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이 되는 건강정보

‘대장 속 세포 재생물질’ 지나친 상호작용이 대장암 유발
 서울아산병원 명승재교수·KAIST 임대식 공동연구팀 연구

치료·예방 위한 신약
개발 가능성 열려

지금까지 인류가 암을 정복하지 못하는 이유는 암 발생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발병 원인만 알면 사실상 예방이나 치료방법을 찾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 이 같은 측면에서 대장암의 치료와 예방에 희소식이 전해졌다.

위암·간암에 이어 한국인에게 많이 발생하는 암인 대장암의 새로운 발병 원인이 밝혀져 치료와 예방의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그동안은 식생활의 서구화와 과다한 육식 습관이 대장암의 발생 원인으로만 추상적으로 알려졌었는데, 이번에 발병원인이 구체적으로 규명돼 신약 개발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대장암은 한국인에게 발생빈도가 높은 암이지만 다른 다빈도 암에 비해 효과적인 치료제가 적은 실정이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명승재 교수와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임대식 교수 공동 연구팀은 인체 내 세포를 재생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생리활성물질 PGE2와 유전자 YAP1이 대장 내에서 지나치게 상호작용해 활성화될 경우 대장 용종과 대장암세포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세포를 재생시키는 역할을 하는 대장 내 물질들의 상호 작용이 지나치면 정상 세포가 암세포로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처음으로 밝혀진 것이다.
일반적으로 PGE2라는 물질은 세포를 재생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항염증제인 아스피린이 PGE2의 발현을 억제해 대장암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었다. 또한 세포 재생 유전자인 YAP1이 대장암 환자 3명 중 약 1명에게서 발견된다는 통계 연구 결과도 최근 발표되는 등 PGE2와 YAP1이 각각 대장암 발병에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는 관련학계에 발표됐다.

그러나 PGE2와 YAP1이 정확하게 어떤 기전을 통해 대장암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지금까지 구체적으로 규명되지 못했다.
이에 연구팀은 두 물질과 관련된 명확한 대장암 발병 기전을 밝히기 위해, PGE2와 YAP1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을 가능성에 주목해 두 물질 사이의 연결고리를 밝혀냈다.

연구팀은  먼저 쥐의 유전자를 변형해 PGE2를 증가시킨 경우, YAP1이 약 1.5〜2.5배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대장 염증을 일으키는 약물을 쥐에 주입한 후 PGE2의 활동을 줄이기 위해 항염증제를 사용한 결과, YAP1 유전자의 활동이 약 40% 줄어드는 사실도 발견했다.
반대로 YAP1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증가시킨 쥐의 대장에서는 PGE2가 정상 쥐보다 약 2.5배 증가하는 것이 발견됐고, 유전자를 조작해 YAP1을 없앤 경우 PGE2를 생성하는 유전자 발현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를 통해 PGE2와 YAP1은 한 물질이 증가하면 다른 물질도 증가하고, 한 물질이 감소하면 다른 물질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두 물질의 상호작용이 대장암과 관련이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동물 모델에서 두 물질이 지나친 상호작용으로 과하게 발현되도록 쥐의 유전자를 조작한 결과, 12〜16주 만에 대장 용종이 생겼고 24주 내에는 대장암세포가 발생하는 사실을 확인했다.

반면 유전자를 조작해 YAP1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항염증제를 사용해 PGE2의 활동을 억제해 두 물질이 상호작용하지 못하게 한 경우에는 24주 이내에 암세포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같은 동물 실험결과를 임상적으로 확인하기위해 연구팀은 서울아산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대장암 환자 77명의 조직을 분석한 결과, 실제로 PGE2와 YAP1이 지나치게 상호작용해 과발현된 것으로 나타나 동물 실험 결과를 뒷받침했다.

명승재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세포를 재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PGE2와 YAP1이 지나치게 상호작용해 활성화 됐을때 대장암세포가 발생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밝힌 연구로, 효과적인 대장암 신약 개발의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명 교수는 또 “지금까지 PGE2를 억제하는 항염증제가 대장암 항암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왔었지만 심혈관계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사용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하지만 새로운 발병 기전으로 두 물질의 상호작용을 끊을 수 있는 신약이 개발된다면 부작용 없이 대장암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개발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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