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이 비록 글을 잘 짓는다는 명성은 있지만, 나는 그 일을 귀중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너희들이 선행을 한다는 말을 듣는다면 나는 기뻐하면서 잊지 않을 것이다.」
조선 중기 석계(石溪) 이시명의 부인인 장계향이 자식들에게 늘 강조했던 말이다. 장계향은 안동의 명가에서 태어나 19세에 시집온 후 7남3녀를 훌륭히 키웠고 효부로도 유명했다. 특히 한국 최초의 한글요리서인 ‘음식디미방’을 저술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는 경북 영양 석보 두들마을에 살면서 어떻게 하면 가난한 사람의 굶주림을 해결할까 궁리 끝에 도토리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그 결과 나무가 잘 자라 열매를 맺기 시작했고 도토리죽을 만들어 이웃과 나누며 가난을 극복했다고 한다. 음식 맛을 아는 법이란 뜻의 ‘음식디미방’에는 총 146가지의 요리법이 담겨 있다. 그녀가 개발한 도토리죽과 감향주(甘香酒)는 명가의 대를 이어 꾸준히 이어져 전통음식문화로 계승되고 있다. 그녀의 후손들은 할머니가 개발한 음식자체보다 가난한 이웃과 나누는 배려, 개인보다 공동체를 우선하는 정신이 담긴 소중한 덕목으로 삼고 있다. 석계종가의 감향주는 지난 2015년 제7회 세계물포럼 개회식 환영오찬에서 ‘음식디미방’ 요리로 등장하기도 했다.

종가의 대표적 문화는 조상의 제사를 잘 받들고 손님을 접대하는 일로 이를 위해 자연히 음식과 술 문화가 발전해 왔다. 명가의 수준 높은 가치관과 지혜가 녹아있는 음식문화는 시대를 초월해도 우리에게 소중한 가르침으로 다가온다.
명가의 내림음식은 오늘날 웰빙식품으로 그 가치가 높다. 명가마다 전승돼오던 음식문화 자원을 발굴하고 상품화해 지역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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