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강빛마을 펜션 고현석 촌장

소나무숲과 섬진강이 어우러진 산언덕에 유럽식 외관의 주택 150동이 가지런히 도열해 장관을 이룬다.
전남 곡성군 죽곡면에 있는 강빛마을 펜션이 바로 그곳이다.
이 마을은 100세 시대 은퇴자들의 안정된 노후생활을 위한 제2의 정주공간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마을을 조성해 운영하고 있는 강빛마을 펜션 고현석 촌장을 만나 마을 조성에 얽힌 얘기와 운영 실태를 알아봤다.

아름다운 경관, 맑은 공기
맑은 섬진강이 있는데다
음악회, 교양강좌 등 이벤트…
행복한 노후 지내기 제격

농협중앙회 조사부장 퇴직 후
민선 1~2기 곡성군수 지내

기자 일행을 기차역까지 나와 차로 안내한 고현석 촌장을 따라 마을에 올랐다. 산언덕 150동의 집은 마치 군인들이 가지런히 열병을 하듯 장관을 이루고 있어 감탄이 절로 난다.
이 거창한 마을 조성은 보통의 열정으로는 쉽사리 이뤄내기 힘든 일이다. 그 노고에 박수를 보내며 마을 조성에 얽힌 얘기부터 들어봤다.
“마을 조성 자랑보다는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슬픔이 있었습니다.”

고 촌장은 이 한마디만 하고는 그 자세한 역경을 되새기려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마을을 조성하게 된 경위만을 자세히 소개했다.
“저는 평생을 농촌·농업만을 위해 일해 왔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때인 1960년 4·19혁명을 맞았습니다. 다음해 1961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에 입학해 들떠있을 때 5·16군사정변이 일어나 대학생들이 많이 방황했지요. 전 농촌출신이라 농촌봉사활동에 나선 게 계기가 돼 구농구국(救農救國)의 뜻을 두고 남들처럼 학생운동에 뛰어들지 않고 오직 농촌봉사활동에만 주력했습니다. 법대생으로 사법고시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어요. 고향인 곡성에 돌아와 농촌지도공무원을 하려고 공무원시험을 염두에 두고 있어죠. 그러나 집안 장손으로 살려면 경제적 안정을 무시할 수 없었기에 봉급이 많은 농협에 취직했습니다. 말년엔 엘리트라야 일할 수 있다는 농협중앙회 조사부장을 하다 1995년 퇴직했습니다.”

이후 고 촌장은 1998년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곡성군수 선거에 나서 민선 1~2기 군수로서 8년간 고향 발전에 큰일을 했다.
군수 역시 농촌·농업·농민을 위주로 한 종합행정을 하는 일이라 지혜와 역량을 모두 바쳐 지역발전에 여한이 없이 열심히 일했다고 고 촌장은 회고했다.
군수 재직 중 전라선 열차의 곡선(曲線) 철로를 바로 잡느라 폐선이 된 철로를 활용해 4만평 부지에 증기기관차로 관광객을 끌어모을 섬진강 기차마을을 조성해 냈다. 이 일은 곡성 군정사에 길이 남을 업적이었다.

군수재직 시 농어촌공사의
농어촌복합생활공간사업 참여해
강빛마을 펜션 조성하게 돼

강빛마을 펜션 조성에 관한 얘기를 들어봤다.
고현석 촌장이 군수로 재직 중이던 2004년 노무현 정부는 전원마을 조성을 중점시책으로 검토하고 있었다. 한편, 농어촌공사는 당시 해외 수리공사의 발주(發注) 감소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에 농어촌공사는 정부의 전원마을 조성시책 뒷받침과 수입창출의 일환으로 이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곡성군을 비롯한 전국의 5개 시·군이 이 사업에 참여해 협약을 맺고 사업추진에 시동을 걸었다. 고 촌장은 당시 군수로서 지역개발협의회장 등 주민의 호응과 협조로 부지 4만평을 쉽게 마련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농어촌공사는 사업추진 단계에서 일부 시·군이 부지마련에 차질을 빚자 2005년 말 사업을 포기하고 말았다. 한편, 고 촌장은 2006년 군수3기 선거에서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분당으로 78표 차로 석패해 군수직을 내놓게 됐다.
이에 땅을 내준 주민들은 고 촌장에게 사업이 어려울 것 같으면 시행을 보류해도 좋다며 만류했다.
그러나 다수의 주민이 모처럼 뜻을 모아 땅을 출연해 정지(整地) 단계에 와 있는 상황이어서 사업시행을 밀어붙일 것을 독려했다. 이는 고 촌장이 군수 재임 시 보인 열정과 능력, 그리고 촌장의 부인인 김화중 여사가 국회의원과 보건복지부장관을 지낸 경륜과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주민들은 이 사업추진을 고 촌장 부부에게 위탁했고, 개발회사를 설립한 고 촌장 부부에게  땅 소유권을 넘겨줬다. 그리고 단지 개발 후 땅값을 정산해 줄 것을 확약 받고 사업추진을 독려했다.
강빛마을 펜션은 1동당 부지 100평, 2층 건물 건평 30평 규모로 조성했다. 1동당 2억 원 가격으로 입주자 200명을 모집했지만 기대와는 달리 149동 모집에 그쳤다.
완공된 20동에는 주민들을 이전시켰고, 79동은 주말에만 이용하고 있다.

50동은 코레일관광개발과 제휴
휴양형 숙박임대로 활용

나머지 50동은 주말 이용마저 포기하고, 건물주와 임대계약을 맺은 후 숙박임대사업을 하고 있다. 이 펜션의 부대시설은 200명 수용의 교육관과 250명 수용의 문화공연시설인 문화관이 있다. 그리고 커피하우스, 어린이 풀장, 노래방과 당구장이 있어 수학여행이나 기업연수 등의 시설로 이용된다.
임대사업은 2014년 세월호 참사에 이은 메르스 사태로 고전을 겪었다. 하지만 2015년 3월1일 코레일관광개발과 휴양형 숙박임대사업 협약을 맺고 50동을 내준 덕분에 숙박임대업에  탄력을 얻고 있다고 고 촌장은 말했다.

억대 아파트 가진 은퇴자들
아파트 처분해 강빛마을 이주하면
안정된 노후생활 누릴 수 있어

고 촌장은 수도권, 특히 서울에 아파트를 가진 은퇴자 중 10억~15억 원 내외의 아파트를 처분하고 이곳 2억 원 가량의 주택을 구입해 정주하면 나머지 돈으로 안정된 노후를 보낼 수 있다면서 마을 입주에는 배우자의 적극적인 이해와 호응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빛마을은 연중 음악회와 교양강좌, 댄스스포츠 강좌 등 주민 간 친목과 교양 증진을 위한 이벤트가 열려 삶의 보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경관에 맑은 공기와 섬진강이 있어 더 좋지요. 또한 찔레꽃, 칡꽃, 밤꽃 향기로 삶의 정취를 한껏 돋우며 힐링할 수 있습니다.”

한편 이 마을에서는 독일유학후원회 주최, 조선대학교 주관 아래 독일유학 희망 학생을 대상으로 6개월 과정의 독일어연수교육이 숙식비를 포함해 월 30만 원으로 실시되고 있다. 독일은 학자금을 정부가 부담하고 있어 학생들과 학부형 사이에 이 과정에 많은 관심을 갖고 찾아온다고 고 촌장은 말했다.
“이 마을 1시간 반경에는 파인힐스골프장을 비롯해 순천만, 담양 죽녹원, 여수 돌산대교, 송광사, 선암사 등이 있습니다. 남도여행을 희망하는 관광객들이 우리 강빛마을 펜션을 꼭 찾아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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