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이 되는 건강정보 - 좋은 의사, 좋은 병원 고르는 법(2)

최소 비용으로 효율적 치료 제공
꼭 필요한 약물만 처방…자연치유 권장

▲환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의사
기계화·상업화가 진행되면서 환자 중심의 의료체계는 실종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폐쇄적이고 거대한 병원 조직, 분과별로 분화된 진료 체계는 치료 주체인 환자를 소외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환자는 자기가 앓고 있는 병이 어떤 병이고, 어떤 상태인지, 왜 이런 검사를 받는지, 투약과 수술의 부작용은 없는지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최근 들어 지나치게 분과화된 의료의 문제점을 보완한다는 명분하에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다학제 진료가 실시되고 있다. 다학제 진료는 여러 임상과가 공동 참여하는 집단 치료시스템이다. 그러나 실상은 진료 효율화를 도모하려는 병원 위주의 시스템에 불과하다.
국립의료원장과 단국대 병원장을 지낸 소아과 의사 손근찬 박사는 “병은 환자가 스스로 고치는 것이지 의사가 고쳐주는 것이 아니다. 의사는 환자가 스스로 고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조자일 뿐”이라며 “‘치료의 주체는 환자 자신이고 의사는 치료의 객체’인데도 의사들은 물론 환자들도 병원이나 의사가 병을 고쳐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권리장전이 규정하는 환자의 권리에 따르면 환자는 담당 의사, 간호사로부터 질병 상태, 치료 방법, 의학적 연구 대상 여부, 장기 이식 여부, 부작용 등 예상 결과와 진료비용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듣고 자세히 물어볼 수 있으며, 이에 관한 동의 여부를 결정할 권리를 가진다.
지금 행하는 검사가 왜 필요한지, 환자의 상태가 정확히 어떻고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약 처방이나 수술이 필요하다면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설명해 주는 의사가 좋은 의사다. 특히 환자가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설명하며 소통에 힘쓰는 의사라면 신뢰할 수 있다.

▲비용이 저렴한 의사
동일한 진단과 치료를 한다면 더 적은 비용이 드는 쪽을 택하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진료비와 치료비가 의료수가로 책정되어 있기 때문에 큰 차이가 없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도 사실은 상업주의 의료제도의 모순이다. 그러나 의사와 병원에 따라 어느 정도 비용의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비용 부담이 적고 효율적인 치료를 제공하는 의사가 좋은 의사이다.

▲과잉 진료를 하지 않는 의사
간혹 수입을 위해 불필요한 고가의 검사와 신치료술을 권유하는 의사들이 있다. 슈퍼 ‘을’인 환자들은 사실상 의사의 말을 따르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치료에 자신감이 없거나 경험이 부족한 의사들일수록, 이것저것 불필요한 검사를 권하고 다량의 약을 처방하기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환자들은 많은 약을 처방해주는 의사를 좋은 의사로 착각한다. 좋은 의사는 환자의 증상을 면밀히 관찰해 꼭 필요한 약물만을 처방하며 불필요한 검사는 권하지 않는다.

감기 같은 질병은 특별한 치료 없이도 자연치유가 가능하다. 약 처방보다는 생활관리 요령 등을 가르쳐 환자가 스스로 치유하도록 하는 의사가 좋은 의사다.
요즘도 환자의 증상에 꼭 필요하지 않을뿐더러 부작용을 유발하는 약물스테로이드제나 항생제, 진통제를 장기간에 걸쳐 처방하는 의사들이 있다. 심지어 이런 의사들이 입소문을 타서 명의로 통하기도 한다.

미국인들은 심장병, 암, 뇌줄중 다음으로 약물 부작용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교통사고 사망자 수보다도 많다. 정확한 통계자료는 없지만 유달리 약물 치료를 선호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약물 부작용의 폐해는 더 클 것이다.
한양대학교 약리학 교실 신인철 교수는 항생제, 항암제, 항응고제, 심혈관계 약제, 항경련제, 당뇨병 약제, 고혈압 약제, 진통제, 천식 약제, 진정수면제, 항우울제, 정신질환 약제, 소화기계 약제등의 순으로 부작용이 많이 나타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모두 한국인이 많이 처방받는 약물이다. 특히 노약자와 수술 환자, 신장질환자와 간질 환자 등은 부작용을 더 많이 겪는다.

우리나라의 항생제 내성도는 세계에서 가장 높다. 그만큼 항생제가 많이 처방되는 나라인 것이다. 항생제 내성률 때문에 항생제를 써도 70~80%의 질병에는 효과가 없다. 이는 80년대의 10%에서 7~8배 급증한 숫자다.

최신 장비를 이용한 검사 역시 비용도 많이 들어가지만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검진에 주로 사용하는 X선 촬영은 피폭선량이 크지 않지만 유전자를 손상시킬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MRI 검사의 경우 방사선에는 노출되지 않지만 강력한 자기장으로 인한 부작용이 염려되고, PET 검사 역시 비록 적은 양이지만 방사선 물질이 체내에 들어간다. 우리나라의 검사 장비 이용률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인구 100만 명당 CT기계 보급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2배 이상 이며, MRI 보급률은 7.8대로 영국의 4.5배에 달한다. 장비가 많이 보급될수록 그 비용 회수를 위해 꼭 필요하지 않은 검사를 환자에게 권할 확률이 높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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