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을 계승하는 농촌여성... 금별전통식품영농조합법인 ‘단청가’ 오혜숙 대표

전통 그대로 정성 가득 담아 만든 산자·장·장아찌

정읍은 기다림의 고장이다. 정읍사 천년의 기다림이 있고 동학 후예들의 간절한 기다림을 염원하는 고장이다. 기다림의 고장 정읍에서 오혜숙 대표는 간절한 기다림이 깃든 맛을 장과, 장아찌, 그리고 산자에 고스란히 담아낸다. 넉넉한 어머니 마음으로 농촌여성의 손맛을 지켜나가며 오래 묵혀 오히려 새로운 맛을 탄새시킨다.

잊혀져가는 맛 미래세대에 전하고파

고즈넉한 풍경을 담은 농촌 정서를 간직한 정읍 정우면에서 오혜숙 대표는 각종 농촌여성 손맛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고운 단청처럼 오래도록 변함없이 사업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각오를 담아 상호를 단청가라고 이름 붙였다.

오 대표가 정읍의 100년 넘은 멋스러운 고옥, 그리고 시어머니의 손때가 묻은 수십 개의 장독대를 고스란히 물려받을 수 있었던 계기는 1992년, 시어머니가 편찮으시단 소식에 도시생활을 접고 한걸음에 정읍으로 달려온 지극한 효심 덕분이었다.

이후 남편 홍금식 씨와 함께 서로를 의지하며 부지런히 땅을 가꿨다. 시골이지만 깨끗이 가꾸면 마음도 즐거워져 여러 꽃나무를 주위에 심고 돌담도 한층 한층 쌓으며 주위 환경을 가꿨다. 100년 고택과 어우러진 마을 풍경은 어느새 그림 같은 풍경이 됐다. 오씨 부부의 돌담 쌓기 작업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오 대표는 시골살이의 적적함을 각종 교육으로 이겨냈다. 정읍시농업기술센터 계단을 부지런히 오르내린 덕에 운 좋게도 2014년 소규모 가공창업사업을 지원 받을 수 있었다. 
가공에 필요한 시설을 갖추고 어머니의 어머니에게서 물려 받은 솜씨로 장을 담가 항아리를 채웠다. 농사지은 각종 재료들로 재료 고유의 맛을 살린 각종 장아찌도 담갔다. 예전 아버지가 호박과 생강으로 직접 만드시던 조청 제품도 만들었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단청가는 두툼한 전통 산자로 지역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산자도 역시 긴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한 슬로우푸드다.

▲ 단청가의 산자는 오랜 시간 발효돼 반으로 나눠보면 흰 서릿발이 풍성하다.

오 대표가 만드는 산자는 찹쌉로 찹쌀떡을 만들어 15일 간의 충분한 발효를 거쳐서 만들기에 다른 제품보다 모양이 두텁다. 반으로 쩍 잘라보면 실처럼 타래지은 서릿발이 풍성하게 드러난다. 당연히 입에서 살살 녹는 부드러운 맛을 내게 된다. 산자에 중요한 조청 역시 보기 드물게 직접 만든 조청을 사용했기에 덜 달고 딱딱해 지지 않아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실패를 거듭한 끝에 지금 제품이 완성됐어요. 온도와 시간 맞추기에 비결이 있어요."각종 장아찌와 장류 역시 남편인 홍금식 씨가 직접 농사지은 국내산 재료만을 쓰기에 자부심이 큰 제품들이다.
하지만 오 대표는 대물림한 솜씨보다 그간 정읍시농업기술센터와 전북도농업기술원에서 받은 각종 가공교육이 제품 탄생의 바탕이 됐다고 고마워한다.

▲ 잊혀져가는 전통의 맛을 살리고 있는 오혜숙 대표의 100년 고택이 저 멀리 보인다

판매 역시 각종 교육의 힘을 톡톡히 봤다. 정보화 교육을 받은 덕에 익힌 SNS를 통한 직판매가 주를 이루고 정읍시 농특산물 온라인 쇼핑몰인 정읍 단풍미인 쇼핑몰에 입점해 있다. 
지난해에는 전북도농업기술원에서 주최한 농업인 정보화 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얻었다.

“옛 음식에는 추억까지 담겨 있지요, 우리집 장아찌에서 돌아가신 어머니의 맛을 느꼈다는 손님도 계셨어요. 무엇보다 전통의 맛을 계승하고 있다는 데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잊혀져 가는 맛을 온전히 보전해 자라는 세대에게 전하고 싶다는 오혜숙 대표는 식생활 교육 지도사 자격까지 갖추고 이제는 전통의 맛으로 미래 세대의 입맛까지 사로잡아 보겠다는 당찬 꿈을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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