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농촌진흥청 김유호 수확후관리공학과장

품종개발․재배․수확가공기술
각각의 연구분야 협업하면
안전하고 신선한 농산물
식탁에 빨리 오르게 될 것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속담이 있다. 함께 협력해서 하면 훨씬 더 쉽고 효과적이라는 의미다. 이 속담을 요즘 쓰는 용어로 표현하면 바로 ‘협업’이다. 최근 기업들 사이에서는 마케팅 영역을 넓히기 위해 다양한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저렴한 가격의 의류브랜드와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만나고, 외식업체와 배달업체가 손을 잡으며, 보안에 취약했던 모바일 업체들이 보안업체와 힘을 합치는 등 협업을 통해 시장을 변화시키고 있다. 정부기관에서도 협업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국가검진자료를 활용해 신체검사 없이도 운전면허를 발급받을 수 있는 서비스는 대표적인 우수 협업사례 중 하나다.

바야흐로 협업의 시대라고 할 수 있는 요즘, 농업연구기술 분야에서도 협업은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는 기술부터 개발한 품종을 재배하는 기술, 재배한 농작물을 수확․가공하는 기술까지, 일련의 기술을 연구․개발하는데 각각의 연구분야 전문가들이 협업을 한다면 안전하고 신선한 농산물이 우리 식탁 위로 올라오는 시간이 엄청 빨라질 것이다. 내부간의 협업뿐만 아니라 외부와의 협업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특히 농업인단체 등 영농현장 농업인과의 협업은 어느 분야보다 중요하다. 즉, 연구, 지도결과를 현장에서 활용하는데 있어서 그들과의 협업이 안 된다면 결국 그 기술은 확산이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난 2014년부터 ‘RDA 수확후 연구포럼’을 제안해 운영하고 있다. 이 포럼은 농진청 연구원들 간의 협업을 통해 수확후 관리․이용분야 연구를 더욱 발전시키자는 취지에서 출발해 9개 부서가 참여하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연 2회 이상 포럼을 개최하고 있으며, 연구원들간에 수시로 만나 무엇을 협조해야 할지 어떤 기술을 협조 받아야 할지를 얘기하고 있다.

협업의 결과는 새로운 수혜자가 있기도 하지만 서로가 수혜자가 될 수 있기에 그 효과는 크다고 할 수 있다. 즉, 내가 개발한 기술을 다른 협업부서에서 사용하고 그 기술을 사용한 부서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기술의 관계가 먹이사슬처럼 연결된다.

협업을 잘하기 위해서는 첫째, 우선 내 것을 내려놓고 소통해야 한다. 또 모든 것이 투명해야 한다. 둘째, 리더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 조직을 책임지는 리더의 의지에 따라 협업 정도가 결정되고, 성공 가능성도 좌우된다. 설령 리더가 바뀐다고 할지라도 흐지부지되지 않기를 바란다. 셋째, 수요자 중심의 공동목표를 세워야 한다. 협업의 결과물은 소비자가 요구하는 대상이 돼야 한다. 공급이 소비보다 많아짐에 따라 수요자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만큼 여기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은 협업으로 상생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넷째, ‘내’가 아니라 ‘우리’가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언제부터인가 개인주의화되면서 우리라는 단어가 어색하기까지 하다. 협업을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공동체의식이 반드시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협업을 하는 사람에게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한다. 서로 다른 두 개 이상의 조직이 모여 공동 목표를 달성하는 일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성공적인 협업을 이뤄내고 훌륭한 성과를 냈을 때 그에 맞는 대가가 있어야 한다.

최근 세계경제포럼의 클라우스 슈밥 회장은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대응하려면 거대한 물고기가 아닌 작은 물고기의 조합을 통해 민첩하게 움직여야 한다”며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제 협업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생존전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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