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난 농업, 따뜻한 동행, 행복한 농촌여성

■ 경북 영주 둥근마 재배농가 권미경씨

우리 농업은 그 어느 때보다 변화의 물결에 직면해 있다. 더 이상 누군가가 시키거나 남들이 하던대로 생산만 열심히 해서는 앞날을 기약하기 힘들다. 시장의 변화를 빠르게 읽고 생산과 판로를 차별화해 그야말로 작지만 강한 농업 ‘강소농’의 길이야말로 우리 농업의 미래라고 얘기하는 이들이 많다. 경북 영주에서 이런 강소농의 길을 걷고 있는 권미경씨의 값진 노하우는 과연 무엇일까.

우수한 효능과 수월한 재배법의 둥근마
점차 늘어가는 소비자들로 자신감 가져

▲ 권미경씨는 둥근마의 탁월한 효능과 밝은 시장성을 내다보고 도전을 시작했다.

일반마보다 뮤신 많고 육질 단단해
벼농사를 시작으로 하수오, 감초, 황기 등 다양한 특용작물을 지어봤다는 권미경씨는 둥근마의 탁월한 효능과 수월한 재배법, 그리고 밝은 시장성을 알아보고 4년전부터 재배를 시작했다.
“경북 영주와 인근의 안동은 예전부터 장마나 단마를 많이 재배했어요. 그래서 둥근마의 생산량이나 인지도가 낮은 게 사실이죠. 하지만 둥근마는 마 특유의 끈적끈적한 뮤신 성분이 약 4배 가량 많고 수분이 적어 육질이 단단하고 고소한 맛이 나요. 또한 전분의 양도 상대적으로 많아 제빵으로 쓰는 고객분들도 늘어나고 있어요. 이런 영양적 우수함뿐 아니라 생육이 왕성해 병해충에도 강하고 수확할 때도 장비없이 인력으로도 가능해 키우기 참 수월한 작물입니다.”

둥근마에 많은 ‘뮤신’은 단백질의 흡수를 촉진하고 위벽을 보호하며, 대장에서 일종의 윤활유 기능을 하기도 한다. 인삼에 많다고 알려진 사포닌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차세대 슈퍼푸드로서의 가능성도 충분하다.

“둥근마를 알면 알수록 좋은 효능들이 참 많아요. 마 자체도 좋은 자연건강식품인데 둥근마는 탄수화물·지방·단백질 등 필수 3대 영양소가 일반마보다 더 많아요. 그리고 남성들에게는 비타민과 필수아미노산이 많아 남성호르몬을 더 많이 유발해 원기를 회복시키고, 여성들은 피를 잘 돌게 해서 안면홍조증 완화에도 좋다고 해요. 이런 효능 덕분에 ‘산속의 장어’라고도 불리울 정도예요.”

파머스마켓 통해 판매·홍보 동시에
농작물의 판로개척은 농사를 계속 지속할 수 있느냐를 결정하는 핵심사안이다. 권미경씨도 처음에는 지인을 통한 입소문으로 알음알음 판매를 시작했다. 다행히 한번 찾은 고객들은 본인은 물론이고 주변에 추천을 하면서 단골들이 계속 늘어났다. 자신감을 갖게 된 권미경씨는 영주농협의 파머스마켓에서 판매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어려움을 예상했지만 막상 납품을 해보니 권미경씨의 둥근마는 다른 마보다 빨리 동이 나곤 했다. 비록 전체 판매량에 비해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새로운 판로에 대한 희망을 발견한 권 씨는 납품량을 꾸준히 늘려갈 계획이다.

“영주농협 파머스마켓에서 판매된다는 것 그 자체가 둥근마에 대한 좋은 홍보수단이예요. 그리고 소비자와 파머스마켓 관계자를 통해 제품의 포장이나 가격에 대한 객관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어 좋은 공부도 된다고 생각해요.”

▲ 지난해 전문가의 조언과 배움의 자세로 일군 소중한 둥근마 수확물들.
▲ 마 특유의 끈적끈적한 뮤신 성분은 둥근마가 일반마보다 약 4배 가량 많다.

전문가 조언은 농업의 필수 성공조건
우리나라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건 노후에 소일거리 삼아 하는 일, 누구나 무작정 도전할 수 있는 일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그런 타성에 젖어 남들처럼, 매년 하던 방식으로 농사를 짓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권미경씨는 재배하는 작물의 전문가라면 장소를 불문하고 도움 청하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았다.

“농사일이라는 게 지금 잘 된다고 계속 잘 될수는 없는 일이고, 한번 실패하면 그 피해가 막심해서 전문가의 도움을 얻어 최대한 실패할 가능성을 줄이려고 해요. 많은 수소문 끝에 찾은 전문가가 바로 경상북도농업기술원 생물자원연구소의 손창기 박사예요. 손 박사님이 둥근마의 우수한 효능, 다양한 재배방법, 밝은 시장성까지 그야말로 A부터 Z까지 다 알려주신 덕분에 좋은 작물을 수월하게 키우고 있다고 생각해요.
인생살이와 마찬가지로 농사도 끊임없는 배움의 결과물이더라구요. 큰 농사를 짓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도 배우고 도전하고 또 배우고 도전하는 자세로 작물들을 키워낼 거예요.”  

■ 미니 인터뷰 - 경상북도농업기술원 생물자원연구소 손창기 박사

“둥근마는 신소득작물로 충분한 가치 있어”

“경상북도는 2014년을 기준으로 마 재배면적의 73%, 생산량의 79%를 차지하는 최대 산지지역입니다. 우리 경상북도농업기술원 생물자원연구소는 마 최대 산지지역의 관련연구기관으로서 1992년부터 국내에서 유일하게 마의 유전자원을 수집하고 특성을 평가해 새로운 품종과 재배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둥근마의 경우 씨마 싹틔우기, 논재배기술, 바이러스 무병주 생산과 보급, 그리고 한약재·음료·식품재료·주류 등 다양한 가공기술을 개발해 재배농가에게 도움을 드리고 있습니다.

경북 영주와 안동에서는 아직 장마와 단마의 생산량이 많지만 둥근마는 새로운 유전공학기술 접목, 다양한 재배법 개발과 밝은 시장성으로 신소득작물로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그런 가치를 확신하고 우리 연구소를 찾은 권미경씨는 끊임없는 도전과 배움의 자세로 매년 발전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 참 뿌듯하게 생각합니다.

이런 적극적인 농민들을 뒷받침하기 위해 우리 생물자원연구소는 둥근마에 대한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입니다. 앞으로도 권미경씨처럼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강소농가들이 더 많이 탄생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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