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일 김수일포장개발연구소장

"포장재를 소량
제작해 줄 수 있는 공장을
‘농산물종합가공센터’처럼
우리 실정에 맞도록
‘농산물 포장재 제작 지원센터’를 설립하면 된다"

▲ 김수일 김수일포장개발연구소장

농업의 6차산업화는 현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로서 지자체마다 6차산업 지원센터를 통해 희망하는 농가들에게 다양한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농산물 가공식품 개발 초기에는 생활개선회를 중심으로 잉여 농산물을 가내 수공업형태로 가공해 판매하는 것이 전부였지만 최근에는 정부 시책과 맞물려 기업형태로 규모화되는 추세이다.

농산물 가공산업은 분명히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향상하는 방법은 맞다. 그래서 수많은 농가들이 식품가공에 뛰어들고 있지만 실제로 돈을 버는 농가는 그리 많지 않다. 실제 농업 현장에서는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가공사업’을 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들려  온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 한 가지는 포장재 관련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포장재를 만들기 위해 브랜드 및 디자인 개발은 각종 지원 사업을 활용하면 되겠지만 포장재 제작비용은 대부분이 자부담으로 하고 있다.

우리가 가장 쉽게 가공할 수 있는 엑기스 제품을 살펴보면, 포장재 제작비용이 엑기스 파우치 600만 원, 선물용 박스 400만 원, 택배용 박스 300만 원이 소요된다. 다시 말해 포장재 1세트 만드는데 1300만 원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최소 발주량으로 파우치를 제작했건만 그 수량은 무려 10만 개에 달한다.

파우치 10만 개라는 숫자가 얼마나 큰 숫자인가? 귀농귀촌 3년차 김 씨가 직접농사지은 사과로 엑기스를 연간 100박스(120㎖×30개) 정도 판매하고 있다. 즉 김 씨는 1년에 파우치를 3000개 정도 사용하고 있다는 샘이다. 파우치 10만 개를 모두 판매하려면 무려 33년 이상이 걸린다. 시쳇말로 ‘허걱’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문제가 발생될까? 문제는 포장재를 소량으로 제작해 주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는 소량 제작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포장재 제작회사 입장에서는 소량제작을 하면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바로 포장재 제작시스템은 대기업과 동일한 시스템에 맞춰 따라가야 한다는 것이 문제이다.

내가 필요한 된장 박스는 연간 200개인데 최소 발주량은 3000개이다. 스티커 100장이 필요한데 최소 발주량은 1000개이다. 그래서 우리는 최소한 10~15년 치 재고부담을 안고 포장재를 제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관련 법규(표시사항 등)는 수시로 변경되고 보관중인 포장재는 눅눅해진다. 곰팡이가 피어서 2~3년이 지나면 사용할 수가 없어 폐기해야 하는 현실이다. 이런 것이 농가의 소득과 가공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숨어 있는 요인인 것이다.  

6차산업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농산물종합가공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가공센터가 설립되어 있는 지역의 농가들은 톡톡한 재미를 보고 있다. 포장재 분야에도 그런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
포장재를 소량 제작해 줄 수 있는 공장을 ‘농산물종합가공센터’ 설립처럼 우리 실정에 맞도록 ‘농산물 포장재 제작지원센터’를 설립하면 된다. ‘포장재 제작지원센터’에서는 농가들이 원하는 포장재(골판지, 비닐포장재, 스티커)를 제작해 주는 기능과 가공식품 포장 및 디자인 개발과 컨설팅 기능이 복합적으로 운영돼야 한다.

‘포장재제작지원센터’ 설립비용은 정부에서 투자하고 운영비는 포장재 제작비용에서 충당하면 된다. 부족한 예산에 한해서는 추가지원을 해주는 방식이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
당장에는 투자비용이 부담스럽겠지만 지금도 사용하지 못하고 버려지는 포장재 비용과 그로 인한 환경파괴 등을 고려하면 수지타산이 나쁜 사업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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