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농촌, 저출산 늪에 빠지다

최근 출산한 여성 대부분이 다문화가정
지자체 출산시책…근본대책으로 미흡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 못 면한다.’
1960년대 정부가 산아제한에 사활을 걸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된 표어다. 당시는 전후 상황으로 아이를 많이 낳아도 제대로 기르기 어려운 현실이었다. 때문에 아이를 적게 갖자는 가족계획캠페인이 시작된 것이다. 이후 1970년대에는 남아선호사상이 출산 제한의 걸림돌이 돼 ‘딸·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구호가 등장했다.

전통사회에서 출산은 종족 보존과 번성을 의미했다. 조상의 생명이 후손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특히, 농촌에서는 노동력의 원천을 사람으로 생각했기에 다산을 곧 재산으로 여겼다. 하지만 산업발달로 농촌의 젊은이들은 도시로 떠났고 농촌공동화가 더욱 심화됐다. 때문에 농촌은 60~70대가 주를 이루는 초고령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다(多)자녀에서 소(小)자녀로
“아이를 낳는 사람은 거의 다문화여성이다. 그런데 그것도 1년에 한 두 번이지 갓난아이 울음소리 들은 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강원도 철원에서 30년 째 농사를 짓고 있는 50대 A씨는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사라졌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어 A씨는 “농촌에 사는 사람들이 거의 60~70대로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사람들이 많다”며 “젊은이들이 없는 농촌은 이제 점점 더 삭막해져 간다”고 한탄했다.
도심과 가까운 경기도 화성에 사는 B씨는 “우리 때는 남아선호사상으로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5명 이상 낳는 것이 기본”이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세태가 변해 한 두 명만 낳아 단란한 가정을 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수원과 안산 등 도심과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조금만 외곽에 있으면 젊은이들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호소했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심각해지면서 몇몇 지자체가 소멸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30년 안에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84개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됐다.

특히, 경북 의성군 신평면은 전국에서도 ‘소멸 위험’이 가장 높은 곳으로 전체 주민 818명 가운데 20~39세 여성 인구는 21명에 불과하다. 가임 여성 인구가 노인 인구의 5%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의성군 외에도 군위, 영양, 청송, 봉화, 영덕, 청도군이 ‘소멸 고위험’ 지역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독 농촌 지역의 출산율이 저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젊은 귀촌·귀농인 끌어들여야”

문제점, 어떤 것들이 있을까
통계청이 발표한 ‘2015 농림어업총조사’에 따르면 농촌인구 중 60대 이상이 24.9%, 20~30대가 12.9%를 기록했다. 2배 이상의 차이를 보이는 것은 젊은이들이 다양한 직업선택과 함께 문화혜택, 의료·교육시설이 부족한 농촌보다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도시로 발길을 옮긴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강원도 홍천에서 초등학생 아이를 키우고 있는 B씨는 “학교를 가도 학생 수가 적어 반이 통합되다보니 아이가 배우는 데 한계를 느낀다”며 “중학생이 되기 전에 서울 근교로 이사를 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아이를 낳아 길러도 교육적인 문제로 이사를 가거나 주소를 변경하는 일이 빈번하다고 말했다.

또한 기후변화에 취약한 농업의 특성상 안정적인 수입을 얻기 힘든 이유도 젊은이들이 농촌을 찾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아울러, 임신을 해도 병원에 가기 위해서 교외로 나가야 할 일이 많아 출산 전부터 다른 지역으로 원정을 가는 경우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아이 낳을 수 있도록 지원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임신에서 출산까지 드는 1인당 평균 총 진료비용은 185만 원이다. 여기에 출산용품까지 합하면 출산비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전남 해남군에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0여 년 전부터 출산장려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다.

해남군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출산율을 보이는 지방자치단체로 군의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전국 평균보다 2배 이상 높은 2.43명을 기록했다.
이러한 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해남군이 2008년 급격한 인구감소에 위기감을 느끼며 전국 최초로 출산정책팀을 신설해 저출산 문제에 전면 대응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군에서는 출산정책의 일환으로 젊은이들을 유입하기 위해 다양한 정착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해 해마다 귀농인 600여 명씩을 유입시키고 있다.
다른 지자체 또한 해남군처럼 출산 정책 외에도 농촌학교, 교육프로그램을 다양화해 청년을 유입할 수 있어야 하며, 농사일이 힘만 들고 소득창출이 어렵다는 편견을 없애 평생직장으로 일할 수 있다는 인식전환을 시켜야 한다. 또한 경제적으로 안정된 일자리와 교육환경, 의료서비스, 문화 시설을 보급하는 등 여건 마련이 시급하다.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현상으로 대두된 지 오래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개선된 부분은 미비하다.
지금처럼 출산 후를 지원하는 대책으로는 출산 증대 효과를 보기 어렵다. 농촌의 초고령화 사회를 막기 위해서는 귀촌·귀농인의 정착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다각화 하는 등 젊은이들을 농촌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대책을 세우는 것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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