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 중에는 간혹 단체 회장이 수 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고  있는 사례가 있다. 심하게는 수십 년 동안 회장직을 맡아하는 경우도 있다. ‘여성단체 회장은 종신제냐’는 여성단체를 뭉텅 싸잡는 남자들의 비아냥거림도 들린다.

물론 단체 나름의 특별한 사정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같은 여성 입장에서도 민망한 일이다. 아무리 기량이 뛰어난 회장이라도 후배 인력 양성에 소홀했다는 책임, 거듭 정관을 바꿔 단체를 사유화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겠다.

며칠 전 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는 제11·12대 이취임식을 가졌다. 투명한 민주적 선거를 통한 결과에 따른 행사로 이·취임식장은 아름다웠고 진정한 여성단체의 힘을 보여준 자리였다. 선거를 통해 더 발전하고 굳건해지는 화합의 모습과 새로운 출발의 설렘이 가득한 자리였기 때문이다.

바로 그날은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으로 헌법에 의해 탄핵돼 검찰조사를 받던 어지러운 날이라 더 대조를 이뤘다. 이임하는 생활개선회 회장단 모습을 보면서 법정스님의 ‘서있는 사람들’ 표지가 문득 떠올랐다. 지금 다시 읽어도 삶의 지혜와 용기를 주는 주옥같은  스님의 초기 수필집이지만 그 보다는 묵묵히 산사를 향해 올라가는 스님 뒷모습 표지에 더 끌렸던 책이다.
아름다운 뒷모습을 남긴 채 이임하는 회장단에게 더 큰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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