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 특집 -‘화훼산업’ 여성 힘으로 꽃 피운다 (2)

▲ 양재동꽃시장에서 20여 년간 활동해온 중도매인 김희순 씨.

■ 양재화훼공판장 160호 ‘다원’ 중도매인 김희순 씨

경기침체에 엎친데 덮친격으로 부정청탁법(일명 김영란법) 직격탄을 맞아 우리나라 화훼산업이 고사 일보직전이다. 이런 어려움과 시련 속에서도 여성의 힘으로 굳건히 화훼 농사를 하거나 중도매인으로 활동하며 화훼산업 발전을 이끄는 여성들이 있다. 농장에서 화원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며 화훼산업 도약에 힘을 보태는 사례들을 소개한다. 적은 돈으로 가장 만족하게 마음을 사로잡는 귀한 선물인 꽃, 그 꽃이 나와 가족을 위한 ‘생활 속의 꽃 소비문화’로 정착되길 바란다.

경험·순발력·안목 세 박자 갖춘 양재화훼공판장 중도매인

“꽃 가격은 증권지수와 비슷해 등락이 심하죠. 그래서 중도매인의 역할이 더 중요합니다. 수많은 경험과 순발력은 물론 경매 당일 컨디션에 따라 좋은 상품의 낙찰이 결정됩니다.”
aT 양재동화훼공판장(일명 양재동 꽃시장) 신관 160호 다원을 경영하는 중도매인 김희순 씨의 말이다. 다원에서는 장미, 프리지아, 국화, 카네이션 등 각종 절화를 취급한다.

김희순 씨의 하루 일과는 전국에서 올라온 꽃들의 경매가 시작하는 밤 12시부터 시작된다. 김 씨에게는 꽃 경매가 바로 영업의 시작이다. 경매 시작 전 트레일러에 담긴 각각의 농가에서 정성껏 키운 꽃들을 살펴보고 미리 구입할 꽃과 꽃 가격을 정해 놓는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양재동 화훼공판장 본관 1층 경매장에서의 절화 경매는 일주일에 세 차례, 일·화·목요일 밤 12시부터 열린다. 경매가 끝나는 시간은 별도로 정해진 게 없고 상품이 다 팔려 나가야 끝이 난다. 보통 새벽 3시 정도 쯤인데  요즘 같이 물량이 많을 때는 새벽 4시까지 가기도 한다.

경매가 끝남과 동시에 김희순 씨의 또 다른 일과가 양재동 화훼도매시장 160호에서 다시 시작된다. 경매에서 낙찰 받은 꽃들을 매장에 진열해 파는 도매시장은 경매 후에 시작돼 오후 1시에 문을 닫는다.

▲ 양재동 화훼공판장 경매장은 밤 12시부터 경매가 시작된다.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꽃과 화분들이 새 주인을 만나게 된다.

이곳서 미리 주문 받은 꽃들을 전국 소매점에 포장해 택배로 보내고, 낙찰 받은 꽃들을 손질해 도매시장을 찾은 화원 경영주 등 소비자에게 설명하며 판매한다.
싱싱한 꽃들을 새벽에 직접 경매 받고, 또 오전 동안 판매하는 고된 일이라 보통의 경우 부부가 남편은 경매. 아내는 판매로 일을 나누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김희순 씨는 이 모든 일을 혼자 힘으로 해내고 있는 억척 여장부다.

“1997년 양재동 화훼공판장 종업원으로 꽃과 인연을 맺었죠. 2000년부터 중도매인으로 활동하며 직접 매장을 운영해 왔으니 20여 년이 넘는 세월동안 꽃과 함께 했네요.”
그간 다양한 꽃들의 품종이 없어지거나 새로 생기는 것을 지켜보았고, 수많은 화원들이 없어지거나 또 새로 생겨나는 것을 경험하며 김희순 씨 자신은 차돌 마냥 더 단단해지고 경륜이 붙었다고 들려준다. 꽃에 대한 안목도 생겨났다.
“소비자로서 꽃을 볼 때는 아름답기만 했죠. 꽃은 그냥 보기만 해도 좋은 아기 같아요. 하지만 막상 중도매인이란 직업은 녹녹치 않은 직업입니다.”

수면 시간이 부족한 게 가장 힘들어 졸다가 가격을 잘못 누르는 바람에 경매에서 낭패를 본 일도 있었다. 그래도 그 힘든 시간을 견딜 수 있었던 원천은 화훼 경매시장이 주는 생동감, 꽃이 선사하는 마음의 위로 때문이란다.
“경매는 살아있다는 걸 느끼게 해줍니다.”

다만 좀처럼 하향곡선만 그릴뿐 2000년대 이후로 한 번도 상승 곡선을 그리지 못하고 있는 화훼시장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요즘은 선물용 꽃이 아닌 스스로 위안과 힐링이 되는 꽃소비 문화 조짐이 보이고 있어 그나마 다행스럽습니다. 많은 이들이 꽃이 주는 이로움을 느낄 수 있는 생활 속의 꽃소비 문화가 정착되었으면 합니다.”
꽃시장 터줏대감 김희순 씨의 꽃소비 활성화를 위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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