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힘내라! 다문화 - 전북 익산시 춘포면 베트남 결혼이주여성 김근영 씨

김근영 씨는 익산 춘포면 일등 신부로 통한다. 베트남에서 시집 온지 5년 만에 자기 땅 한 평 없이 후계농업경영인에 선정됐고, 지역 특화작목 재배로 소득을 올리고 있다. 직장 다니는 남편, 5살된 아들과 화목한 가정을 이루며 성공적으로 농촌에 정착했다.

“베트남서 건축학 전공했지만
 한국에서 농업으로‘부농의 꿈’ 키워”

▲ 땅 한평 없어도 후계농업경영인에 선정된 베트남에서 온 결혼이주여성 김근영 씨.

“한국말 배우기가 너무 어려웠지만, 열심히 한국말을 배우려 노력했어요.”
우엥이란 베트남에서 불리던 이름 대신 남편이 새로 지어준 김근영 이란 이름을 선택한 근영 씨는 올해 서른 살이다. 아는 언니의 소개로 남편 김경용 씨와 1년 여의 채팅과 전화를 통해 연애한 후, 익산시 춘포면으로 결혼해 이주해온 게 6년 전이지만 이제는 김치도 잘 먹고 김장까지 척척 담그는 춘포면 일등 신부다.  

김근영 씨는 이주 후 한국말 공부부터 시작했다. 의사소통이 제일 중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인근 다문화지원센터에 다니고, 인터넷으로 공부한 덕에 남들보다 빨리 한국어를 능숙히 할 수 있었다.
직장을 다니는 남편은 근영 씨에게 집안 살림이나 잘 하라고 권했지만, 근영 씨는 집안 살림살이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었고, 텃밭에 고추와 가지 등을 심어 부식비를 절약했다. 이웃에게 모르는 것을 물어보며 텃밭을 가꿨지만 베트남서도 농사 한번 안해 본 근영 씨에게 텃밭농사도 맘 같지 않았다.

“비료를 주면 잘 자란다기에  빨리 자라라고 쏟아 부었다가 몽땅 죽인 일도 있어요.” 지금은 어엿한 후계농업경영인이 된 근영 씨의 텃밭농사 체험담이다.
다문화지원센터에서 알게 된 다른 결혼이주여성이 베트남 채소 농사로 소득을 올리는 것을 보고 그는 본격적으로 농사에 도전해 보기로 마음 먹었다.
“남편이 말렸어요. 저도 농사를 모르고 남편도 농사일을 모르니까요.”

하지만 ‘남편에게만 의지하지 말자. 무언가 가정에 도움 되는 일을 해보자’고 결심한 그는 이웃 할머니에게서 임대한 990㎡의 땅에 여주와 각종 베트남 채소를 재배했다. 농사는 아이를 돌보면서도 할 수 있는 일이라서 좋았다.
다행히 베트남 채소 농사는 수입이 그럭저럭 좋았다. 인터넷을 뒤져서 아시아마트, 월드마트 등에 판로도 직접 개척했다. 베트남 채소 공급은 몇넌 전만 하더라도 수량이 적고 수요는 충분해 수입도 기대 이상이었다. 물론 늦은 밤까지 일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김근영 씨의 본격적인 농업에 대한 꿈은 익산시농업기술센터를 찾아 농업대학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더 커졌다. 땅 임대 규모를 늘려 멜론 재배도 시작했다.
“무엇을 직접 키우고 수확하는 게 재미있고 기뻤어요. 모두 내 새끼 같아요.”
지난해 6월에 채소 수확이 한창 바쁠 때는 베트남 친정아버지가 한국에 왔다가 농사일을 거들기도 했다. 친정아버지는 베트남에서 대학을 나와 토목기사로 근무하던 근영 씨가 한국에서 힘들게 농사짓는 모습을 보고 속상해 하셨지만 근영 씨는 아버지를 위로했다.

“우리가 더 잘 살 수 있는 방법이 농사에 있다고 말씀 드렸어요. 제가 번 돈으로 아버지께 맛있는 것도 사드리고 용돈도 드릴 수 있어 좋았어요.”
김근영 씨는 지난해 농지 6600㎡를 구입했다. 후계농업경영인 융자금 덕이다. 근영 씨 명의로 된 농지가 한 평도 없었기에 후계농업경영인 선정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익산시농업기술센터 이정화 선생님이 그간의  베트남 채소 판매 거래 내역 등을 모아서 가져오라 하셨어요.”

토지 소유뿐만 아니라 농산물 거래 실적만으로도 농업인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길이 있었다.
요즘 김근영 씨는 새로 구입한 땅에 시설하우스를 짓느라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춘포면 특산물인 토마토와 멜론 재배 확대를 위해서다. 농업대학에 다닐 때 옆에서 아버지처럼 멜론 농사를 잘 지도해 준 이웃아저씨의 조언을 따른 덕에 지난해 근영 씨가 농사한 멜론이 1등급을 받았기에 더 면적을 늘릴 용기를 냈다.

“농사도 잘 짓고, 아기도 잘 키워서 더 행복한 가정을 꾸릴 거예요. 남편이 퇴직하면 함께 여행도 다니면서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이제 베트남 이름 우엥 보다 김근영이 더 친숙하게 들린다는 김근영 씨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