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자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법규위원장

"희망은 반드시 좋은 결실을 가져온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지만 좌절하지 말고
선진국 도약을 위한 통과의례로 여기자"

▲ 오경자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법규위원장

세상이 수선스러워도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간다.
달력이 한 장 달랑 남는 12월이 되면 우리는 언제부터인지 다사다난했던 한해를 마무리 한다며 들뜬 마음으로 망년회를 한다고 몰려 다녔다. 망년회라는 단어가 일본인들의 잔재라는 말이 돌더니 송년회라는 낱말이 재빠르게 정착되어 가고 있다. 이름이 중요할까만 일본잔재라는 말에 얼른 바꾼 것은 잘 한 일이라 하겠다.

올해는 다사다난했던 한해를 보내는 송년회가 아니라 다사다난한 한해를 보내는 연말이 되었다. 현재진형형의 다사다난을 겪는 역사적 해로 기억될 것 같다. 유난히 더운 여름도 잘 견디고 작년의 메르스 같은 불청객의 습격 없이 그런대로 잘 해를 넘기나 싶었더니 인간발 메르스(?)가 덮쳐왔다.
게다가 AI로 죄 없는 닭들이 집단 매몰 처분되는 참극이 또 벌어져 양계 농가를 긴장 시키고 있다. ‘구제역은 또 괜찮으려나’ 하는 가축농가의 시름도 깊을 것이다. 철새가 몰고 온다는 조류독감은 정말 기가 막힐 일이다. 하늘을 어떻게 덮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농사가 워낙 하늘을 보고 짓는 일이지만 이렇게 어려운 여건 속에서 우리 농촌은 그래도 의연히 자리를 지키고 있어 도시에만 살아온 사람으로서는 고개 숙여 감사드릴 뿐이다.
농사를 짓는 일에 남녀가 따로 없다지만 그 중에서도 우리 농촌여성들의 노고는 한층 더 크리라고 생각한다. 우리 농촌은 예전에 비해 여성의 농업경영 참여가 확대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양성평등이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영향을 미친 결과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 보다는 농촌의 생산이 직접 농산물의 생산이라는 1차산업 일변도에서 여러 가지 형태의 가공품 생산으로 확대되면서 이제는 판매와 서비스까지 겸하는 6차산업으로 확대 되고 있음에 기인한다. 이제 농촌에서 여성의 역할은 필수적 요건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여성이 주도권을 갖고 참여하는 분야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 농촌여성이 우리 건강을 책임지는 먹거리 생산 외에도 가공과 서비스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활약하는 일도 심심치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이제 농촌은 여성의 힘과 역할로 더 빛날 수 있다.  
도시 가정의 소비 변화도 많이 달라졌다. 맞벌이 부부의 증가와 1인 가구가 늘면서 간편식을 찾는 것이 트렌드다. 이와 맞물려 농촌의 가공산업은 점점 더 확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농촌의 가공업 발달은 도시가정 식품의 직접 제조 부분을 현저히 축소시켜 갈 것이다. 김장 하나만 예를 들더라도 절임배추라는 상품이 등장한지 20여년이 되었지만 초기에는 극소량 판매되던 것이 이제 절반 정도가 넘는 가정이 절임배추를 사용한다.

한발 더 나아가 아예 농가에서 소규모로 김장 김치를 담아 지인 등을 통해 각 가정에 직접 공급하는 물량이 늘어가고 있다. 가정에서 직접 고추장이나 된장을 담가먹기 보다 시골의 친척이나 지인에게 부탁해 구입하는 경우도 늘었다. 지극히 부분적인 예를 들었지만 우리 농촌여성들의 역할은 물론 전통 식품제조와 판매에서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확대되고 있으니 더욱 용기를 냈으면 한다.  

여러 가지로 힘든 한해를 지나고 있지만 더 큰 발전을 위한 땅을 다진다고 생각하자. 우리를 한발 더 도약시키려고 큰 지렛대로 우리를 들어올리고 있다고 생각하자. 희망은 반드시 좋은 결실을 가져올 것이다. 우리는 결코 좌절할 수 없다. 선진국 도약을 위한 통과의례를 잘 치르고 역경을 이겨내자. 심호흡을 하고 희망의 새해를 착실히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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