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농번기 농촌 인력 태부족...대책 마련 시급하다

▲ 상시고용을 조건으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엽채류를 다듬으며 포장하고 있다.

같은 지역, 동일 작물 재배…적기에 필요한 인력 수급 난항
인건비 올려주면 떼지어 이직…야반도주도 감행

꽃샘추위도 지나고 이제 완연한 봄이 왔다. 이 같은 봄 소식에 농가들은 걱정이 앞선다. 바로 농촌 일손 부족 문제로 농민들의 마음은 그야말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인 것이다.
특히 농촌지역에서는 국내 노동인력 조달의 한계로 인해 10여 전부터 다소 저렴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했지만 이 또한 최근 몇 해 전부터는 인력공급이 달리다보니 인건비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어 고민이 많다. 여기에 화훼, 과채 등 시설 농가들은 상주 고용 형태로 운영돼 숙식제공은 물론 4대 보험 등의 제반 비용까지 발생된다.  
이에 농촌지역 외국인 근로자 고용 실태를 짚어보고 개선 방향에 대해 살펴봤다.

                글 싣는 순서
상) 일손은 부족한데 대책은 전무한 농촌
하) 현실을 고려한 외국인 근로자 고용 정책 시급 

불법체류자라도 아쉬운 형편
외국인 근로자는 물론 노동력이 아쉬운 농가들은 불법체류자 단속에 대해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한창 일손이 부족한 시기에 해당 지역의 용역회사를 통해 외국인 노동자를 어렵게 구했는데 갑자기 들여 닥친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 때문에 한 해 농사를 시작조차 못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된다는 것이다.

불법체류자의 단속은 주로 새벽 시간에 이뤄진다. 우선 출입국사무소 단속반들이 농촌지역 주요 톨게이트에서 새벽 4~5시쯤 이동하는 25인승, 또는 45인승 관광차를 뒤쫓는다. 새벽시간에 이동하는 차량은 산악회 버스를 제외하고는 농작업을 위해 이동하는 차량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도착한 농장을 확인한 후, 단속반은 출입국사무소에 연락해 단속인력 증원을 요청한다. 대략 10여 명의 단속반이 한창 작업을 하고 있는 10시 쯤해서 들이닥친다.

고된 농사일로 몸이 피곤한 상태에서 도주는 그리 쉽지 않다. 특히 불법체류자들은 주로 거주기간이 남아 있는 친구, 동료, 가족들과 함께 배속돼 작업을 하다보니 한 두명의 불법체류자만 도주하는 게 아니라 다 함께 도주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경기 이천 소재 한 농업인은 “지난해 3월 말 뒤늦게 인부를 고용해 씨감자 정식작업을 이틀 째 하고 있는데 단속반이 들이 닥쳐 외국인 근로자들이 산과 들로 다 도주해 버렸다”며 “간신히 용역회사를 통해 배정받은 인력이 모두 도주하는 바람에 절반 가량 밖에 감자를 심지 못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한번 단속이 이뤄지고 나면 외국인 근로자들은 당분간 일을 나오지 않는다”며 “동일 지역에서 같은 작목을 생산하는 농장주들은 거의 같은 시기에 일손이 집중되는데 이 같은 단속이 있고 나면 손을 놓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의 부지불식간의 단속은 외국인 노동자 뿐만 아니라 한창 농번기에 일손이 부족한 농장주들에게도 달가워할 만 한 일은 아닌 것이다.
제주의 한 농장주 역시 “외국인들은 불법체류가 많다보니 단속이 있다는 소식이 들리면 어디론지 숨어버린다”고 밝히면서 “예정된 납품에 맞춰 작업을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며 불법체류도 문제지만 인력공급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주문했다.  

내·외국인 인건비 동일…숙련자 다수가 외국인

숙련도 쌓이면 인건비에 따라 떼지어 이동

농촌사회 인력 고용 체계 붕괴
외근인 근로자는 농촌사회의 인력 고용 체계를 붕괴시키고 있다. 특히 인건비에 따라 철새처럼 떼지어 움직인다. 야반도주까지 불사하며 돈 몇 푼에 따라 이리저리 이동하다 보니 자연스레 인건비 상승을 부채질 하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한 5년 전 만해도 국내 근로자와 외국인 근로자의 인건비 차이는 분명했다. 대략 국내 근로자 인건비의 약 80%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외국인 근로자도 동일한 수준으로 올랐다. 농촌에서는 어디까지나 일의 대가를 비용으로 지불하기 때문에 젊은 외국인 근로자를 더 선호하는 농장주가 있다는 게 용역회사 직원의 말이다.

실제 이천의 한 용역회사 관계자는 “내국인과 외국인 근로자의 인건비 차이가 없다”며 “밥값과 새참은 별도로 남자는 10만 원, 여자는 6만 5000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안성시 일죽면에서 6만 평 규모의 노지채소를 재배하고 있는 한 농장주는 “작업팀으로 움직이는 인부는 통근을 시켜주지 않아도 되므로 별도의 주유비가 들지 않는다”며 “이들은 식사와 새참 등도 손수해서 먹으며 작업을 하므로 인건비가 5% 정도 많이 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대형버스로 이동하며 특정 농작업을 하는 숙련된 인부에게는 별도의 버스 비용이 거리에 따라 10만~20만 원 지불된다. 이들 작업반에도 상당수 이상이 외국인 근로자로 채워져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일용직이 아닌 상시 고용을 조건으로 일을 돕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도주 문제는 농장주 들에게 가장 큰 골칫거리가 됐다.
화훼, 과채 등 시설채소를 하는 농가들은 큰 영향이 없지만 주산지를 옮기며 배추, 대파 등의 농산물을 생산·출하하는 산지유통인들에게는 숙련된 외국인 노동자가 반드시 함께 한다. 이들은 처음에 일머리를 익힐 때까지 허드렛일을 돕는다.

차츰 수확부터 포장, 선별 등 작업 숙련도가 쌓이면 10여 년 차 국내 인부만큼의 일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온다. 이 처럼 숙련도가 쌓이면 이들은 인건비를 올려줄 경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다른 작업반으로 옮기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외국인 근로자가 한 두 명씩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같은 국적을 가진 이들이 5~6명씩 함께 이동하게 되므로 갑자기 작업반에 공백이 생기면 당연 농장주 입장에서는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대파를 수집해 출하하고 있는 한 유통인은 “지난해 설날을 맞아 잠시 고향에 들린 사이, 전남 신안군 비금면 도초도에서 대파 작업을 하던 외국인 근로자 중 6명이 도주해 버렸다”며 “한동안 이들을 찾다가 결국 용역회사를 통해 다른 인력을 고용해 다시 작업, 선별하는 방법을 가르치며 일을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필리핀, 태국 등 동남아 인들은 주로 집단생활을 하며 같이 어울려 일자리를 옮겨 다닌다”며 “특히 인건비를 더 올려 준다는 제안을 받으면 두말없이 사라져 버린다“고 전했다.
또 전북 군산의 한 농장주는 “외국인 노동자를 단기 고용하고 있는데 손에 익숙해질만하면 자국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고용주가 도리어 눈치를 보며 일을 주는 입장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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