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 특집 - 설 차례상 제대로 알기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예로부터 설에 각 가정에서는 여러 가지 음식을 마련해 조상님께 차례를 지내고 세배 오는 손님도 접대했다. 차례는 조상이 돌아가신 날 지내는 제사와 달리 명절인 설, 추석 등에 지내는 제례로 ‘차를 올리는 예(禮)’라고 해 ‘차례’라고 한다. 설날의 차례는 ‘떡국제’라고 하는데 멥쌀가루를 쪄서 안반 위에 올려놓고 떡메로 쳐서 길게 만든 백병을 돈같이 얄팍하게 썰어 떡국으로 만들어 차례상에 놓기 때문이다.

제사 때와 차림상 다르고 절차도 간소
재화풍족 소망 담긴 떡국이 대표 설음식

설과 설 차례의 의미
설은 원단(元旦), 세수(歲首), 연수(年首), 신일(愼日) 이라고 하는데 모두 1년의 시작이라는 뜻이다. 또 삼원지일(三元之日. 일 년의 첫날, 달의 첫날, 날의 첫날)이기 때문에 원조라고도 한다.(빙허각이씨-규합총서. 1815년)
설의 참 뜻은 확실하지 않으나 ‘삼가다’, ‘설다’, ‘선다’ 등으로 해석하는데, 묵은해에서 분리돼 새해로 통합돼 가는 전이과정으로서 근신해 경거망동을 삼간다는 뜻이 내재돼 있는 듯하다. 고대의 설은 정월초하루 설날에서 대보름까지 계속됐다.

설 차례는 조상이 돌아가신 날 지내는 제사와는 달리 설·추석·한식·동지 같은 명절에 지내는 제례다. 따라서 차려놓는 음식도 다르다. 차례에는 제사 때처럼 메(제삿밥)와 갱(국)을 쓰지 않고 절식으로 추석엔 송편, 설에는 떡국으로 상을 마련한다. 절차도 일반제례보다 간소하다.

설의 대표적인 음식  
설음식은 새로운 해를 시작하면서 복을 많기 받기를 기원하는 기복(祈福)신앙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설날 아침에는 담백한 흰 떡가래로 떡국을 끓여 먹는다. 이는 여러 의미가 있는데, 시루에 찐 흰떡을 길게 늘여 뽑아 ‘재산이 쭉쭉 늘어나라’는 축복의 의미를 담고 있고, 가래떡을 둥글게 썰어 그 둥근 모양이 마치 옛날 화폐인 엽전의 모양과 같아서 새해에 1년 내내 재화가 풍족하기를 바라는 소망이 담겨 있다. 설날의 흰 떡국은 최남선의 ‘조선상식’에서 흰색의 음식으로 새해를 시작함으로써 천지만물의 부활신생을 의미하는 종교적 뜻이 담긴 것이기도 하다.

설에는 떡국 외에도 만둣국, 약식, 약과, 다식, 정과, 강정, 전야, 녹두빈대떡, 편육, 족편, 누름적, 떡전골, 떡찜, 궁중떡볶이, 갈비찜, 생치구이, 전복초, 숙실과, 수정과, 식혜, 젓국지, 동치미, 장김치 등 다양한 음식을 먹는다.

그래도 세찬 중에서 가장 으뜸은 멥쌀로 만든 흰떡으로 끓인 떡국이어서 대부분 설음식의 대표로 꼽는다. ‘동국세시기’의 정월편에 ‘떡을 돈같이 썰어 국을 끓여 먹는다’고 해 새해 첫날 자신의 집안은 물로 세배 손님에게까지 떡국을 먹여 재물이 풍성하기를 기원했다.
도소주는 도라지·산초·방풍(防風)·백출(白朮)·육계피(肉桂皮)·진피(陳皮) 등을 조합해 빚는 술인데, 설날 아침에 차례를 마치고 세찬과 함께 마시면 사기(邪氣)를 물리치고 오래 산다고 한다.

올바른 차례상 차림
일반적으로 차례상 차림은 지방과 가문에 따라 진설법이 다르다. 신위를 모신 위치를 북쪽으로 간주해서 제주(祭主)의 위치가 남쪽, 제주의 오른쪽이 동쪽, 제주의 왼쪽이 서쪽이 된다. 또 남자자손들이 동쪽, 여자자손이 서쪽에 자리하고 가운데에는 동쪽에 주인, 서쪽에 주부가 선 다음 상차림을 시작한다. 이때 신위는 서쪽에 남자조상, 동쪽에 여자조상의 신위를 모신다.

진설법은 제주가 바라보는 첫줄(1열)에 과실과 조과(造菓)가 오르는데 조율이시(棗栗梨枾) 법이나 또는 홍동백서(紅東白西)라 해 오른쪽에 대추·사과 등의 북은 과일을 놓고, 왼쪽에 밤·배 같은 흰색 과일을 진설하는 방법도 있다.

과실과 조과의 그릇 수는 음양의 풍속에 따라 홀수로 놓는다. 둘째 줄(2열)은 좌포우혜(左脯右醯)로 왼쪽에 포, 오른쪽에 식혜·건지를 담아 올리고 나물류는 포와 식혜 사이에 놓고 맑은 국간장과 나박김치를 놓는다. 보통 짝수인 6그릇을 놓는다.
셋째 줄(3열)에는 육탕, 소탕, 어탕을 놓고, 넷째 줄(4열)에는 전과 적을 놓는데 적은 고기와 생선이나 닭을 따로 담지 않고 한 접시에 담아 합적(合梑)해서 올린다. 배열은 어동육서(魚東肉西)라 해 머리는 동쪽, 꼬리는 서쪽을 향하게 한다.

다섯 번째 줄(5열)인 신위 바로 밑에는 시접(수저를 남아놓는 대접)과 잔반(잔과 받침대)을 놓는데, 시접은 단위제의 경우에만 좌측에 올리고 양위 합제의 경우 중간 부분에 올린다. 잔반 양편으로 송편을 소담스럽게 담아 놓는다. 진설을 하는 순서는 시접과 잔반을 제일 먼저 올린 뒤 첫째 줄인 과실과 조과류 줄부터 차례로 놓아가면 된다.

<자료제공=한국전통음식연구소>

■제수진설법

·좌포우혜(左鮑右醯) : 좌측에는 포, 우측에는 식혜
·어동육서(魚東肉西) : 생선류는 동에, 육류는 서에 놓음
·두동미서(頭東尾西) : 머리는 동으로, 꼬리는 서로
·조율시이(棗栗枾梨) : 좌측부터 대추, 밤, 감, 배를 놓는 진설법
·홍동백서(紅東白西) : 붉은 과일은 동에 흰 과일은 서에 진설
·생동숙서(生東熟西) : 안 익은(김치) 반찬은 동에, 익은 반찬(나물)은 서에 놓음
·습동건서(濕東乾西) : 젖은 것(식혜)은 동에, 마른 것(포)은 서에 진설
·면서병동(麵西餠東) : 국수를 서쪽에 놓고 떡을 동쪽에 진설

■각 지역별 차례상차림 특징

■차례상 음식 만들 때 주의점

▲고춧가루, 마늘 양념은 하지 않는다 = 귀신이 붉은 색을 싫어한다는 의미에서 붉은 색인 고춧가루를 사용하지 않았다. 제사음식에는 마늘처럼 향이 강한 향신채는 자극적인 맛과 귀신을 쫓는 의미에서 사용하지 않았다. 고춧가루를 쓰지 않는 것은 우리나라에 고추에 도입된 시기가 조선조 중기 이므로 전통적으로 이어져 내려온 제사 음식에는 사용되지 못한 것이다. 특히 제사용으로 준비하는 음식은 예로부터 소금 간을 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양념문화가 발달하기 이전에 제사문화가 굳어졌기 때문이라는 설과 가능한 모든 음식을 옛 자연의 맛에 가장 가깝게 만들기 위해서라고 한다.
▲국물 있는 음식(탕, 면, 식혜)은 건지만 쓴다 = 조상님들이 편히 먹기 위한 자손들의 배려라고 볼 수 있는데, 탕·면·식혜는 국물은 따라내고 건지만 쓴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첫째는 국물 있는 음식은 흘릴 수 있기 때문에 건더기만 건져 올리던 것이 풍습으로 굳혀졌다는 설과, 조상님이 드시기 쉽도록 좀 더 예의를 갖추기 위해서 건지만 쓴다는 설이 있다.
▲‘치’ 자가 들어간 생선(꽁치, 갈치, 삼치), 비늘 있는 생선(잉어)은 쓰지 않는다 = 생선 중에 ‘치’로 끝나는 꽁치·멸치·갈치·삼치 등은 격이 낮아서 사용하지 않는다. 잉어나 붕어처럼 비늘이 그대로 붙어있는 생선도 사용하지 않고 임연수어 같은 비늘 없는 생선은 다른 생선에 비해 비린내가 강하기 때문에 올리지 않는다. 장어는 용과 그 모양이 비슷하여 왕을 상징하기 때문에 쓰지 않는다고 한다.
▲붉은 팥은 안 쓰고 흰 고물로 쓴다 = 붉은색은 귀신이 싫어하므로 쓰지 않는다. 떡을 올릴 때도 붉은 팥을 쓰지 않고 흰 고물을 내서 쓴다.
▲복숭아는 쓰지 않는다 = 과실 중 복숭아는 제사에 안 쓴다. 이는 복숭아의 요사스런 기운이 있고 복숭아나무는 귀신을 쫓는 힘이 있다고 전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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