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한양대학교 융합시스템학과 한재권 박사

“소득 취약한 미혼자 위해
 애정표현, 가사서비스, 성기능 가진
 배우자로봇 등장할 것”

로봇의 빠른 진화에 힘입어 다가오는 인류의 미래생활과 문화는 상상하기 힘든 모습으로 발전할 것이다.
오늘날 로봇산업의 현황을 바탕으로 앞으로 전개될 로봇의 미래진화상을 알아보기 위해
한양대학교 융합시스템학과 교수인 한재권 박사를 만나봤다.

2011년 로봇축구대회서 우승…
미국학계 인정받아 미국 체류

“미국 버지니아 공대에 재학 중 인공지능형 로봇 개발의 선도자인 한국계 미국인인 데니스홍 박사 밑에서 공부를 했습니다. 홍 박사의 지원과 격려로 2007년 처음 시작된 휴머노이드 2족 보행 로봇 간 축구경기인 로봇컵 2011년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로봇컵대회 개최 목적은 2050년에 축구경기 룰에 따라 로봇과 인간이 각각 11명씩 참가하는 경기에서 로봇이 인간을 이겨보겠다는 로봇 관련자들의 결의를 다지기 위해 시작된 겁니다.”

만약 그 축구경기에서 로봇이 인간을 이기게 되면 인간보다 더 예민하고 민첩한 운동신경을 갖고 발, 머리, 손 모두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로봇이 등장하게 되는 셈이다. 이러한 로봇이 등장할 경우, 사람이 하는 지구상의 거의 모든 일들을 로봇이 대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따라 이 로봇대회엔 세계 각국의 로봇공학도를 비롯해 관련자 다수가 참가하는데, 각자 개발한 로봇의 우수성을 비교하고 검증받기 위해 출전경쟁 치열하다고 한다.

별도의 상금이 없으며, 오히려 엔지니어는 50만 원, 참가팀은 300만 원의 출전비를 내야 한다고. 2011년 열린 이 대회에 한 박사는 자신이 설계하고 부품가공을 주도한 60㎝ 크기의 소형로봇인 ‘다윈’과 1.5m 크기의 성인형 로봇인 ‘찰리’ 등 두 팀을 출전시켜 모두 우승을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한 박사는 이 로봇컵대회 우승자로 미국학계에서 크게 인정받아 미국에 체류할 수 있었다.

미국 체류 포기하고
한국 로봇연구인력 양성하려 귀국

그러나 한 박사가 미국 생활을 접고 귀국한 것은 뒤처진 한국의 로봇연구와 특히, 관련 연구인력 양성에 기여해야겠다는 소명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고려대 기계공학과 선배인 ‘로보티즈’ 김병수 대표의 간곡한 요청도 한 박사의 한국행을 결심하게 한 계기였다.
김병수 사장은 로봇의 관절인 세부 모터를 개발해 세계 1위의 일본기업을 누르고 전 세계 로봇시장 점유 80%를 이룬 장래가 촉망되는 국내 로봇업계 선두주자다.

한 박사는 연구에 힘을 모으자는 김 대표의 간곡한 제의를 받고 귀국한 것이다.
“로봇연구는 미국, 중국, 일본 등 3강 체제인데, 이들 국가는 조 단위의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민간부문 투자까지 포함하면 상상을 초월합니다. 미국은 인공지능로봇 개발을 주도하고, 일본은 휴먼노이드 2족 보행 로봇 연구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죠. 반면 우리나라는 로봇 개발의 기초인 인력양성이 부실합니다. 국내에 로봇관련 학과가 있는 대학은 10년 전 로봇학과를 둔 광운대학과 4년 전 학과를 개설해 그를 초빙한 한양대학교 등 단 두 곳에 불과합니다.”

한 박사는 귀국 2년차에 접어든 현재 한국의 로봇산업에 다소나마 서광이 보인다고 말한다. 글로벌 기업인 삼성이 의료분야의 혁신에 관심을 갖고 메디컬로봇 개발에 뜻을 두고 있어 기대를 건다고. 또 국내 인터넷 포털의 강자인 네이버가 1년 전부터 로봇산업에 뛰어들어 역시 희망이 크다고 그는 말했다.
이들 기업들이 글로벌 성과물을 내려면 상당기간이 걸리겠지만 머지않아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성과를 낼 것으로 한 박사는 내다보고 있다.

세계 로봇학자들
의료·군사·서비스 로봇 개발경쟁 치열

한재권 박사는 세계 로봇학자들이 군사, 의료, 서비스 로봇 개발에 크게 관심을 갖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 중 모니터링, 수술, 의료 전반을 다룰 메디컬로봇에 힘을 쏟고 있다고 한다.

의료진이 피곤하고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X-레이와 MRI 촬영 자료를 제대로 못 보게 될 수 있는데, 앞으로 인공지능을 지닌 메디컬로봇이 의사보다 더 정확하게 이 같은 자료를 보게 될 것이라고 한 박사는 말했다.

“기계는 정확하기 때문에 암을 95% 이상 진단해낼 것입니다. 또 혈액 검사로 병명을 알아내는 것도 로봇이 인간보다 탁월한 능력으로 정확하게 판별해냅니다. 아울러 인공지능을 가진 메디컬로봇과 연산능력을 지닌 빅데이터의 융합에 따른 학습능력 진화는 정밀한 수술과 완벽한 효능의 처방전을 내놓게 될 것입니다.”

군사용 로봇도 주목받는 분야라고 한 박사는 말한다.
“전쟁에 군인이 참전하는 게 아니라 기계와 로봇이 참전해 전쟁의 승패를 판가름하는 시대가 곧 옵니다. 일례로 드론이 알카에다 지도자를 사살하기도 했다. 또한 전투기, 잠수함, 전차 등에도 조종사나 선장, 운전병이 타지 않고 원격조정으로 병사를 대행해 전쟁을 하게 될 것입니다.”

킬러로봇 개발 막기 위해
UN내 킬러로봇방지위원회 설치

미국은 이미 병사를 대신해 기계를 투입해 승전한 사례가 있다. 이처럼 로봇이 사람을 죽이는 상황이 되자 UN은 기계가 사람을 죽여서야 되겠느냐는 윤리관에 입각해 킬러로봇의 사용을 금지하기 위해 3년 전 UN내 킬러로봇 개발방지 위원회를 설치했다.

한편 UN은 킬러로봇사용 위험국가로 미국, 일본, 중국, 이스라엘, 한국을 꼽았다. 한국을 킬러로봇 사용 위험국가로 보는 이유는 삼성테크윈이 DMZ에 보초를 대신해 정확하게 적군의 접근을 감시하고 물리치는 로봇형 병기를 배치했기 때문이다. 이 로봇병기에는 CCTV, 스피커, 조명, 자동발사총이 장착돼 있다.
로봇의 진화는 상상을 불허하고 있다. 최근에는 배우자로봇까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로봇이 등장하면서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만 개 직업 중 70%가 사라져 변변치 못한 수입으로 결혼을 못하는 사람이 갈수록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감성과 이성을 갖고 사고력까지 겸비한 배우자로봇이 등장해 인간과 같은 감정 표현, 가사서비스, 성기능까지 지닌 배우자로봇이 등장된다고 한 박사는 말했다.

알파고와 같이 딥러닝(Deep Learning) 프로그램으로 스스로 배워나가게 되면 로봇이 인간을 종속시킬 수 있는 위험단계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로봇학자들 간에는 인간 우선, 국익 우선 정신에 입각해 인간을 제압할 로봇개발 자제를 위한 로봇법과 로봇윤리제정에도 힘을 쏟아야 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끝으로 한 박사는 축구게임로봇이 개발되면 로봇이 사람처럼 고추를 따고, 깨를 터는 농사로봇이 등장된다고 했다.
농사로봇이 상용화되면 농업인들은 농사 체험관광, 농촌전통문화 체험 등 감성농업 개발에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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