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창덕궁 청의정에서 손모내기 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는 조선시대 임금이 그해 농사의 풍흉을 가늠하고, 백성들에게 모범을 보이기 위해 궁궐 안에 경작지를 만들어 직접 농사를 주관했던 기록을 재연한 것이다.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에 있는 사적 제436호 선농단. 선농단은 농사짓는 법을 가르쳤다고 일컫는 고대 중국의 제왕인 신농씨와 후직씨를 주신으로 제사를 지내던 곳이다.

신라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역대 임금들은 이곳에서 풍년이 들기를 기원하는 선농제를 지냈다. 제를 올린 후에는 선농단 바로 남쪽에 마련된 적전에서 왕이 친히 밭을 갈며 백성들에게 농사일의 소중함을 알리고 권농에 힘쓰기도 했다. 세종은 농사를 위해 시계와 천체 관측기구 등을 발명하고 농사직설이란 농서도 편찬했다. 이 농서는 관리들이 농촌 현장을 찾아가 농부들의 경험담을 듣고 옮겨놓은 책으로, 세종은 경복궁 후원에 논 한 결을 만든 뒤 직접 농사를 지어 농사직설의 농법이 효과적임을 확인하고 농민들에게 적극 보급했다고 한다. 과거 농업이 나라의 주된 산업이었던 시절 이야기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했다. 임금이 새로 바뀌면서 농민들은 새 희망을 품었다. 하지만 매년 되풀이되는 쌀값 하락에 농심은 흉흉하다. 이전 정부에서 보이던 아스팔트 농사가 여전히 지금도 이뤄지고 있다. 미국의 FTA 재협상 움직임도 농민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날로 변화무쌍한 이상기후와 청탁금지법 등은 농민들을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 농자천하지대본이었던 옛 임금의 애농애민 정신이 오늘에 더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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