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알리는 닭의 힘찬 울음소리와 함께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중국 노(魯)나라 애공(哀公)의 신하 권요는 닭에는 5덕(五德)이 있다고 했다. 머리의 붉은 볏인 관(冠)은 선비의 벼슬을 뜻하는 문(文), 날카로운 발톱은 나라를 지키는 무(武), 적을 만나면 목숨을 바쳐 싸우는 기벽을 가진 용(勇), 먹을 것이 생기면 모두를 불러 나누는 인(仁), 세상이 밝아 옴을 알리는 신(信)이 그것이라 했다. 닭은 인간에게 고기와 계란을 제공하고 여명(黎明)을 알리는 총명하고 부지런한 존재로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덕금(德禽)으로 인정 받아왔다.

닭은 약 6000년 전 숲속에 사는 야생 닭을 길들여 기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다산(多産)과 모성애가 남다르게 강한 닭은 1년에 300개 정도의 알을 낳을 정도로 인간에게 풍부한 단백질을 공급하고 있다.

어릴 적 계란과 닭고기는 귀한 음식으로 1년에 한두 번 먹어보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품종개량과 사육기술 개발로 값싼 닭고기와 계란을 쉽게 먹을 수 있지만 그 부작용도 심각하다. 수천 마리를 좁은 공간에서 사육하는 열악한 환경에서 닭은 심한 스트레스로 면역력이 떨어지고 한 마리만 조류인플루엔자(AI)에 걸려도 순식간에 양계장 전체로 번져 전멸하는 환경이다.

충북의 한 산란계 동물복지농장의 경우, 넓은 공간을 확보하는 등 좋은 환경을 갖춘 결과 AI에 감염되지 않았다는 보도가 있다. 닭도 더 이상 계란과 고기를 생산하는 기계가 아닌 삶의 질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쾌적한 공간에서 자란 가축은 생산성은 물론 영양도 높다고 한다. 동물복지를 생각하는 그런 사육환경을 만들어 주는 일이 AI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지름길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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