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마을 보물 - 유네스코에 등재된 진안군 매잡이 ‘박정오’ 응사

옛날 남성의 풍류 중 으뜸이 매사냥
국내 매잡이 두 명만이 유네스코 등재
3년된 매는 자연에 돌려보내는 게 철칙

▲ 무형문화재 박정오 응사가 매잡이 시범을 준비하며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출처:문화재청>

대한민국에는 유네스코에 등재된 2명의 매잡이가 있다. 그 중 한 사람이 전북 진안군 백운면 원촌리에 사는 박정오(77) 응사(鷹師)다. ‘응사’란 ‘매부리’ 또는 ‘봉받이’라고도 하며 사냥에 쓰는 매를 기르고 부리는 사람을 일컫는다.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20호인 박정오 응사는 40년 전 같은 지역출신 스승인 김용기 응사로부터 매를 이용한 꿩 잡는 기술을 배워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1응(鷹) 2마(馬) 3첩(妾)
예전 남성 ‘풍류 인기순위’가 이랬단다. 첫째가 매사냥, 둘째 말타기, 셋째가 첩 거느리기였다고. 그 중 풍류의 으뜸으로 매사냥을 꼽았다.
매사냥은 고조선부터 유래해 삼국시대에 유행했고, 고려시대 충렬왕 때는 처음으로 매의 사육과 매사냥을 담당하는 ‘응방’(鷹坊)이라는 관청을 두었다. 당시 원나라에 매를 조공으로 바쳤으며 조선시대에는 ‘내응방’이라는 관청을 두고 매사냥을 국가적으로 관리했다는 기록이 전해온다. 이렇게 매사냥은 왕실의 주요한 놀이 중 하나였다. 그러다 점차 귀족의 풍류로 바뀌었다. 귀족 취미에서 일반으로 내려온 것은 최근의 일이다.

사냥을 함께 나가는 사람들은 흔히 배지기(2명), 몰이꾼(5명), 봉받이(매잡이) 등으로 구성된다.
예전에는 매 한 마리에 암소 한 마리 가격을 쳐 주었으니 부자들이 아니고서야 취미를 갖기가 어렵기도 했다.
그렇다고 지금 아무나 매잡이를 할 수 있는 건 절대 아니다. 매가 우리나라 보호종인 천연기념물이기 때문이다. 일반인은 매잡이로 나설 수가 없다. 무형문화재인 박정오 응사에게 최소 3년간은 이수를 해야만 매 사육 자격부터 주어진다.

현재 매사냥을 열심히 이수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5명 내외. 대학생도 있고, 직장인도 있고, 서울·부산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찾아온다. 지금처럼 겨울이 되면 이수자들이 수시로 와서 매사냥을 배운다.

매와 주인간 신뢰가 가장 중요
꿩 몰이꾼들은 꿩을 한쪽으로 몰다가 꿩이 푸드덕 하고 날아오르면 “에구야~”하고 소리를 지른다. 그 소리를 듣고 봉받이 손에 있던 매가 목표물을 향해 날아간다. 매가 포획한 곳을 망을 보던 배지기가 알려주면 봉받이(매를 부리는 사람)는 닭다리나 생고기로 매를 유인해서 매가 잡고 있는 꿩을 따로 챙겨 두어야 한다.

이때 요령껏 닭다리를 이용해 시선을 돌려놔야지 먹이를 억지로 빼앗게 되면 매 주인과 매 사이에 신뢰에 금이 가게 된다. 어찌 보면, 매가 사냥을 잘하는 것보다 매가 잡은 먹잇감을 요령껏 확보하는 기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세계적으로 현재 16개국에 매잡이 풍습이 남아 있다. 한국의 매잡이 방식은 야생매를 길들여 사냥에 나서는 것이다. 반면, 일본 등 외국의 경우는 대부분 알을 인공으로 부화시켜 태어날 때부터 친근하게 지내는 방식이다.

박정오 응사도 야생매를 받는 방식을 취하는데, 보통 1년생 ‘보라매’를 선호하는 편이다. 수놈이 좀 작은 편이고, 암놈이 수놈보다는 큰 편인데 암수 구분 없이 ‘보라매’를 받아다가(절대 생포한다는 말을 쓰지 않음) 집안에서 숙식을 함께하며 길들이기를 한다.
길들인 매는 3년째가 되면 미련 없이 자연으로 돌려보내 준다. 아무리 소중한 매라 하더라도 자연에서 받았다가 자연에게 돌려준다. 자연으로 돌려보낼 때는 많이 섭섭하지만 이 원칙은 매잡이를 한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어기지 않고 지켜오고 있는 철칙이다.

매를 길들이는 것은 사냥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매는 선천적으로 꿩사냥 기술을 타고나기 때문에 매와 사람이 교감 할 수 있도록 친해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길들이는 과정도 매가 사람을 따르게 하는 것보다는 사람이 매의 비위를 맞춰 나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비위 맞추는 과정은 자식보다도 더 귀중하게 생각해야만 한다. 야생에서 받아온 매가 사람에게 한번 놀라게 되면 아무리 노력해도 길이 들지 않는다고 한다.

요즘 같은 추운 겨울철이 매를 이용한 꿩사냥 나서기에 맞춤한 시기다. 매잡이가 금지하는 ‘3不’이 있다. 강풍이 불 때, 비가 내릴 때, 석양 무렵에는 사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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