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 시인·칼럼니스트

탄핵인용 후 매우 심각한
수준에 도달한 국민 간의
분열과 단절, 불신과 갈등을
건너뛰어야 한다.

그 간극을 어떻게 메우고
치유할지 지혜를 모아야 한다.
우리 국민은 위대하다.

▲ 김훈동 시인·칼럼니스트

90여일 법리(法理)전쟁을 치르며 달려온 헌법재판도 종지부를 찍었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파면됐다. 사회적 갈등 치유가 절실하다. 찬바람 모인 자리에 아지랑이 피어오르듯 국민들 마음에 온기가 퍼져야 한다. 두 쪽 난 사회는 그 누구도 바라지 않는다. 이 나라가 어디로 갈 것인지 걱정하지 않는 국민은 없다. 정치는 예술처럼 서로 다른 걸 어울리게 하면서 공존공생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국민을 쪼개는 정치가 아닌 제대로 굴러가는 정치가 정말 필요하다. 대선에 나서는 이들이 새겨야할 과제다.

햇살처럼 번져가는 생명의 소리가 대지에 가득한 봄이다. 오랫동안 감금돼 있던 것들이 저마다 풀려나는 시작의 계절이다. 지층을 뚫고 새싹이 분출한다. 구각(舊殼)을 벗고 새 살, 새 꽃을 피운다. 국민 생명원(生命源)인 먹거리를 책임지는 농업인의 손길이 바빠지는 때다. 농사는 시기가 중요하다. 적기라는 때를 놓치면 1년을 망치기에 우리 조상들은 철을 아는 것을 중요시했다. 이젠 여야 정치인도 실기(失期)하지 말고 민심을 봉합하고 민생에 매진해야 한다.

농업인은 물론 온 국민의 삶을 헝클어 놓았던 분노, 격앙, 대립이 정돈돼야 한다. 우리 농업·농촌이 처한 최근의 현실도 편편하지 않다. 시장개방으로 농업의 비중은 계속 줄고 해마다 반복되는 가축질병과 난데없는 청탁금지법 등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 걱정스럽다. ‘농자지천하대본’이라는 자긍심 하나로 식량자급, 환경보존 등 공익적 가치를 묵묵히 지켜온 농업인들이 아닌가.

대한민국 공동체의 두 작동원리는 법치(法治)와 민주주의다. 법의 지배, 법치야말로 높은 가치다. 헌법재판소는 최고의 헌법수호자다. 국민기본권을 담고 있는 헌법은 최고의 법이다. 정치적 격랑 속에서도 법치로 또한 헌재(憲裁)를 법치의 보루로 우뚝 세운게 우리나라 현대사가 아닌가. 민주사회에서 개인의 신념도 물론 중요하지만 ‘법 안의 자유’만이 함께 하는 공동체사회를 지탱할 수 있다.

나라안팎이 녹록치 않다. 안보, 외교, 경제, 정치 뭐 하나도 온전치 못하다. 청년실업은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는 우리나라의 인구 위기를 넘을 수 없는 단계까지 끌고 왔다. 절대 위기의 우리경제를 알리는 경고음도 곳곳에서 들린다. 수출로 성장해 온 우리 경제의 앞날에 그림자가 짙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시대의 럭비공 같은 초불확실성도 우리가 넘어야할 돌파구가 아닌가. 더 이상의 갈등은 모두를 공멸의 나락으로 빠트린다.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젠 국론 분열과 혼란을 종식시켜야 한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상상이상으로 거세다. 나라가 분열되면 열강들만 좋아한다. “양치는 사람이 서로 싸우면 늑대에게 획득물이 생긴다”라는 영국속담이 있다.

싸움은 내(川)와 같다. 한번 자그마한 내(川)가 생기면 큰 내(川)가 되어 또다시 작은 내(川)로 되돌아갈 수 없다. 낡은 말뚝도 봄이 돌아오면 푸른빛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험난한 분열의 바다에 표류할 것인가. 탄핵인용(認容)후 매우 심각한 수준에 도달한 국민 간의 분열과 단절, 불신과 갈등을 건너뛰어야 한다. 그 간극(間隙)을 어떻게 메우고 치유할지 지혜를 모아야 한다. 우리 국민은 위대하다. 저마다 품은 울분과 분노가 봄눈 녹듯, 앙금이 삭아지길 바란다. 우리는 이제껏 아무런 불상사나 충돌 없이 성숙한 민주 국민으로 세계에 당당했다.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줬다.

바야흐로 봄은 생존경쟁 속으로 돌입해 들어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다. 눈을 크게 뜨고 오직 ‘대한민국의 미래’를 우선해야 한다. 계층 간, 이념 간, 세대 간 화합과 포용, 통합이 절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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