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에 빙허각(憑虛閣) 이씨(李氏)란 여성이 음식을 비롯한 의식주 전반에 걸쳐 가정에서 여성들에게 필요한 갖가지 정보를 담은 규합총서(閨閤叢書)란 책을 저술했다. 여기엔 음식과 술, 옷 만들기는 물론 소, 닭, 양잠 등 농사기술 등 다양한 정보가 담겨 있다. 특히 음식 먹을 때의 마음가짐과 철학이 담긴 식시오계(食時五戒)가 흥미롭다.

식시오계의 첫째는, 내 눈앞에 있는 이 음식이 얼마나 어려운 과정을 거쳐 여기까지 왔는가를 생각해 보라. 둘째, 음식을 먹기 전에 자기가 할 도리를 다 했는가를 생각해 보라. 셋째, 음식을 탐내는 욕심보다 참다운 마음가짐을 지녀라. 넷째, 모든 음식에는 저마다의 영양이 있으니 음식의 맛보다 약처럼 먹어라. 다섯째,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등 훈계가 담겨 있다.

식시오계는 세상이 바뀐 지금도 우리에게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쌀이 부족하던 1970년대만 해도 4-H훈련 시에 쌀의 소중함과 농민의 노고에 감사를 담은 식훈(食訓)이 있었다. ‘한 알의 쌀알이라도 농민의 피와 땀과 정성이 깃들여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감사히 먹겠습니다’라고 훈련생 대표가 선창을 하면 훈련생 전원이 따라 제창을 한 후 식사를 했다.

핵가족화와 식문화의 서구화로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들려주던 밥상머리 교육은 지금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기후온난화 등 환경변화에 따라 세계 식량위기가 올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한해 버려지는 음식 쓰레기가 북한 주민이 1년 먹고도 남는 양이라 하니 식시오계라도 식탁에 붙여 놓고 음식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식문화교육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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