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 대선후보들에게 바란다

▲ 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 임원진은 지난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선후보들에게 농정공약 제안을 위한 긴급좌담회를 가졌다.

전국에 10만 여 회원을 보유한 대표적 농촌여성단체인 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회장 김인련)가 대선을 앞두고 영농현장의 목소리를 대선후보들에게 전하기 위해 긴급 좌담회를 가졌다. 지난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연합회 임원들은 농업인으로서 그리고 농촌주민으로서 현장에서 느껴왔던 애로사항과 문제점 등을 풀어놓으며 대선후보들이 이러한 내용을 농정공약에 꼭 담아줄 것을 소망했다. 이날 좌담회 내용을 정리했다.

농업의 중요성 ‘국민공감’으로 예산 늘려야
대다수인 중소 가족농 배려하는 농정 절실
농업경관 지키는 정책으로 도농 상생해야

        좌담회 참석자
•좌  장 :  임 평 자 본지 사장
•토론자 :  김 인 련 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장
               이 숙 하 수석부회장
               이 순 선 차석부회장
               왕 무 연 홍보부회장
               유 연 숙 총무이사
               정 정 란 재무이사
               나 옥 연 감사
               배 점 순 감사

 

▲ 임평자 사장

임평자=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대선후보들은 농업농촌과 관련된 문제를 가장 기본적으로 챙겨할 할 사안이다. 10만 여 생활개선회도 대표 농촌여성단체로서 대선후보들에게 우리 농업농촌의 실상을 이해시키고 특단의 농정공약을 제안해야 한다. 오늘 좌담회에서 나온 제안들이 후보자들의 대선 공약에 담기고 농업농촌에 변화가 일어나길 바란다.

 

▲ 김인련 회장

김인련= 선진국일수록 농업 예산의 비중이 높다. 우리나라는 3.6%에 불과하다. 최소한 50% 이상 농업예산을 늘려야 한다. 독일은 농업예산이 45% 이상이라고 한다. 독일정부는 농업의 중요성에 대해 도시민들에게 확실히 인식시키고 있기 때문에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 같은 것이 부족하다. 예산 확대를 위해서는 국민들에게 우리농업에 대한 인식 전환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여성농업인 바우처 사업이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 몇 개 도에서만 실시하고 있다. 이 사업은 전국적으로 확대돼 여성농업인들이 다양한 문화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김영삼 정부 때는 청와대에 농업 관련 수석비서관이 있었고, 농업인단체 등이 주도해서 농정을 심의했었다. 하지만 이후 정권부터 이러한 것이 없어졌다.

여성농업인 전담부서라고 못 박고 싶지 않지만 대통령이 농업을 직접 관할하는 부서가 있어야 한다. 전담부서가 있어야 공약이 내실화 있게 실현될 수 있다. 농정공약을 내놓기만 하지 말고 반드시 지키는 대통령이 나왔으면 한다.
농업은 생명산업이다. 도시와 농촌이 함께 가야 한다. 이러한 마음이 앞서면 농정공약을 더욱 잘 지킬 것으로 본다.

 

▲ 이숙하 수석부회장

이숙하= 농촌에서 중요한 것이 소득이다. 소득이 있어야 농촌 삶의 질도 향상된다. 그런데 지금 농가소득이 줄고 있다. 정부가 농자재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이러한 지원정책은 대농만 배를 불리고 있다. 논에 벼 대체작물을 재배하는 농가에 지원을 하고 있지만 주로 감자, 양파 등을 심기 때문에 대규모 식품회사들은 대농하고만 계약을 하고 있는 것이다.
대농 위주의 자재 지원 정책으로 소규모 가족농과 고령농은 폐해가 커진다. 대농 정책과 함께 소농도 배려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농촌여성들이 참여할 수 있는 직불제도 필요하다. 유럽국가에서는 농가 정원을 텃밭화단으로 가꾸면 직불금을 준다. 경관보전직불제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도 대규모 경관에만 직불제를 적용하지 말고 가정에서 여성들이 참여할 수 있는 직불제를 도입하면 마을환경이 깨끗해지면서 많은 도시민들이 농촌에서 마음에 쉼과 여유를 찾고, 귀농인도 늘어나게 될 것이다. 경관보전직불제는 WTO에 규제를 받지 않고 농가소득을 보전해 줄 수 있는 합법적 지원방안이기 때문에 국가적 환경보존 차원에서도 농가 가정형 경관보전직불제를 꼭 도입해야 한다.

 

김인련= 대기업 농업 진출을 반대해야 한다. 예를 들면 대기업들이 양파농사나 축산업에 진출하고 있는데, 소농들이 죽어나간다. 동네빵집이 대기업 제과점에 밀려 자취를 감추는 것도 이와 같은 것이다. 정부가 막아줘야 한다.

 

▲ 정정란 재무이사

정정란= 대기업들이 보조금을 받아 대규모 유리온실을 짓고 있다. 하지만 이 보조금 때문에 농가가 죽는다. 소농들은 보조금을 받기 힘들다. 있는 사람만 보조금을 받는다.

농사를 짓는데도 빈부 격차가 심하다. 지금의 농업정책은 있는 사람 위주의 정책이다. 소농들은 그나마 가공사업을 하지 못하면 농가경영을 이끌어가기 어렵다. 실질적으로 직불금 혜택을 보는 사람은 따로 있다. 농업정책을 제대로 알고 신경 쓰는 사람이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

 

▲ 이순선 차석부회장

이순선= 농촌이 잘살려면 소농이 더 잘살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거꾸로 가고 있다. 우리 생활개선회가 앞장서서 대선후보들에게 강하게 어필해야 한다.

내가 먼저 머리띠를 두르겠다. 정부에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다 같이 잘사는 농촌을 만들려면 가족농이 살아나야 한다. 그렇게 되면 소득과 문화·복지가 더욱 좋아질 것이다. 농업인들도 정부정책에 적극 협조해야 하지만 할 말은 해야 한다.

 

▲ 왕무연 홍보부회장

왕무연= 농축산물 수급 안정화 정책이 필요하다. 지난 100년간 세계 기온이 평균 0.75℃ 상승했는데 한반도는 1.8℃ 상승했다. 기온상승에 따른 이상 기후가 우리 농업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태풍과 국지성 호우와 가뭄, 외래 병해충, 구제역·AI 등 가축질병으로 인해 경제적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이러한 이상기후는 농축산물 생산에 큰 피해를 주고 있고 안정적인 먹거리 제공과 서민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농축산물 수급 안정화를 위한 유통구조 개선, 병해충 방제, 농산물 안정생산기반 마련 등 기본정책이 마련되길 바란다.

 

▲ 유연숙 총무이사

유연숙= 대기업과 소상공인 정책이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대농과 중소농에 대해서도 차별화된 농업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현재 우리 농업은 대농위주로 농산업이 바뀌어가고 있다. 대규모 시설 조성에 따른 환경파괴, 품목 싹쓸이, 판매망 점령, 스마트형 농업 등 대농 위주의 각종 사업과 정책으로 인해 소농인들의 소박하고 작은 행복이 고갈되고 있다.
여성농업인과 고령농업인 등 중소농인들은 오랫동안 전통을 고수하며 토종종자를 지키고, 발효식품을 계승하고 있으며 농외소득을 통해 소득을 보전하고 있다. 기계화에 의존하지 않고 옛 것을 지키며 손수 가공하는 소농에 대한 배려가 중요한 이유다.

중소농은 변하지 않는 농심이 담긴 농산물과 가공식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들은 또 농촌의 정서를 알리고 자연을 지키고 보존하며 소중한 농산물을 생산해 도시민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농촌의 자연을 믿음과 정성으로 가꿔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중소농이다.
대기업이 소상공인의 자리를 빼앗듯, 농산업도 대농에 밀려 소농인은 기존의 생산과 판매마저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여성농업인과 고령농업인의 경우 현실이 더욱 심각하다. 그렇기에 현장에서 실천가능한 중소농 농업정책과 사업이 마련되고 실행돼야 한다.

전북지역에도 여성농업인 바우처 사업을 실시하고 있는데, 제약이 많아 지원받기가 쉽지 않다. 여성농업인이라면 누구나 바우처를 이용할 수 있도록 포괄적 복지가 이뤄져야 한다.
농촌학교에 다문화학생 편견 문제도 심각하다. 다문화사회로 가고 있는 상황이지만 교육부문은 다문화 학생이 따라가기 힘들어 정신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한다. 이 같은 문제는 해결돼야 한다.

 

정정란= 생활개선회는 지난 60년간 학습단체로서 교육과 봉사활동, 6차산업화, 농산물 가공 등에 주력해왔다. 여타 농업인단체처럼 자기 목소리를 크게 내 본적이 없다. 우리도 큰 목소리를 내야 한다. 회원들의 목소리를 중앙회가 대변할 때가 왔다. 따라서 미래지향적이고 한층 업그레이드된 교육이 필요하다. 농촌생활 향상과 여성농업인을 위한 현실적인 정책을 만들어달라고 정부에 요청해야 한다.

지금 우리 농촌은 고령화돼 농업 후계인력이 태부족하다.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농촌 의료 현실도 마찬가지다. 농촌지역에 병원을 확충하고 시설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농촌에 많은 다문화가정에 대한 정책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농촌지역의 국제결혼 대부분은 나이차가 많고 경제사정도 좋지 않아 농촌사회에 문제가 되고 있다. 혹여 남편이 먼저 사망할 경우에는 넉넉지 못한 살림에 시부모까지 모시고 생활하기가 어렵다. 정부차원에서 다문화 결혼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 나옥연 감사

나옥연= 농촌에서 농사를 지으면 가장 중시하는 것이 농자천하지대본이다. 농업은 생명산업이고 식량주권을 지키는 안보산업이다. 하지만 농업이 그 위상에 맞는 대접을 못 받고 빚더미에 올랐다. 우리 농업은 농산물시장 개방과 인건비·재료비 상승으로 모든 면에서 힘들다. 최근 빈발하는 이상기후로 재배여건도 녹록치 않다.

농업선진국을 견학하고 우리보다 낙후된 곳도 가봤지만 먹거리 산업이 무너지면 국가의 모든 것이 무너진다. 그렇기 때문에 대선후보들에게 농업의 중요성을 인식시켜 1차 산업인 농업에 대한 설계를 제대로 하도록 해야 한다. 농업정책을 꼼꼼히 잘 세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농업인들에게 이론과 실기교육을 해야 한다. 또한 도시민에게 농업교육을 할 수 있도록 농민자격증을 교부해 농업인들이 자부심과 긍지를 가질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

전통적 가부장제가 아직 많이 남아 있는 농촌에서 여성들이 살아가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농사일에 가사일, 시부모까지 봉양해야 하는 농촌여성들에게 양성평등이란 다른 나라 일이다. 여성들도 엄연한 경영자다. 여성농업인들이 CEO 대접을 받을 수 있게 우리 농업농촌에도 양성평등이 하루빨리 정착돼야 한다.
학교에서 양성평등에 대한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정부가 농업인단체와 협력해 양성평등에 대한 틀을 마련한다면 우리 농업농촌이 활기찬 나라가 될 것이다.

 

▲ 배점순 감사

배점순= 해외 농업선진지를 견학하다 보면 여간 부러운 것이 아니다. 그들 나라는 농촌을 잘 보전하고 경관을 지키며 옛것을 소중히 계승하고 있다. 그런 것들을 자원화해 관광과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농촌개발이 우선이 아니라 경관을 잘 보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게 도시민에게는 힐링을 제공하고, 농업인에게는 소득이 된다.

우리 농촌에서 대부분인 중소농은 대농과 싸워서 이기기 힘들다. 그렇기에 중소농들은 농촌경관을 잘 지키고 유지해 이를 마케팅과 연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에 대선후보들은 농촌을 지켜야만 우리나라가 유지된다는 것에 대한 공감대를 갖고 공약을 내세워야 한다. 농업의 6차산업화와 경관보존, 식품가공, 숙박, 서비스 등은 여성들의 몫이므로 정책과 예산이 동시에 뒷받침돼야 한다. 도시계획이 마련되듯 농촌계획도 체계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임평자= 대농 위주 정책으로 중소농들이 피해를 입는다면 이를 정부에 적극 대책마련을 요구해야 한다. 농업경영의 최종 목표는 소득이 아니라 삶의 질이다. 요즘은 여성들의 발언권이 세졌다. 농촌여성들도 이제는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이에 생활개선중앙연합회가 먼저 바뀌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