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명난 농업, 따뜻한 동행, 행복한 농촌여성

▲ 아이들의 농촌 감수성을 키우는 농촌교육농장을 운영하는 황정순(사진 오른쪽)·김학표 씨 부부.

■ 경기 가평군 설악면 설곡리 양지농원 황정순·김학표씨 부부

쌀값 하락이 나라의 근심거리다. 쌀은 남아도는데 소비량이 줄어서 걱정거리가 된지 오래다. 하지만 같은 쌀 농사를 하는데도 판로 걱정 없이, 그것도 시중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하며 농촌에서 행복해 하는 부부가 있다. 친환경 쌀 생산과 소비자 직거래로 6만6천㎡(2만평) 농사를 짓고 농촌교육농장까지 운영 중인 양지농원 황정순·김학표씨 부부를 찾았다.

끊임없는 교육으로 농촌여성 역량 개발에 성공
소비자들과의 소통으로 다양한 판로개척
농촌에서 자란 4자녀 모두 예술성·감수성·창의성 풍부하게 갖춰

“젊었을 때는 왜 그리 도시로만 나가고 싶었는지요...”
농촌의 삶을 너무 몰랐기에 포장길도 없었던 가평 산골짜기로 1992년에 시집왔다는 황정순 씨다. 시어머니 모시고 살며 시어머니의 손맛을 이미 20대에 전수 받았다. 남편과 함께 한우 25두를 키우고 쌀농사도 열심히 했지만 살림살이가 나아지기는 커녕, 남편이 빚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빚만 늘어 고민이 컸었다. 고민 끝에 다양한 쌀의 변신을 시도한 게 주효했다.

“무언가 변화가 절실한 시점이었어요.”
2004년, 그때만 해도 20kg 쌀포장이 주를 이루던 때였다. 황정순 씨는 10kg 소포장으로 쌀 포장을 바꾸고 일찌감치 직거래에 눈을 돌렸다. 유색미 재배도 시작했다. 일반 쌀로는 승산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남들과 다른 농사를 하고 싶었다. 2000년도 부터 흑미를 재배하고, 색깔 있는 쌀이 귀할 때인 2008년에 전남 진도에서 어렵게 홍미 종자를 구입하고 녹미 등 유색쌀 종자를 수집해 가평에서 재배했다.

부부가 농사짓는 가평은 넓은 들판이 아닌 다랭이 논이 산재해 있어 농사 짓기는 어려워도 친환경쌀 재배와 특수미 재배에는 오히려 좋은 여건이었다. 쌀이 섞일 위험이 줄기 때문이다. 봉미산과 유명산으로 둘러싸인 산촌마을의 이점을 살려 친환경농법으로 아랑향찰, 적미, 녹미, 흑향찰, 설향찰 등의 특수미인 오색미와 친환경으로 일반벼를 재배했다. 생산비나 노동력은 많이 들어도 친환경농법을 고집한 까닭은 식구들이 마음 놓고 먹을 수 있고, 일반 농산물보다 높은 값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 양지농원에서는 쌀과 관련된 다양한 체험학습으로 쌀에 대한 소중함을 알리고 쌀 소비촉진에도 기여하고 있다.

사람 사귀기 좋아하고 성격 좋은 황정순 씨는 SNS를 활용해 경기사이버장터, 우체국쇼핑등으로 판로를 개척했다. 다행히 오색미선물세트가 온라인에서 히트를 쳤다. 500g씩 6개가 들어가는 3kg의 잡곡세트도 우체국쇼핑에 입점시켰다. 소포장 제품의 80~90%가 명절 선물용으로 판매되니 명절 때는 특히 날개를 달았다. 일반 벼농가에 비해 생산량이 적지만 자체 도정시설을 갖춘 일반미의 70%는 우체국쇼핑몰에, 30%는 소비자와 직거래를 통해 거래하는데 한번 맛본 사람들이 믿고 찾으니 주문이 계속 늘고 있다.

주위의 도움도 컸다. 아이 넷을 키우며 농촌을 지키며 열심히 사는 황씨 부부를 본 주위에서는 더 도움의 손길을 뻗었다. 2007년부터 가평군생활개선회에 가입해 활동하면서 각종 교육에도 열심히 참가하며 당시 농촌여성일감갖기 사업에 선정, 쌀가공과 콩가공 사업을 지원받게 됐다.
“시어머니께 배운 장류 사업을 하고 싶었지만 당시만 해도 이미 포화 상태라 쌀 가공 사업을 받게 됐어요.”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쌀 가공사업으로 직접 재배한 쌀을 이용한 오색가래떡. 현미 미숫가루, 오색강정 등 쌀가공제품을 경기도농업기술원과 가평군농업기술센터의 도움으로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아이 넷을 농촌에서 키우다보니 자연스레 농촌교육농장에도 관심을 가졌다.
“단순한 수확체험에서 벗어나 작물이 자라는 전 과정을 다른 아이들에게도 보여주고 흙속에서 곤충과 어울려 뛰놀게 하면서 농촌을 체험하게 하고 싶었어요.”

2013년에는 체험관을 신축하고 다양한 쌀 가공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체험시설을 갖춰 농촌진흥청이 인정하는 농촌교육농장으로 지정됐다. 도시 소비자들에게 친환경 농사와 다양한 쌀 가공법에 대한 교육은 물론 학교 교육과 연계한 교육도 제공하니 황정순 씨 부부는 나날이 더 새롭고 바쁘다.
이제 황정순 부부에게는 또 다른 목표가 생겼다. 농촌에서 자라서 그런지 예술적 감수성과 창의성 있는 직업에 종사하거나 그 방향의 대학에 재학 중인  네 명의 자녀들이 언젠가는 다시 돌아올 수 있는 환경의 농촌으로 가꾸는 일이다.

“연 매출 3억이 넘으면 도시에 나가있는 아이들도 들어와 엄마아빠 일을 돕겠다네요.”
황정순 씨가 요즘의 젊은 학부모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단다.
“공부 잘하는 아이로 키우다 보니 진짜 삶에 있어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부모들이 깨달았으면 좋겠어요.”
농촌에서 가족과 함께 하며 나날이 더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날들이 계속 될 것이라 믿기에 부부는 행복하게 농촌을 더 굳건히 지키겠노라고 다짐했다.

■ 미니 인터뷰 -  가평군농업기술센터 전채아 지도사

     
 

변화하는 농업에 경영마인드를 접목

양지농원의 황정순 대표는 다양한 판로를 개척한 가평군 6차산업의 선두주자로 가평농업발전에 큰 족적을 남기고 있다.
2012년부터 오색미 농촌교육농장을 운영하며 자라는 학생들에게 쌀 소비의 중요성과 더불어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농촌의 선생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앞으로도 쌀을 통해 치유와 힐링을 접목한 프로그램 개발에 힘써 농업의 새로운 가치를 찾겠다는 포부도 가지고 있다.

가평군농업기술센터에서도 농촌여성이 가평의 대표 축제와 맞물려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축제형 농식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농촌여성이 농식품 생산과 소비 유통의 주체로 농촌여성의 전문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에 맞게 소득 창출로 연계시킬 수 있도록 교육과 지원에 더욱 힘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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