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지 못한 사랑의 슬픔을 달래기 위해 작곡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란 기타 연주는 세계적 명곡으로 유명하다. 스페인의 남부도시 그라나다에는 이슬람의 마지막 왕이 거처하던 알함브라 궁전이 있다. 이 궁전이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근대 기타의 아버지로 불리우는 스페인의 기타 연주가이며 작곡가인 ‘프란시스코 타레가’다. 그의 제자였던 콘차 부인과 함께 알람브라 궁전을 찾아가 사랑을 고백했지만 거절을 당한다. 실의에 빠진 타레가는 달빛아래 드리워진 궁전의 아름다움 모습과 자신의 슬픈 사랑을 담아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란 명곡을 작곡했다.

800년간 이슬람문화의 번영과 영광, 패배와 좌절을 한 몸에 담고 있는 알함브라 궁전의 아름다움 뒤에는 못다 한 사랑이야기가 넘쳐난다.

그라나다 왕의 여름별궁인 ‘헤네랄리페’는 아랍어로 ‘젖과 꿀이 흐른다’는 의미를 지닌 정원으로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룬다. 이 별궁 정원 한 쪽에는 이루지 못한 사랑이야기를 간직한 고목이 죽은 채로 앙상히 남아있다. 왕의 별궁을 지키던 근위대의 귀족과 왕의 후궁이 밤마다 이 나무 아래에서 몰래 사랑을 속삭였다. 뒤늦게 이를 알게 된 왕은 그 귀족의 목을 쳐서 이 나무에 걸어뒀고, 그것도 모자라 사랑의 장소를 제공한 그 나무에게도 죄를 물어 뿌리를 잘라 고사시켜 버렸다고 한다.  

이 두 사랑이야기 중 실연의 아픔을 딛고 위대한 작품을 만들어 낸 타레가의 이야기는 차라리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권세와 탐욕으로 죄 없는 나무에게도 벌을 내리는 모습은 오늘날 권력을 잡기위해 온갖 수단을 가리지 않는 한국 정치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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