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 특집 -‘화훼산업’ 여성 힘으로 꽃 피운다 (1)

▲ 고양화훼단지 안의 각종 분화들이 곧 시장에서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부부에게는 요즘이 대목이다. 화원에는 오브코니카, 캄파눌라, 데모르 등 봄꽃 화분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 고양화훼단지에서 농장 경영-‘뿌리깊은 나무’ 김선란·윤지영 씨 부부

경기침체에 엎친데 덮친격으로 부정청탁법(일명 김영란법) 직격탄을 맞은 우리나라 화훼산업이 고사 일보직전이다. 이런 어려움과 시련 속에서도 여성의 힘으로 굳건히 화훼 농사를 하거나 중도매인으로 활동하며 화훼산업 발전을 이끄는 여성들이 있다. 농장에서 화원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며 화훼산업 도약에 힘을 보태는 사례들을 소개한다. 적은 돈으로 가장 만족하게 마음을 사로잡는 귀한 선물인 꽃, 그 꽃이 나와 가족을 위한 ‘생활 속의 꽃 소비문화’로 정착되길 바란다.

다양한 유통경로 확보
현대화된 시설로 경쟁력 갖춰

“화훼농사는 자녀에게 대물림 하고 싶은 미래 산업입니다.”
고양화훼단지에서 젊은 사장에 속하는 김선란·윤지영 씨 부부가 봄맞이 준비에 한창이다.
3월 초는 겨우내 심어 가꾼 분화들의 본격적 시장 진출을 앞둔 시점이라 소위 대목이라 할 수 있는 시기다.

“화훼는 경기를 많이 타는 품목인데 전반적으로 내수 시장이 어려워 지장이 있긴 해요. 그래도 우리 농장은 예전 같진 않아도 그럭저럭 유지되고 있어요.”
김선란 씨의 봄맞이가 그리 밝아 보이진 않았다. 어려워 못살겠다는 푸념보단 이 시기를 잘 넘기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상품(분화)이 빨리 빠져야 하는데 아무래도 더디고, 판매 주기가 길어져 영향을 받아요.”
요즘은 제철이 아닌 상품들도 조금이라도 먼저 팔아보려는 심리로 조기 출하 경쟁이 치열하단다. 각종 봄꽃들도 시장에선 이미 지난 1월부터 출하돼 판매 시기가 길어져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사람들은 왜 꽃을 사면 오래 가지 않는다고 아쉬워하는지 모르겠어요. 꽃은 시드는 게 당연한데 말이죠.”

15년간 화훼농장을 운영한 김 씨는 소비자의 이런 의식부터 바뀌기를 원했다. 꽃이 활짝 핀 분화를 아무리 잘 키워도, 결국 시드는 것이 이치지만 사람들이 계속 꽃이 생생하길 원하기에 실망도 크고, 다음에 꽃 구입을 주저한단다.
“계절에 맞는 꽃으로 바꿔가며 아름다움을 느끼시길 바랍니다.”
부부는 농장에 ‘뿌리 깊은 나무’란 간판을 달았다.

▲ 원당 로컬푸드직매장 매장에서도 부부가 재배한 화분들을 만날 수 있다.

“아무래도 뿌리가 깊은 식물이 생육이 좋겠죠? 우리 화원을 떠나서도 잘 자랐으면 하는 마음을 담은 농장 이름입니다.”
김선란 씨는 농장 경영에 앞서 서울 구파발 인근에서 화원을 먼저 운영했었다. 남편 윤경영 씨는 방송통신대에서 화훼를 전공하고 직장에서 조경관계 일을 하면서 화훼에 관심을 갖게 됐고 부부가 함께 농장을 시작했다. 부부는 고양 화훼단지의 3900㎡ 규모의 농장 외에도 고양시 사리현동에 6600㎡의 제2농장이 있다. 15년 전 2100㎡ 규모로 시작해 지금 규모로 농장을 키웠으니 규모면에서도 성공했다.

“남편이 판매 유통을 담당하고, 저는 농장 관리를 맡는 분업화로 운영하고 있어요. 그간에 쌓아온 인맥과 정보가 요즘 같이 어려운 시기에 큰 힘이 되고 있어요.”부부는 화훼산업이 발달된 독일과 일본 등에서의 선진지 연수를 통해 보고 느낀 점을 거울 삼아 본인 하우스 안에 보강등 차광막 저면관수베드 등 시설에 과감한 투자를 해 현대화된 시설을 갖췄다.
“햇빛 대용의 보관등 사용으로 우리 농장은 출하 시기 조절도 가능합니다.”

aT 화훼공판장 등에 주로 계절에 맞는 분화를 경매 출하한다. 벽제와 원당의 로컬푸드직매장에도 출하하며. 직접 개발한 포장재로 직접 택배 판매도 병행한다. 화훼단지 초입에 노방 판매(리어카 등 길거리 판매)와 일반 소비자 대상의 직판장도 마련했다. 이렇듯 다양한 유통경로를 확보하고 있는 것이 부부의 경쟁력이다.  

“농사는 좋은 직업 같아요. 요즘은 작업이 많이 기계화되고 시설도 좋아져 힘들이지 않고 일할 수 있어요.”
그래도 인력 구하기는 여전히 힘들어 외국인 인력 4명을 상시 고용하고 한국인 2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경매에 나간 분화들이 유찰돼 폐기처분 될 때가 가장 마음 아프죠. 모르는 사람들은 싸게라도 팔라고 하지만 그러면 분화시장이 흔들리고, 다 같이 죽기에 우리는 힘들더라고 기본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김선란 씨는 농업체험전문가 자격증과 화훼장식기능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압화를 배워 체험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버려지는 꽃들이 아까워 그 꽃들을 활용하려 압화를 배웠는데 이제 상패 제작도 하는 수준입니다”

김 회장의 남편인 윤지영 씨는 경기농업CEO이며 고양시사이버농업인연구회장을 역임하는 등 우리나라 화훼농업을 이끌 기대주로 주목받고 있다.
“앞으로 농장에서 압화체험 등 꽃을 주제로 한 체험관광까지 가능한 6차산업화에 도전하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김 씨는 봄꽃의 생명은 물 관리에 있다고 귀띔하며 나와 가족을 위한 봄맞이 선물로 집안에 몇 천원이면 살 수 있는 작은 봄꽃 화분을 들여놓기를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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