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처럼 음주가무(飮酒歌舞)를 좋아하는 민족도 많지 않을 것 같다. 문헌에 의하면 삼국시대 이전부터 한해의 풍성한 수확을 마치고 맑은 술을 빚어 조상께 바치고 춤과 노래를 즐겼다고 한다. 농경사회가 만들어 낸 것이 술 문화가 아닌가 생각한다.

조선의 최장수 임금인 영조는 52년 동안 재위하면서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한다. 쌀이 부족한 시절, 귀한 쌀로 술을 빚어 먹는 것은 사치라고 여겨 금주령을 내렸다. 그러나 밀주(密酒)가 성행하고 천하의 영조도 백성들의 술사랑은 막지 못했다. 어릴 때 밀주(密酒) 단속을 나오면 부모님이 몰래 술 항아리를 두엄자리 깊이 감추곤 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 술은 제조방법에 따라 탁주(막걸리), 약주, 소주 등 세 종류로 대변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 특허출원된 막걸리 종류만도 7천여 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막걸리는 ‘막 걸러 먹는다’고 불러진 이름이고, ‘탁하다’고 일명 탁주라고도 부른다. 막걸리를 맑게 걸러낸 것을 청주, 일명 약주(藥酒)라 하는데 약주에 얽힌 이야기가 있다.

조선시대 한양의 약현(藥縣)고을에 양반집 과부가 빚은 약산춘(藥山春)이란 술이 유명해 한양이 떠들썩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녀가 빚은 약산춘은 비법이 남달랐고 한다. 멥쌀과 누룩으로 한번 발효시켜 술이 고이면 여기에 찐 찹쌀을 다시 넣어 며칠 동안 발효시킨 후에 똑같은 과정을 거친 후 3차 담금을 해 춘(春)자가 들어 간 고급술을 만들었다고 한다.

당대의 수준 높은 가치관과 지혜가 녹아있는 음식문화는 시대를 초월해도 우리에게 소중한 가르침으로 다가온다. 정부는 쌀을 이용한 다양한 가공기술 개발과 세계적 명주(名酒) 개발에 지원을 아끼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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