에서 적극 관심을 갖고 관련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농촌여성에 대한 꽃과 정원 교육기회 확대, 마을에 적합한 다양한 경관모델을 개발해서 시범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주변에 확대해가는 방안도 강구해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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