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풍당당 -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이경숙 농업인안전보건팀장

고령화·부녀화로 인해 우리 농업농촌에서 인적자원의 안전이 더욱 요구되는 요즘, 이들 농업인들이 건강하고 안전한 농작업을 위해 예방사업의 중요성이 점점 증대되고 있다. 이에 지난해부터는 ‘농어업인의 안전보험 및 안전재해 예방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고 있는데, 이 법이 탄생한 데는 오랜 연구와 함께 법이 제정될 때까지 관련 전문가들과 애쓴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업공학부 이경숙 농업인안전보건팀장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싸움닭 꼬리표에도 조직·법 신설에 최선
고령·여성농업인 위한 지원정책 절실
건강한 일터·삶터 만드는 노력 필요

- 늦었지만 농업인안전보건팀장으로의 승진을 축하한다. 각오가 남다를 것 같은데.
농촌진흥청에 농업인안전보건팀이 만들어지고 청조직의 직제 규정에 팀의 업무와 기능이 반영됐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는 2016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농어업인의 안전보험 및 안전재해 예방에 관한 법률’에서 농진청이 농업인의 안전재해 예방에 관한 업무를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위임받았기 때문에 법적 위임사항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조직이 신설된 것이다.

그러나 250만 농업인과 그 가족들이 마주하고 있는 농작업 사고와 질병 등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한 기초연구, 기술개발, 교육 확산, 차별화된 예방사업 등을 수행하는 조직으로는 아직 미흡하다. 따라서 이 사업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조직과 인력, 예산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중앙기관과 지방정부의 사업 전달체계 구축 등을 통해 정부가 농업인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는데 주도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 농업인안전보건팀의 미션과 업무는?
농업인안전보건팀은 농업인 안전재해 예방에 필요한 통계 수집·관리, 농작업 유해요인 저감 및 예방관리 시스템 개발, 농작업 안전보건 기술개발과 안전인식 제고 등에 관한 연구를 한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현장 농업인의 안전교육과 예방사업 등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지원해 농진청의 농업인안전보건팀이 한국과 아시아에서 농업인 건강과 안전을 전문적으로 관리해 농업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최고의 지원조직이 되도록 하겠다.

- 농업인안전보건에 대한 연구가 그 동안 농진청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는데, 외로운 연구가 됐을 것 같다.
사실 농진청은 농업기술 R&D가 중심이고 농가소득 증대, 첨단기술과 생산성 증진을 위한 기술보급이 주류였기 때문에 농업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R&D로서 건강한 노동활동과 안전보건관리 기술개발은 후순위였다. 20년 이상을 이 연구를 해 오면서 농업인의 직업적 활동에 기초한 농업안전보건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지만 이를 추진할 동력을 확보하는데 있어 현장 농업인의 낮은 안전인식, 관련 통계의 부족, 농업안전보건 전문가의 확보 등이 가장 어려웠다.

4명의 연구원이 똘똘 뭉쳐 조직의 미션, 연구 방향, 중점 업무 등을 고민해 중장기 전략과 목표를 만들고 주변을 설득하기 위한 홍보 리플렛을 제작해 내외부의 유관기관, 전문가, 정책입안자, 농업인 등에게 정말 열심히 세일즈를 했다. 그리고 연구와 지도를 구분해서 일하는 것도 사치라고 생각해서 이를 넘나들며 필요로 하는 일은 적극적으로 함께 해왔다. 그런 와중에 농업인복지과가 해체됐다.

다행히 농업공학부에 재해예방공학과가 새롭게 만들어지면서 그 과에 연구실이 다시 소속됐고, 지난해 11월 농업인안전보건팀이 만들어졌다. 그사이 물귀신, 싸움닭 등의 별명이 붙게 되고 욕심, 고집, 열심, 일중독 등의 강한 단어들이 따라다녔지만, 반면에 많은 이들의 도움도 받았다. 항상 감사했고 때로는 죄송하기도 했지만 이제 막 새로운 조직으로서 걸음마를 시작했기에 신발 끈을 다시 동여매야 할 것 같다.

- 여성농업인들을 위한 농작업 안전 방안과 앞으로 정책방향이 어떻게 가야 하는지?
2015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연평균 소득 1000만 원 이하인 농가가 64%이고, 노부부나 혼자 사는 가구가 70% 가까이 된다. 여성농업인을 비롯해 고령, 귀농, 이주농업인 등 노동취약계층이 농작업을 해야 하고 1천만 원 미만의 저소득 농가들이 비록 앞서가는 첨단기술을 활용하지 못하더라도 힘닿는 대로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이렇게 일하는 70~80% 농업인을 위한 농업노동 지원정책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러한 지원의 시작은 농업인 안전재해 예방 및 보장 정책으로 농업인의 직업적 복지를 확대해 저소득 농가의 생활유지에 부족한 소득을 보전하고 건강한 삶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고령화·여성화로 부족한 농업노동력을 빠르게 대체해 나가는 정책도 필요하지만, 궁극적으로 농업인의 개개인의 사회적 역할을 정립하고 건강한 삶의 모습을 그려내며, 균형적인 국토·지역 발전을 가져와 지속 가능한 농촌을 만드는 기여할 수 있는 정책을 확대해야 한다.

- 마지막으로 농업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우리 농촌에는 농사경력 30년 이상의 숙련자가 대부분이지만 농기자재 사용은 웬만큼 해도 안전하게 사용하는 방법은 잘 모른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농업활동 중에 일어나는 손상의 40% 가까이가 농기자재를 다루다가 발생하는 사고다. 사고가 발생하면 일차적으로 농업인의 인적, 경제적 손실이 제일 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아무리 바쁘고 힘들더라도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교육을 꼭 받고, 일하기 전에 안전점검을 하고 중간에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좋겠다. 그리고 농업인의 직업적 복지 확대, 안전재해 예방활동, 농업인 안전보험의 개선 등은 농업인의 관심이 없으면 조기에 개선되기 어렵다.

소득증대를 위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일터와 삶터를 건강하게 관리하고 삶을 풍요하게 하기 위한 노력도 같이 해줬으면 한다.
특히, 가족의 건강은 엄마가 담당하는 몫이 크듯이 우리 농촌, 농업인의 건강과 안전은 여성의 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성농업인 지도자들이 누구보다 앞장서서 우리마을, 우리 가족, 우리와 함께 일하는 일꾼의 건강과 안전은 내가 책임진다는 각오로 많은 관심을 갖고 일해 줬으면 한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