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시장 재고 산더미…“시장 동향 살피며 출하계획 세워야”

유통업계의 설 선물 매출이 1990년대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이번 설 대형유통업체는 불황에 얼어붙은 소비심리와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영향으로 20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거둔 것이다.

▲ 친환경 농산물로 구성한 별도 선물세트를 준비했지만 가격이 5만 원을 상회하다보니 판매율이 저조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12일부터 26일까지 설 선물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 줄었다. 5만 원 이상인 축산, 농산, 수산은 각각 3.1%, 3.1%, 7.4% 등 선물세트 대부분의 매출이 감소했다. 이와 달리 5만 원 이하의 호주산 쇠고기 등 수입산 선물세트 매출은 126% 급증했다.
현대백화점은 설 하루 전인 지난달 27일까지 한달 동안의 설 선물세트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1% 줄었다. 대표적인 설 선물 상품이던 정육은 매출이 12.5% 감소했고 수산과 청과도 각각 11.5%, 12.3% 줄었다.

반면 홍삼(10.9%), 비타민(4.4%) 등 건강식품 매출이 늘었고 5만 원 이하의 통조림, 생필품 등의 가공식품 판매가 축산, 수산, 청과의 자리를 대신했다.
대형마트 역시 설 선물세트 매출이 부진했다. 지난해 12월8일부터 지난달 27일까지 이마트의 설 선물세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 감소했다. 과일, 축산, 수산, 주류, 커피·차, 조미료 등 선물세트 매출이 두루 부진했다. 반면 실속 상품군으로 분류되는 통조림과 효도상품인 건강식품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3.4%, 4.1% 증가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명절에 전통적으로 인기를 끌던 축산, 굴비 선물세트 수요가 감소한 반면 가공식품, 생필품, 건강식품 선물세트의 매출이 증가했다”며 “부정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처음 맞는 이번 설에는 명절 특수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 명절을 이틀 앞둔 지난달 26일 가락시장 중도매인 점포 외벽에는 판매를 기다리는 사과·배 상자가 즐비해 있다.

이와 함께 이번 설은 도매시장의 발주량도 크게 줄었다. 단, 대목을 마친 지난달 26일 가락시장은 사과, 배 등 과일세트가 중도매인 점포마다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중소마트를 비롯해 대량 소비가 이뤄지는 기업 발주량이 크게 줄어든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가락시장의 한 중도매인은 “올 설은 단체 선물을 구입하는 기업들의 발주 물량이 크게 줄었다”며 “김영란법으로 인해 설 상여금을 올리는 대신 선물 지급을 하지 않는 기업들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중도매인 역시 “온라인 시장을 비롯해 최근에는 자주 찾는 지역 특산물 식당 등에서 맛보고 즐겨먹던 굴비, 한우 등을 선물로 선택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며 “갈수록 도매시장의 명절 특수는 사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도매시장은 사과, 배 등 과일 선물 판매가 부진해 재고량이 많은 관계로 당분간 과일 시세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사과, 배 생산자들은 철저한 출하 계획을 세워 시세를 유지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락시장 한 경매사는 “명절을 쇠고 나면 고향집에서 가져온 음식과 식재료 등이 가정마다 잔뜩 쌓이다보니 1~2주 정도는 소비가 더욱 침체된다”며 “도매시장의 시세 흐름을 파악하고 경매사와의 통화 등 접촉을 통해 출하 계획을 세워야 보다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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