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 시인·칼럼니스트

"구제역이나 AI의 창궐은
농정만의 문제가 아니다.
축산농가뿐만 아니라
소비자들도 불안하다.

구제역 차단이 최고의
국정 현안이다.
전염성이 강한 만큼
우왕좌왕하지 말고
방역조치에 모든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 김훈동 시인·칼럼니스트

축산농가의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겨우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양계산업의 근간이 붕괴되더니 이젠 구제역마저 발생됐다. 충북 보은의 젖소농가, 전북 정읍의 한우농가, 경기 연천의 젖소농가에서 서로 다른 A형, O형이 동시에 발생돼 구제역 초기진압은 물 건너간 듯하다. 흔치 않은 유형의 구제역이라서 더 걱정이다.

재난처럼 초동방역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먹구구식 백신정책도 문제다. 한국에선 구제역 백신을 전량 수입한다. 백신정책의 핵심은 예방이다. 정부의 처방은 구제역이 발생한 후 백신을 접종하는 식이다. 낮은 항체 형성률도 그렇고 턱없이 부족한 구제역백신도 문제다. 정부는 백신효과가 95%항체 형성률이라고 하는데 축산농가에선 5~20%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축산농가들은 적극적인 방역활동을 벌이면서도 백신의 실효성을 믿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구제역이 소에서 밀집 사육비중이 큰 돼지로 번지지 않게 차단해야 한다.

구제역 수조원의 피해를 본 2010년의 가슴 아픈 악몽을 교훈 삼아야 한다. 연례행사처럼 발생하는 구제역의 방역을 위한 백신은 언제까지 해외에만 의존할 것인가. 한국시장만을 위한 맞춤형 백신이 아닌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백신이 아닌가. 백신의 효과와 구제역 대응속도를 높일 수 있도록 백신 전 단계인 항원만이라도 국내생산이 우선 이뤄지게 해야 한다. 보다 확실한 백신 접종이 우선임에도 그저 형식적으로 관리해온 탓도 크다. 항체보유율조사가 도축(屠畜)전 표면조사로 이뤄지고 있어 우유생산을 목적으로 한 젖소의 경우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도축을 하지 않아 수치파악이 어렵다.

AI나 구제역이 2~4년 주기로 발생하고 있지만 정부 대책은 그 밥에 그 나물격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네 탓이라고만 하지 말고 이제부터라도 정부는 실효성 있는 방역정책을 선제적으로 밀고나가고 축산농가는 방어적 사육관리에 힘써야 한다. 방역은 신뢰의 문제다. 정부나 축산농가 간 신뢰가 붕괴되면 방역은 물 건너간다.

소나 우제류 이동제한 조치나 가축통제소설치운영, 백신접종과 축산농가별로 예찰 담당공무원 지정운영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축산농가는 책임감 있게 전염병이 발생하거나 확산되지 않게 일차 저지선이 돼야 한다. 축산농가 밀집과 밀식 등 쾌적하지 않은 사육환경도 이젠 개선돼야 마땅하다. 전문 수의사가 직접 백신 접종을 실시해 항체률을 끌어당기고 가축이 스트레스를 받아 항체률이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세심한 관리가 이어져야 한다.

현재의 백신접종관리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백신접종이 구제역 예방보다는 도축장 검사 통과가 목적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기 때문이다. 축산농가는 방역 매뉴얼을 제대로 지켜야 한다. 백신스트레스나 산유량(産乳量) 감소와 유산이 걱정돼서 백신접종을 하지 않거나 양돈농가는 채혈검사를 막거나 특정 축사에서만 채혈하게끔 하면 안 된다. 까다로운 백신 접종을 농장주에게 맡기지 말고 전문수의사가 맡아줘야 한다.

정부가 권장하는 백신의 효능에 대한 농가의 불신도 심하고 방역당국의 현장 관리감독도 부실하다는 소리도 높다. 구제역이나 AI의 창궐은 농정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비상상태나 다름없다. 축산농가만의 피해로 끝나는 게 아니다. 구제역에 소·돼지고기 값이 들썩이면 소비자도 불안하다. 구제역 차단이 최고의 국정 현안이다. 전염성이 강한 만큼 우왕좌왕하지 말고 사태가 번지지 않도록 방역조치에 모든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방역의 최일선은 축산현장이다. 축산농가에서는 방역수칙에 따라 보다 더 전문적이고 지속적인 방역활동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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